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쓸슬함과 목메임의 변증법

정순이 2003. 11. 11. 11:30
퇴근하기가 바쁘게 컴 본체에 조그만 점처럼 있는 코크를 눌러 컴을 켠다.창이 열리기 전까지 막간의 시간도 아까워 양말을 벗고 고양이 세수하듯 대충 세수를 끝낸다음 다시 컴앞으로 다가온다. 인터넷 익스플로어라는 옵션을 누르고 창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또 다시 화장대 앞에 앉아 살살해진 날씨탓으로 당겨지는 얼굴에 검지와 중지손가락으로 콜드크림을 듬뿍 찍어내 얼굴에 문지르면서 다시 컴앞에 앉는다.

메일함을 열어봐야 쌓여있는 건 스팸메일뿐이지만 하루라도 빠뜨리지 않고 열어보는건 아마 습관인 듯도 하지만, 잠시라도 방심하고 삭제하지 않으면 메일함속에는 스팸메일로 가득해 있어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다. 그렇게 해서 메일함이라도 비우지 않으면 용량초과로 소중한(?)메일이 도착되지 않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내게 소중한 메일은 없지만..ㅜㅜ
그 소중한 메일중에는 날마다 내게 보내져 오는 친구의 칼럼인지는 모르겠다.^^

메일함을 비우기를 끝내고 부리나케 다시 즐겨찾기 옵션을 눌러 북마크 된 ‘다모임 - 인터넷 동창회’를 클릭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창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 혹시나 쪽지함이 빨간불로 명멸하는지 눈길은 그쪽으로 먼저 향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자신은 배풀지는 않으면서도 기다린다는건...ㅋㅋㅋ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말이다. 일테면 대화방에 들어가서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기쁨조(?)로 종행무진 활약했건만 며칠동안 접속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걱정스런 메시지 하나 보내 주지 않다니...(괘씸한지고. 다시는 그 방에 가나봐라.바드득 바드득..<이가는 소리..ㅜㅜ>)
그러나 대화방에 들어가도 편한방이 있다. 마스터가 미남이라거나 말을 잘 해서이진 않다.그런 언제인가 몇 페이지를 넘기며 들어가려던 방은 보이지 않아 낯익은 이름이보여 들어간 적이 있었다. 인사를 하고 좀 있으니 어느 여자분이 들어오더니 낯선 사람이 많이 보여 말하기 부담스럽다며 휑하니 나가버렸다. 정작 나가야 할 사람은 나인데도...그 순간 얼마나 황망했던지...더 이상 그방에 머물고 있다간, 고정 게스터들에게 방해만 될 것 같아 돌아서 나왔다.

그래서 항상 가던방에 가게 되는지 모른다. 거침없는 농담을 해도 다들 조크로 화답해주는 편안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달여동안 대화방을 들락거린 탓에 명예(?)스런 훈장도 여러개 받았다. 화려한 훈장의 명사들을 나열하자면 조폭, 까불이...등등이다.ㅋㅋ

거침없는 농담속에 녹아드는 페이소스.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스트레스를 가뿐하게 날려 버린다. 간헐적으로 추임새처럼 거친 농담을 하고 상대방이 화답해오는 촌극이 벌어질때면 지나가던 머라도 본마냥 혼자 (?)키덕거릴때도 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런 내모습을 보았다면 아마 미친(?)여자로 오인할지도 모를일이다.ㅋㅋ

오늘도 미답지를 찾아 로드맵의 나침반을 내려다 본다. 오늘은 어느방에를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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