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월 18일날 영세받는 날이란거 아시죠?" ..." 성전에서 독서 할 사람을 추천해야하는데, 누가 했으면 좋겠어요.?" 커다란 장방형 탁자를 중심으로 하고 둘러앉은 교우들은 고개를 떨구고 분위기 파악에 침묵이 흘렀다. 행여나 자신을 지목하지나 않을까는 걱정에 교리샘의 입술에 시선들이 모아졌다. 입장이 난처해진 교리샘은 교우들에게 미루는 듯 " 누가 하시겠어요? 하시고 싶은 분은 말씀하세요." 그러자 여러사람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집중 되는 듯하드니, "000님이 하세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독서에는 1독서와 2독서가 있다. 1독서는 남성이 읽어야하고, 2독서는 여성이 읽어야한다. 1독서는 정해졌으니, 이제 2독서는 누가 읽어야할지 정해야한다. 일제히 여성들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지목당하지 않기 위한 속마음이 내재해있었다. 연배 드신 분들은 제외되는 듯한 분위기였고, 젊은 두 사람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다시 교리샘의 말이 이어졌다. "누가 읽어시겠어요?" "나는 그런데 올라가면 사시나무 떨듯해서 못해요. 두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절대 못하겠다는 듯 결연한 모습으로 "나는 절대 못해요."라는 말로 자신을 지목할까 미리 배수진을 치며 나왔다. 교우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나도 떨려서 못해요. 난 안해요." 나역시 그런 성스러운곳에 올라가서 글을 읽을만큼 강단이 있는 것도 아니라, 내심 내가 지목될까 노심초사했다. 길다면 긴 날들이지만, 6개월동안 일요일 한 시간정도 교리공부를 한후라 신앙심도 생기지 않았고, 성당에 다녀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언제나 마음만으로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6월달 올케언니의 강압과 회유로 성당에 입교했던터라 날나리(?)같은 마음으로 미사볼때는 예수님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이내 그 웅숭깊던 마음은 사라지고, 일상의 삶에 쉬이 흡수돼버리곤 했었다.
"그런 내가 감히 성전에 올라 독서를 한다고?"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드러내지않았으니 교우들이 내 마음을 알리 없을것이지만, 난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마음이 바탕돼 난 독서읽는데는 적임자가 아니고 자격이 없다고 나름데로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헉..' 순간 심장이 턱하니 멎는 듯했다. 교리샘의 말이 이어졌다. "000분과 000형님은 연습 많이 하세요." 교리공부시간이 끝났고, 독서를 읽어야하는 숙제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다행스러운건 문장이 짧다는 거. 몇 행이 되지않아 부담이 적다는 생각으로 좁히며 나자신을 위무했다. ' 5문장밖에 안 되는데 머. 이정도쯤이야! 걱정하지않아도 되겠는데!' 그런 짧은 생각으로 전혀 연습을 하지 않았다. 연습할 필요성을 못느꼈다. 5문장밖에 안된다는 메너리즘에 사로잡혀...일주일을 하릴없이 보냈다. 토요일밤 8시 예행연습이 있을 성당으로 향했다.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세례받는 날 있을 식순데로 예행연습을 하고 난 후 독서할 두 사람만 남고 다 가라는 교리샘의 말에 심장이 멎는 듯했다. 첫번째 줄의 장궤틀에 배정받은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그때부터 심장이 콩닥이기 시작했다.
1독서를 읽어야하는 남성분은 많은 준비를 한 듯, 자신이 읽어야하는 첫부분부터 끝부분까지 빨간 수성펜으로 줄을 그으놓은게 동선에 잡힘과 동시에 심장은 더 큰 데시벨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쿵쾅쿵쾅....이윽고 독서대로 올라간 교우는 늘 그래왔든 듯, 한껏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으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2독서를 할차례라는 전례부장님의 말씀이 있자, 내가 읽을 성경구절에 검지손가락을 넣고 독서대에 올랐다. 현기증이 일었다. 활자가 현란한 춤이라도 추는 듯 일렁거렸다. 목소리의 데시벨을 스피커에 의지하며 책읽듯 읽어내려갔다. 다시 한 번 더 천천히 읽으라는 전례부장님의 말에 어깨는 더 위축되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주님의 말씀입니다." 를 할때는 말씀선포를 위임받았다는..주님의 대변자라는 막중한 임무를 전달할 자격이 있는지 마음속 내내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할 때는 마지막 문장을 다 읽고 난 후 하나, 둘, 셋 하고 난 후에 하면 됩니다."두 번을 읽고서야 수고했다는 전례부장님의 말씀이 있었다. 위축된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좋은 꿈 꾸세요." 라는 말로 위무했다. 성당 밖으로 나오니 12월의 찬 밤바람이 달뜬 얼굴을 씻어주는 듯 시원함으로 다가왔다. 성당을 뒤로하고 골목길을 한참 내려오기까지 내 콩닥거리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실전에서도 이정도면 어떻하나는 조바심이 한 시간동안 나를 괴롭힐정도였다.
12월 18일 이른 시각 눈을 뜬 나는 지난 번 올케가 성당에 열심히 다니라며 손에 쥐어준 예수님 고상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독서를 할 때, 긴장하지 않고 떨리지 않게 해주십시요.'라고.....드디어 12월18일! 9시30분까지 성당으로 모이라는 교리샘의 말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며 성당으로 향했다. 격자무늬 철문을 밀고 교회 마당으로 들어서니 첫영성체를 모실 교우들을 축복해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한담을 나누고 있는 정겨운 모습들이 앵글에 잡힌다.
'처음 하는 거니까 실수를 해도 이해를 하겠지'하는 안이함이 조금은 용기를 불어넣는듯 했다. 1독서가 끝날무렵 당연히 2독서의 차례라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에서 내 한복치마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옴과 동시에 귓말이 들렸다. 내 머리속은 실수하지 않고 매끄럽게 독서를 읽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주변의 아무시선과 말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모으고 소근거리는 목소리의 진원을 따르니 수녀님이 주보를 내눈앞에 밀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부분이 끝나고 나면 2독서를 할 차례라는 것이다. '아뿔싸!'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예수님의 형상을 향해 깊숙히 머리를 숙이고 독서대로 올랐다. 회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여기 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섬광에 눈이 부셨다. 성전 아래 많은 교우들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성경책에 시선을 꽂으며 가볍게 책을 읽어내려가듯 마음을 가다듬고 성서 본문들을 읽어나갔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을 세고 난 후 "주님의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교우들의 화답이 있고나서야 내 임무가 완성되었다는 안도감에 내 의식은 평소때의 심장으로 서서히 이완되어갔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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