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잠시만 안녕입니다.

정순이 2003. 8. 6. 21:23
매년 이렇게 추석이 다가오면 어릴 때의 기억이 향수에
젖어들게 한다..
추석이 다가오기 한달전부터 기다려지는 추석빔에 밤마다
몇채의 집을 지엇다 부수곤 지었다 다시 부수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시골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그해의 농사 작황에 따라
달라지는 추석빔에 일년 농사가 잘되길 기도 하곤 했었는데...

그 해에 장마가 심하다던가 갈수기가 된다면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되어 굴곡이 심하던그 당시는 추석빔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였다.
어쩌다 남들이 신고 다니던 새까아만 단아(낮은 구두)가 신고 싶을때는 더욱이다.

지금도 귀경이나 귀성길의 교통 체증으로 인해 고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답답함으로 안타깝지만 그 당시 역시 그랬었던지
해바다 다가오는 명절이면 찾아오는 올케들의 푸념소리를 옆에서
듣곤 했었다. 위로 두 살 터울인 언니와 나는 올케들이 오면 그때
부터는 신나는 날의 연속이다 비록 연휴가 끝이나면 나의 휴가도
금방 끝이나지만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였다.
올케들은 명절 연휴의 증후군으로 며칠을 몸살하겠지만....


명절이 되면 즐거워 하는 부류가 또 있다. 모처럼 맞이하는 푸짐한
음식에 집에서 키우는 가금류들이다. 평소에는 먹어보지 못한 귀한
음식들이 날마다 저들의 배를 불려주는 주인들의 인심에 덩달아
즐거워지는 명절이다.

푸르름의 전령사인 솔가지를 채반에 받혀두고 그 위로 금방 빚은
날 송편을 가지런히 올린다음 솥주위로 밀가루 풀을 붙이고
불을 지피면 그 솔가지 항내가 은은히 냄새를 풍길 때면 어느듯
먹음직한 송편이 된다. 언니와 나는 송편 빚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뿌게 빚기 위해 둘이는 서로 자웅을 겨루듯 하면서 옆눈
길을 하곤 했었다. 송편을 이뿌게 빚으면 결혼해서 이뿐딸을
낳는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ㅎㅎ...결혼해서도 이렇게 딸이 없는걸
그 당시는 꿈에서라도 생각 못했겠지만....^^

아주 가끔 귀한 손님이라도 오시는 날에는 어머니와 올케의
손길은 더 바빠진다.문양이 있는 나무 다식판에 약과라도 대접할
요량으로 ...
그런 올케들이 연휴가 끝이 나기 바쁘게 귀성을 서두를때면 그
빈자리는 짧았지만 생활의 리듬이 깨어지는 서운함에 여운이 오래
가곤 했었다. 다 추억의 저편에 서있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 위치에
있다. 며느리의 자리 올케의 자리 중심에 내가 서있다.

작년 추석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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