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노후갈무리.

정순이 2003. 11. 15. 11:42
오래전 신문카테고리속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아티컬을 본적이 있다. 저축이나 연금으로 노후를 설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에 투자해 가게임대소득으로 노후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나름데로 노후를 대비해 젊었을 때 부지런히 저축을 해두곤 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것으로 보여졌다. '긴병에 효자 없다.' 는 아포리즘이 있다. 가게에 들린 그녀는 어두운 낯빛을 서둘러 자리를 찾았다.

얼마전까지 ,그녀로부터 궁핍해진 생활로 인해 시아버지 병원비를 감당하가가 힘에 부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아지랑이처럼 떠올라 그생각이 클로즈업 되어왔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넓은 정원이 딸린집도 남편의 도박으로 남의 손에 넘어간걸 알고 난 이후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오랫동안 정들었던 집을 뒤로하고 전셋집으로 이사를 옮긴지가 벌써 몇달째 접어들은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워낙 밝은 성격으로 인해 항상 웃는얼굴로 다른사람을 대하곤 해 그녀를 보고 있어도 마음에 중압감이 덜 느껴지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안쓰러울때가 많은 타고난 늘씬한 키에 남에게 빠지지 않는 미모가 아까울 정도로 그녀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40대 초반이나 중반쯤이되면 직장에서도 중역자리에 앉아있거나 가정에서도 기반을 잡아 안정적인 생활로 접어들어갈 무렵인데도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져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면 속이 상해지지 않겠나하는 생각에 그녀를 만나면 표정관리까지 하게 됨을 그녀는 느끈히 느끼고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런 어제 이웃하고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가 가게에 들렸다. 자신도 시부모님병원비에 허리가 휘청한다는 말을 해왔다. 8남매 자식이 있지만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항목에 들어 부모봉양이나 부모용돈을 내는 일에 외면하듯하고, 아들은 5형제나 되지만 맏이도 아들놓기 위해 딸린 자식이 많아 부모님을 모시기힘들다며 꺼렸고, 차남, 셋째아들 너도 나도 부모모시기를 기피하는 바람에 실버타운에 시아버님을 모시게 되었다며 울먹이고 만다. 넷째인 자신이 모시고는 싶었지만 여의치 않는 생활에 어쩔수 없다며 눈물부터 글썽인다. 그도 그럴것이 친정 모친도 큰올케의 외면으로 인해 독거노인처럼 생활한지가 꽤 오래 되어 친정모친을 생각하면 시아버님을 외면한다는게 여간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에 그녀의 착한 마음을 읽을수 있다. 그러나 자신도 빠듯한 가정생활로 인해 직장을 다녀야 하는 제반적인 여건 때문에 시아버님 당신을 가까이 모시지 못함이 가슴 한켠을 짓눌렀을거라는 짐작이다.

그녀의 시아버님당신도 젊었을 한 때는 벙거지모자를 살짝 눌러쓰고, 하얀 백구두에 멋진 외양으로 남의 시선을 사로 잡던 분이셨던걸로 기억된다. 어느날 그녀집에 놀러간 나는 그녀가 보여주는 앨범속 그 분(그녀의 시아버지)은 개나리 꽃이 화사하게 핀 배경을 뒤로하고 외향의 뉘앙스에 매치 시키기 위해서였는지 곰방대를 입에 물고 포즈를 취한 멋진 모습이 아직 눈에 낯설지 않을 정도로 내 기억에 각인되어있다.

젊었을 때 그 당당하시던 모습은 간곳이 없고 간호원손에 자신의 몸을 의탁해야 하는 처지로 되고 말았단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우리 주변에는 많은 노인들이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복지시설에 들어가는 분들이 꽤 많음을 느꼈다. 이여기 맥을 이어가면 남편은 항상 내 주의를 환기 시킨다.

"니는 마음이 여러서 걱정이다. 나이가 내가 많으니 당연히 내가 먼적 죽을 것은 기정사실이고, 내가 죽어 없을 때 민규가 사업한다고 하다 망하는 날에 엄마인 니한테 손을 벌리면 니는 거절하지 못하고 줄 것 같은데, 보통 걱정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었제? 나이가 들었을 때 내 손에 가진 돈이라도 있어야 자식들이 부모를 찾지 가진돈 없어봐라. 어느 자식인들 찾아오겠노, 다들 내 몰라라 하지....."

일순 맞는 말이지만 나는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이순간까지 내가 고생하며 일구어 온 삶들...
자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비빌언덕이 되어주고 싶은 심정이다.굴곡진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들의 기억들이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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