기본

종교생활속의 단상들...

정순이 2012. 3. 29. 22:56

   지난 24일날에는 성당에서 절하는 행사를 했었다. 성당엘 다닌지 몇 개월되지 않은터라 성당에서 일년 동안 하는 행사엔 무지하다.  춘분이 지나고 난 후 하는 부활절 행사나 12월 25일 아기 예수가 태어난 성탄절 정도만 알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일요일 미사때 신부님이 절에서 하는 행사처럼 성당에서도 절을 하는 행사를 한다고 하셨다, 좀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절에서 하는 것처럼 성당에서도 그런 행사를 한다?' '가톨릭이 정체성없이 불교를 따라한다? '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참석을 해보니  레퀴엠송이 은은하게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나자신도 모르게 경건해졌다. 왼쪽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깍지를 끼어 십자가를 만들고 다른 여덟손가락을 마주하고 예수님의 형상을 향해 절을 했다. 물론 작은 소망도 입속으로 되뇌면서...모세와 엘리야, 특히 예수가 광야에서의 단식(斷食) 일수에서 유래하였다는 40일간을 기념하기 위한 절일의 사순절! 재의 수요일을 필두로해서 예수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함께 한다는 의미의 행사로 이해하고싶다.

 

손에 찬 묵주를 벗었다. 절을 한 번할때마다  한 알씩 넘기면서 절한 숫자를 세기 위한 복안이였다. 묵주 한 줄에 진주와 중간 중간 3개 다음에 열개 다음에 매듭처럼 만들어놓은 큐빅수를 합하니 도합 60개다. 한 번을 돌리고 두 번 세 번을 돌려도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절에서 백팔배를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얼마나 간절한 바램이 있었기에 무뤂의 통증을 견뎌내며 108배를 할까는 외경심까지 일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위치에 서서 절을 해보니 '별거 아니로군'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 수록 느껴지는 무릎의 통증은 네 번의 중간쯤 지나자 무릎의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몇 사람 앞에서 열심히 절을 하던 낯익은 여성은 두어 번 앉았다 쉬었다를 반복하드니 자리를 털고 일어서 성전을 나가는 모습이 앵글에 잡혔다.

 

3월 하순쯤이라 봄이긴 하지만, 아직 밤의 기온은 꽤 쌀쌀했다. 그렇지만 교인들이 뿜어내는 열의와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통에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탈락하고 싶다는 충동이  간헐적으로 일었다. 신분님 뒤에서 5살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는 장난치듯 진지한 듯 절을 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제대(祭臺)앞에서 절을 하고 계시는 신부님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여기 저기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몇 몇 보였다. 드디어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 했고, 현기증도 일었다. 절을 하느라 비틀어진 허리춤을 바로하며 쉬는 시간을 버는 신부님이지만, 그래도 꼿꼿한 자세로 일관하셨다. 부끄러운 마음이 일기도 했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했다. 그래도 나보다 먼저 포기한 사람들도 몇 있긴하다는데 나자신을 위무하며 성전을 떠났다. 무려 일주일 동 대퇴부 안쪽 허벅지 통증을 견뎌내야했다.

 

3월 두째 주 일요일

1월달부터 시작한 성경공부! 매주 일요일 9시부터 한 시간동안 말씀의 봉사자(우리는 샘으로 부르나 샘은 어림없다시며 말씀의 봉사자라 불러주길 원하신다.)실지 미사드리는 것보다 성경 공부가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지난 11일날에는 유인물을 나누어주시며(매주 성경 공부할때마다 유인물을 나누어주시지만) 자신이 마음에 와닿는 부분에 밑줄 그으놓고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와닿는 단락은 "나는 그대가 그릇된 길로 빠지거나 옳지 못한 생각을 할 때마다 그대에게 그것을 깨우쳐 주겠습니다."라는 구절이다.

 

3월 22 목요일!

12월 18일 세레 받은 세례동기들은 그 날을 기준으로 해 모임을 만들었다. 12월달부터 매달 모임을 가졌으니 5번을 넘기고 있다. 다가오는 15일날에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야유회를 가기로 마음을 모았다. 예비신자였던 우리에게 교리를 가르키신 샘도 자리를 빛내는데 일조하기로 흔쾌히 승락했다. 그리고 3월29일 오늘은 부활절 행사를 하기 전에는 전 교인들이 다같이 판공성사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가졌다. 본당 신부님 한 분으로는 많은 교인들의 성사를 진행할 수 없으니 다른 성당에서 오신 몇 몇 신부님들도 성사보는데  힘을 보태셨다.  그리고 사순절 기간내 목요일마다 십자가의 길 행사도 있다. 작년 11월달 성지순례때 오륜대순교자박물관에서 했던..행사와 똑같은 행사였다. 성전벽에  예수님의 삶을 입체 조각해 만든 형상  앞에서 기도하는 행사들로 3월달과 4월달은 분주하다.

 

4월 5일 목요일 

  신부님이 신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발씻김 예식'이 있었다.  아주 의미있는 행사였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줌으로써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고 사랑을 베푸는 그런 의미아닐까.? 그 당시의 시대배경은 종들이 주인에게 행하는 관습이였음을 생각하면 더 큰 의미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발씻김 행사'가 끝나고 난 후 신부님의 강론에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시각부터 부활하는 시각까지  각 구역별로 예수님을 지키는 예식을 한다고 하셨다. 성당에 다닌지 햇병아리 수준인 난 그 의미가 궁금하고 모호했다. 성전을 나오니, 많은 신자들이  벽보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어깨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벽보 내용을 확인해보니 A4 용지에 여러칸을 나눈다음 각 구역별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체를 지키는 시각으로 나눠져 있었다.  내가 속한 5구역은 금요일 새벽 3-4시까지라고 적혀있다. 3-4시라...평소 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각이다. 그러다 참여해본다는 의미 내지는 카톨릭 전례력을 알아간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무게중심을 두며 참여하려했는데, 다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말았다. 4월8일 일요일, 성당으로 들어서니 낯익은 사람들이 가벼운 목례와함께 인사를 주고 받는다. '부활을 축하합니다.' '부활을 축하합니다.' 사람들에게 부활을 축하한다니? '내가 죽었다 다시 부활 한 것.' 같은  어감으로 다가왔다. <성경은 과학으로 이해하면 안되고, 신앙으로 이해를 해야해요.> 라던 성경봉사자님의 말을 접목해봤다.이로써 사순절과 부활의 예식은 피날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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