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시숙님의 1주기를 맞이하여!

정순이 2003. 11. 16. 11:12

가게에 출근한 나에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상기라도 시키는 냥 큰 시숙님의 기일이라는 말을 해오는 남편남편이다. (아마 니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겠지.하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오늘 형님 기일이라네. 좀전에 큰형수가 제수용품 사러 가게에 들렀었어."
"아주버님이 돌아가신지도 벌써 일년이 되었네요. 나중에 큰집에 전화라도 해봐야 겠어요."
늦은 점심을 끝내고 수화기를 들어 둘째동서집으로 먼저 전화다이얼을 눌렀다. 큰시숙 기일이면 둘째 동서는 제사비용을 얼마나 드릴려는지 또는 음식장만하려면 가서 일을 거들어야 할지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5~6번의 공명음이 울려도 받지 않는다. 이번에는 시댁으로 다이얼을 돌렸고, 부지런한 둘째동서는 시댁에 가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두어번의 공명음이 울리고 나서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둘째 동서의 음성이였다.

"형님~ 넷째예요. 좀전에 형님집에다 전화를 걸었드니 받지 않아 다시 큰집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큰집에 계시네요. 음식장만 많이 하나요? 제가 지금 갈까요?"
"그럼 당연히 와야지."
"지금은 곤란하구요. 조금있다가 2시정도 되어서 갈께요.손님으로부터 수육을 주문받은게 있거든요.그건 해결 해놓고 갈께요."
"니 넷째가? 아니다. 안와도 돼. 벌써 음식장만하는거 끝이 났는걸...나는 셋째동서인줄 알고 그랬지. 바쁜 니가 오긴 어딜와. 나중에 저녁먹으러나 와라. 알았제?"
"형님 저녁먹는거는 제가 알아서 갈테니 전화는 하지 마세요~아셨죠? 그리고 점심은 제가 살테니까 다른분들게 물어보고 전화주세요."
"아니다. 벌써 점심도 다 해결한걸....."
둘재 동서나 시어머님 당신이나 저녁을 먹을때마다 가게로 전화를 걸어와 저녁을 같이 먹자는 배려를 하기 때문이다.

가게한다는 프리미엄으로 언제나 제수음식을 장만할때는 뒷전에 밀려나있어 여간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점심만큼은 내가 사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미안한 마음이 희석될것 같아 해마다 시댁에서 일을 거들지 못할때는,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주문하라고 말을 하지만 이번에도 집에서 해결할 모양이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저만치 앞에서 동서3명이 우리가게로 걸어오는게 내 시야에 들어왔고,반가운 마음에 의자를 꺼내어 동서앞에 갖다 주곤 동서를 앉게 한 다음 전화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보이지 않는 막내동서는 아마 나이가 어린 아이들 때문에 집에 간 모양이었다. 모처럼 만난 동서 네명은 커피를 마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발목을 잡고 엎드리는 둘째동서...발목 부위에 마비가 왔다며 발목을 잡고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우리였고, 큰동서는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이런일이 자주 있었나?" "가끔요. 아주 가끔 이런일이 있어요. 2분정도 이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말짱하곤 해요."그러고 보니 둘째 동서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송송이 배여있다. 이 말을 듣고는 옆에 있던 셋째 동서가 나선다. "나이가 들으니 여기저기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겁이나... 6년동안 손저림현상이 없어 그 병소부위는 다 나았나 하고 안심하고 있었드니 또 다시 재발했는지 요즘들어 새벽마다 손저림현상이 나타나곤해요. "
"그래요? 시숙님이 사다준 민간요법의 약을 먹고 다 나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요?"

"그 약으로 나은게 아니고, 대학병원에 2달동안 다니면서 치료한걸...그때 치료하고 한동안 괜찮아 인제 다 나았나 했드니 또 다시 재발한 모양이야..."
"그랬군요. 나도 형님과 같은 시기에 손저림현상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앗어요. 나는 아직 이거든요.."
"그랬었지. 그런데 병원에 다니지 않았어?"
"병원은 가보지 않았구, 약은 먹어보긴했는데 잘 듣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여기까지 온거예요. 한가지 일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면 손이 저려오고 하니..아마 혈액순환기능이 약해저서 온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꼭 그렇지만은 아닐꺼야. 병원에 한번 가봐 혈액순환 때문만은 아닐수도 있거든. 나도 그럴줄 알았는데 병원에 들러 의사선생님과 문진을 나누어 본 결과 신경쪽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현상이 온다는 말을 들었거든."
"그래요? 나도 병원에 가보아야 하나..손저림현상은 병원보다 한의원에 가서 한약처방을 받아 한약을 지어먹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야 무슨 병이든지 정확한 검진이 필요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동서들이 돌아갔다. 손님들이 오니 더 앉아있기가 불편했나보다. 가게를 마칠 시간 셔터를 내리고 큰집에 가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남편은 친목회 모임이 있어 시댁으로 바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모임에 간지가 벌써 몇시간이 지났다. 아마 2차는 가지 않고 제사지내는 시간에 맞추어 오리라는 생각을 하며...시댁에 들렀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큰방을 한 가득채우져 있었다. 그 가장자리로 시어머님 당신이 자리를 깔고 누워계셨다.
며칠전에 퇴원을 하신후 몸무게가 불어났다며 기분좋아하시는 시어머님 당신은 타고난 깔끔함에 미장원부터 들리셔서 염색이야 파마를 하셨어인지 병색은 느끼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환해보였다. 자식들이 또는 손자들이 마주하고 있었어일까? 큰 시숙님의 1주기 에는 서울에 있는 큰아들도 일찌감치 자리했고, 둘째 아들인 조카의 모습도 모였고, 시누이도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고속버스를 타고 온다는 전갈이 들려왔다. 조금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시숙님이 살아 계셨다면 잘 자라준 아들들의 모습에 흡족해 하셨을텐데...
부엌에서는 기어이 눈물을 떨구고 마는 큰동서가 보인다. "일년만에 너거 시숙밥 처음 퍼보네." 하시며...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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