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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U;콘서트 47th

정순이 2010. 6. 16. 23:14

  "콘서트 보러 갈래요?" 같은 블록에는 살고 있지만, 교분이 없는 분의 갑작스런 물음에 생뚱한 얼굴로 말한 사람의 동선을 따르니

"티켓이 두 장 생겼는데, 난 가질 못해서..." 말끝을 흐렸지만, 미루어짐작하건데 본인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가지 못하니 대신 갖다오라는 뉘앙스였다.

부산의 어느일간신문이 주관하는 콘서트였으며 신문구독으로 인해 생긴 초대권인 듯했다. 콘서트를 보러 갈만한 사람을 물색하다가 나한테 갖고 온 모양이였다.

그러나 교류가 잦은 이웃이 아니라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타이트한 삶으로  문화에 대한 목마름은 늘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문화습득에는 두꺼운 장벽으로 다가오지만,  이번같이 공짜 티켓이 생기면, 생각이 달라진다. 눈에 잘 띄이는 곳에 티켓을 놔두고, 공연 하는 날을 기다렸다.

 

며칠 전, 남편한테도  귀띔을 해두었다. 병원에 갈 일이나, 무슨 행사라도 있지않은 날이면 어딜 나가질 않은게 몸에 밴탓인지, 몇 시간 동안 외출할 일이 있으면 공연한 신경에 미리 이야기를 해두곤한다. 시간적으로나 누구에게라도 구애받지 않고 거리낌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여성들을 보면 일순간이나마 부러운 마음이 일기도 한다. 그런 오늘, 막상 집을 나서려고 하니 졸음의 무게에 짓눌려있는  남편의 표정이 안쓰럽다.  어제, 3-4시간 등산을 갔다오고난 피로가 아직 덜 풀린 듯했다. '꼭 가야하나?  콘서트는 무슨 콘서트? 콘서트가 뭔지 알기나 해?' 내 자신에게 끝없는 물음을 던지며 '야, 가인이! 왜 이래? 약해지면 안 돼! 넌 항상 이게 문제야. 너 자신의 소중함을 가꿀줄  몰라!' 최면이라도 걸 듯 나자신을 책망 했다.

 

 "피곤해하는 당신을 보면 가지 않아야겠지만, 기회가 자꾸 있는게 아니니  갔다와야겠어요." 냉정하고는 거리가 먼 나는 말을 마치기가 바쁘게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마냥 굳은 얼굴을 하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몇 번 와 본 곳이지만, 거리감각과 방향감각이 없는 난 몇 번을 묻고서야 공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할려는 생각으로 미리 온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공연을 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는 생각에 자리에 앉을 생각을 않고, 무대를 주시했다. 바오밥나무줄기를 반으로 잘라 위로 아래로 붙여놓은 듯 한 문양을 한게 무대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고, 홀 중앙 천장에 비치된 서너개의 조명탄이 색을 달리할 때마다, 바오밥나무가 움직이는 듯 출렁거렸다.현란한 율동으로 테이프커팅을 하는 듯하는가 싶드니, 이어  풍부한 성량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목소리가 공연장안을 울렸다.

 

어떤 건셉으로 한 시간 반동안 무대를 이끌어나갈 것인지 공연개요를 해주면  보는데 도움이 될 듯한데,  노래만 몇 곡이나 불렀다. 아래위로 잿빛 승복같은 옷에다 스카프를 두른  복색이였다.  머리를 빚어 올린 모습을 보면 남성인 듯했고, 생김새와 목소리를 들듣고 판단하면 여성인 듯도 했다. 노래가 끝나고 조명이 켜지자,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뮤지컬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밤을 꼬박 세우고 KTX를 타고 급히 우리들을 만나러 왔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셨죠?" 몇 군데 출연했던 드라마를 들먹였지만, 내가 알고 있는 드라마는 유일하게 '선덕여왕'뿐이다. 거기에 출연해 <김춘추>역을 맡았던  《유승호 》라고 했다. 조각해놓은 듯 이목구비가 뚜렷해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유승호>다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흥을 돋우는데, 객석의 모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나훈아의 노래도 아주 소화를 잘 시켰다. 낮은 음역에서도 부드럽게 이어갔고, 높은 음역에서도 팔을 휘두르며 나훈아 흉내를 내며 매끄럽게 넘어갔다.  이어 심수봉 노래도 불렀다. 간드러진 심수봉의 콧소리와 비슷한 음색으로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  아이같은 핑크빛 원피스를 입은 단신의 어느 배우는 접시위 물방울 굴러가는 목소리로 가스펠송을 부르는 듯했다.

 

짧은 원피스에 화려한 장식을 단 남녀들이 현란한 춤과 함께 "일어서서 같이 즐겨요."라며 손으로 일어서라는 시늉을 했다.  흥을 돋우는 ABBA의 Dancing Queen이 흘러나오자  객석의 모든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음악을 흥얼거리자 객장안의 뜨거운 열기는 최고조를 달했다.

 

이어 Fame이 이어졌고, 잔잔한 엘비스의  노래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잔잔한 연주만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서는게 보였다. '뭐야? 끝이났다는 코멘트 한 마디 해주지 않는거야?' 속으로 궁지렁거리며 사람들을 뒤따라 느릿한 걸음으로 홀을 빠져 나왔다....

 

                                     날짜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6월의 햇살 고운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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