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되풀이되는 체중증가! 음식을 앞에놓고 식탐의 욕구를 통제 못하는 생기잃은 자제력을 한탄하며 집을 나섰다. 공감대를 형성한 남편과 함께!
추석연휴의 거리는 한산했다. 연휴를 즐기러 떠나고 난 상점들의 회색빝 셔터는 굳게 닫혀있었지만, 두꺼운 유리 진열장에는 한가위를 맞이해 세일행사 문구가 적힌 홍보성 글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기대공원 들머리 오른쪽에는 고딕체의 '이기대성당' 서체가 시야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하수처리장 통에 율동을 하는 듯한 캐리커처가 익살스럽다.
그들을 뒤로하고 들머리에 들어서니 갖가지 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노란 꽃잎 옆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한 듯 열매를 맺고 있는 금계국하며 한해살이 풀들이 대오를 짓고 있다. 공원으로 지정된 탓인지 길섶으로 조성되어있는 갖가지 풀들과 키낮은 관목들로 조성되어있다. 집 뒷산에는 등로에 마사토를 깔아 아주 미끄럽다. 중간 중간 마사토가 굳기 전에 철근을 대 홈이 조금 파여있긴하지만, 미끄럼방지에는 역부족이다. 아주 가파란 등로라 시멘트나 아스콘으로 마감재를 선택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런 등산길과는 달리 자잘한 자갈이 깔려져 있는 곳과 자갈을 섞은 시멘트길이라 미끄럽지않아 걷기가 아주 편했다.
이기대공원길에는 연휴를 즐기기 위해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기대 장산봉 정상을 뒤로하고 군부대 철책 옆으로 하산길을 서둘렀다. 최종목적지는 해안산책로를 걷는 것이다. 몇 달 전, 먼저 와본 남편이 오륙도와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환상적이었다. 한 때 닭똥 냄새가 진동했던 한센병자촌이었던 마을이 이제는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변모해있었다. 아파트 동과 동사이를 걷고 있자니 오륙도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서남풍 바닷바람이 거리에 떨어져 있던 비닐들을 공중부양 시켰다. 조망이 좋아 이런 곳에서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다 이내 마음을 바꾼다. 여름에도 이정도의 바람세기라면 겨울이면 어느정도일까는 생각에 현기증이 일었다....^^아파트 옆, 침식분지된 공터에 파종되어 꽃을 피운 색색깔의 코스모스, 들풀들...목재데크 너머로 자태를 드러낸 오륙도의 속살...한무리의 물살이 갯바위를 때리는가 싶드니 크다란 파도가 큰 입을 벌리며 사람이라도 삼킬 듯하다 여의치 않자 흰물거품을 토해내고 돌아간다.
나무들 사이로 굴곡지게 달리는 궤도열차의 모습을 연상작용 하게 만드는 목책들과 목재데크! 울창한 수풀과 자연이 빚어놓은 해안절벽들이 조화롭게 비경을 연출하고있어 자주 발걸음을 멎게한다. 농바위! 농바위의 유래는 버들채나 싸리 따위로 함처럼 만들어 종이를 바른 궤를 포개어 놓도록 된 가구로써 서로 연락하는 수단으로 "농"을 닮은 이 바위를 농바위로 불렀었다고한다. 한편, 2001년 발간된 "남구의 민속과 문화"라는 책자에는 부처가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배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돌부처상 바위라고 한다. 손만 갖다대면 넘어질 듯 한 바위가 누란처럼 쌓여있다. 제주도 용바위 비슷한 용암바위도 있다. 자연이 빚어놓은 최상을 작품들...
암반위에 동그랗게 움푹 패여있는 곳에 물이 고여 있다. 공룡 발자국이다! 고개를 들어 펼쳐진 바다를 보자니 손을 뻗치면 닿이기라도 할 듯한 곳에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했다는 해운대 누리마루APEC 하우스와 광안대교의 화려하고 웅장한 자태가 시계속으로 들어왔다. 제주 성산포 해녀들이 남천동 해안가에 자리를 틀어 물질을 하면서 쉬는 해녀막사를 지나고 다시 길을 재촉하니 몇 개의 구름다리가 이어졌다.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파도의 물보라가 얼굴을 때린다. 이정표를 보니 동생말이다. 다온 듯했다.
서너 시간의 산책으로 갈증이 난 듯 남편이 막걸리를 한 잔 하잔다. 지병인 통풍에는 곡주가 나쁘지만, 갈증을 이기기 어려운 듯했다. 탁자를 가운데하고 막걸리를 한잔하니 발치아래 계단식 스탠드가 보였다. 특별한 날에는 행사를 하기도 한 듯 광장처럼 보였다.어울마당이다. 여기서 해마다 해맞이행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바다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2011년 일출은 이기대에서 보자는 남편의 제안에 흔쾌하게 대답했다.
오랫동안 군사지구로 묶여져 민간인의 출입을 금했던 탓에 많이 알려지 않은 듯한 이기대공원!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 성을 함락시키고는 경치 좋은 이곳에서 축하 잔치를 열었는데 수영의 기생 두 사람이 잔치에 참가하였다가 왜장에게 술을 권하고 술 취한 왜장과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그 두 기생이 이곳에 묻혀 있어서 “의기대”가 이기대로 불리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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