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해킹

정순이 2013. 9. 1. 11:48

 인터넷으로 송금을 하게 된게 꽤 오래됐다. 그렇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 그런창이 떴어도 시키는데로 해야한다는 생각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매일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금고 창을 열곤한다. 고객들이 카드로 긁은 결재대금은 들어왔는지, 

매달 조금씩 들어오는 월세도 들어왔는지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을 열어 확인하곤한다. 그러나 여태 경험하지 못한 팝업창이 하나 떳다. 

창을 열때마다 광고성 팝업창이 뜨곤 해서 그런 류의 광고겠거니 무시를 하고 아이디를 넣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영문으로 변환을 한 다음 빈칸을

메꾸는데 대문자로 변환이 되지 않았다. 오래전에는 소문자로 입력 하게 설정되어있드니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인지 프로그램 쇄신의 일환인지

어느날부터는 대문자로만 찍혀지곤 했었다.

 

키보드판에는 소문자로 설정되어있어도 자동적으로 대문자로 변환이 되었었다. 그렇게 설정 해두었나보다는 생각에 여태까지 그렇게 사용해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디 넣는곳이나 비밀번호 기입하는 공간을 채우는데, 소문자로 써지는게 아닌가. '다시 바뀌어진건가?' 나름데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비밀번호를 채우는데, 늘 비밀번호안에 채워져있던 글자들도  비밀번호 첫자리만 눌러도 사라지곤 했었는데, 사라지질 않고 비밀번호와 적혀있던 글자와

포개지면서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엔트를 두드려봤다. 페이지가 바뀌는게 순서인데 페이지가 바뀌지 않았다. 옆에 떠있는 작은 창을 보니 보안강화를

해야한다고 적혀있다. 하늘빛의 굵은 고딕체의 로고! MG 분명 내가 이용하던 금고의 로고 색상이다. 굵은 로고 마크는  왼쪽 상단에 떠 있었다.

 그 로고가 주는 신뢰감에는 일말의 불신도 없었다. 그 아래 보이는 작은 글씨들!  중간쯤해서  직사각 모양의 하늘빛 바탕에 <보안강화를 위해 클릭>

이라는 곳에 마우스를 갖다대니 손모양이 떤다. 손모양이 뜬다는 것은 그대로 해야한다는 의미라는건 인터넷을 다루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클릭을 했다. 통장계좌번호를 기입해야하고,  통장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까지 상세하게 적어넣어야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 보안카드의 뒷자리 네개의

일련번호. 그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면 늘 해왔던 방식이다. 끝인가 했드니 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안카드 번호에 입력되어있는 번호들을 적어넣어야했다.

1번이 끝나고나면 자동적으로 2 번으로 가서 커서가 깜박였다. 그렇게 9번까지 하고 10번으로 옮겼을때다.  첫 숫자가 0으로 시작되는 4개의 숫자다. 0을 기입하고

다음 숫자를 누르니 자꾸만 0자가 사라진다. 잘못했나는 생각에 몇 번을 반복해도 같았다. 그때까지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왜 이러지' 는 생각에 그 아래 보이스피싱피해 전화번호가 보였다. 02로 시작되는걸보니 지역이 서울인 전화번호였다. 휴대폰을 갖고와서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통화연결음이 끝나고나니 낯선 여성의 목소리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들어 눈이 침침해 안경을 쓰고 봐야하지만, 가끔은 앞글자와 뒷글자를 조합해 끼어맞추곤했었다.  글자를 잘못 본 탓에 번호를 잘못 눌렀나는 생각에 이번에는 안경을 찾아 끼고 천천히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좀전의 목소리가 같은 내용으로 들려왔다. 순간 내 통장에 있는 돈이 날라가지 않았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어떻게 해야할까? 토요일인데....혹시나는 생각에 알아둔 금고 아가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반응은 조금은 시큰둥했다. 토요일이라 근무시간이 끝났을 때라 귀찮다는 생각을 한 탓일까?  이럴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못하게끔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센터도 업무가 끝난 시간이라 어떡할 수 없다는 듯한 약간의 걱정이 들어간 사무적인 말투였다.

 

전화를 끊고 오랫동안 알게 된 다른  금고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질 않았다. 카톡으로 글을 남겼다. 아무래도 피싱을 당한 것 같다. 좀 알아봐달라고 했다. 얼마쯤의 시간이 지났을까? 금고 직원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잠자고 있어서 전화벨 소리를 못들어서 죄송하다며 좀 있다가 한 통의 전화가 오면 받으라는 전갈이였다. 숨고르기를 할 쯤   내가  전화를 했을 때는  받지 않던 번호가 찍힌 곳으로주터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고 전화를 하는 건데 무슨 일때문에 그러시냐며" 그동안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니 해킹 건이  맞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통장에 돈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하니 아직은 있단다. 휴..........짧은 시각동안이였지만, 해킹으로 인해 돈이 날라갔을지 모른다는 숨가쁜 상황들, 잘 해결지어졌다는 긴 안도의 한숨이 폐 깊숙한 곳에서 뭉기적 올라왔다.

 

컴퓨터 포멧을 할 것과 금고에 들러 보안카드를 다시 발급받아야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통화가 끝나면 자신한테 연락해달라는 후자의 금고 여직원에게 잘 해결됐다며 카톡으로 글을 남겼다. "무사해서 다행이라"며, 위무를 한다.  휴...............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가계를 다녀와서  (0) 2014.12.04
며느리를 맞이하며...  (0) 2013.12.09
약자에게는 법도 외면하나?  (0) 2012.10.22
홈스테이(2)  (0) 2012.08.19
자케오 모임  (0) 201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