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받을 복이 많다.'느니 '인덕이 많다.'느니 표현을 쓰곤한다. 그 말의 저변에는 자신이 물질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베푼 이상으로 많은 도움이나 사랑을 받는걸 볼때 상대방들은 '받을 복이 많다.'는 걸로 판단하곤한다. 50여년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늘 복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 생각의 근저에는 남편에게서 찾곤했다. 결혼하기 전에 부모로부터 받는 복보다 결혼하고난 후, 남편으로 부터 받는 복이 더 큰무게감과 높은 질량으로 나자신에게 자리매김하곤 했었다.
결혼하기 전,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에게 잘 할 것이라는 나름데로의 결혼관을 갖고 있었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행복해보이지 않는 부모님의 결혼생활과, 큰오빠 내외분의 가끔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어느 가수가 부른 '저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정도는 아니더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살면 싸움이라는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조금만 양보하면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결혼을 한 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결혼관이 얼마나 순진하고 설익은 생각이였는지, 결혼하고 오랜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너무 자기중심적인 남편 성격에 '이건 아니야' 는 생각이 하루에 몇번이고 들었었다. 그런 세월을 살았었다. 그런 내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워 가끔 거울을 보면서 나자신에게 말을 하곤 했었다. '정말 넌 대견해! 정순이 너 정말 대견하고 대단한 사람이야. 사랑해..!' 거울속에 있는 나자신에게 그렇게 위무하며 다독거리곤 했었다.
그런 생각으로 점철되어있던 내게 설명절 전, 핑크빛 선물상자 하나를 택배를 통해 받았다. 구랍 18일 첫영성체를 받은 걸 축하하는 의미로 시누이가 보낸 선물이다. 여태 갖고 있었던 복없는 나자신이라는 생각에 종지부라도 찍는 듯한 선물이였다. 두개의 머플러인데, 하나는 칼바람에도 끄덕없을 만큼 씨줄과 날줄로 직조된 두툼한 겨울용 머플러였고, 다른 하나는 카키색과 갈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색상의 머플러였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색상의 머플러라 아주 마음이 흡족했다. 부드러운 면실크소재로 된 머플러다. 핑크빛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한 통의 편지가 들어있다. "친구가 이태리 여행갔다 오면서 사다준 머플러가 엉성해 이걸로 대신했어요. 친구인 구성화가가 천연염색한 것인데 세상에 딱 하나 있는 작품이예요. 그 화가의 천연염색한 작품은 모두 손으로 만들기 때문이지요. 보온을 위해서라기보단 주로 멋내는 데 쓰는 스카프예요. 중요한 자리 있을 때, 색상 잘 맞춰 쓰면 멋질 거예요. 마음이 쓸쓸할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좋지요. 가끔 멋을 부리는 것도 좋고..." 덧붙여 그 친구가 작품전시회를 할 때 시누이가 받은 선물에 대한 값을 지불하기 위해 5만원권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려는데 그보다 더 못해보이는데도 30만원을 지불하고 구매하는걸 보곤 손이 멎적어졌다는 後聞(후문)이다.
작년 추석명절 이틀 전에는 둘째 동서(형님)가 오셔서 가게일을 거들어주셨고, 추석 하루 전에는 집에 가셔서 차례음식을 혼자 다 해놓고 가셨다. 가게를 마치고 집에 퇴근해 발코니에 가보니 아주 정갈하게 만들어놓으신 제수음식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이번 설명절때는 3일동안을 도움을 주셨다. 그 은혜는 평생동안 잊지 못할 마음의 부채로 남을 것이다. 차비를 드리려고해도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돈 줄 수 있는 사람을 불러!"라시니...친정 둘째 올케도 둘째동서와 다르지않다. 지난 추석때도 직접 수확한 사과로 차례를 지내라며 제법 많은 양을 갖고 왔었는데, 이번에도 가을에 수확한 사과를 잘 저장을 해뒀다가 가져온 것이다. 거기다 덧붙여 딸들 직장에서 받은 선물인 배와 한라봉을 갖고 왔었다.
이런걸보면 나도 '받을 복이 없는 건 아니네.' 스스로 판단을 내려고는 씨익 웃음을 깨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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