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는 글이 아님에도 항상 블로그를 방문해주는 모든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과 함께 즐거운 성탄절과 새해에는 뜻하는 모든 바람이 다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일요일이면 늘 같이 등산을 가곤 했었던 일행들 중에서 남편만 행렬에서 이탈했다. 산악회에서 가려는 행선지가 한 번 갔다온 곳이라 남편은 다른 산악회를 따라간것이다. 늘 같이 행동했던 일행들과 합류하지 못했다는 허전함은 나 못지 않았으리라. 하산 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한 잔 하는 그 즐거움과 충만감은 며칠 동안 그 파장이 이어진다.
가게에 출근하니 Ann phone에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린다.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30초 간격으로 한 번씩 울리는 잔잔한 선율의 멜로디는 아무리 반복해서 들려와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수신메시지확인을 누르니 여러부호와 문자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자메시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알수 없는 모스부호같이 느껴졌지만, ‘루돌프 선물’ 이라는 문자와 하트 문양만으로 충분히 앞의 부호들이 내포하고 있는 느낌들을 미루어짐작하게 했다. 벽에 걸린 벽시계를 보니 11시가 조금 넘고 있었고, 아직 출발지를 향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저쪽에서 “먼저 올라가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의 느낌은 이미 차량에서 내려 등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산에 오르고 있어.” 낯익은 친구의 음성이 전파를 타고 들려왔다. “그럼 얼른 등산해 ” 등산을 하는 도중에 전화를 주고 받으면 숨이 가파를것이라는 생각에 얼른 종료버튼을 눌렀다.
늦은 오후, 남편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드니 액정화면을 보던 남편이 미소를 짓는다. “000형님한테서 전화가 왔네.”를 들으며 남편과 그분과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는 파안대소를 하며 때로는 믿기지 않는다는 말로 소리의 진폭을 조율하고 있었다. 남편의 통화내용에 따라 웃음과 ‘설마’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의구심이 교차를 하며 즐거움의 시소타기를 즐겼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동상동에 오라고했다.” “뭐하러 그런말을 했어요?~몇 시간동안 등산을 하고 나면 얼마나 피곤할텐데...” 나 역시 말은 그렇게했지만 내심으로는 왔음 하는 생각이 심연에 자리하고 있었다. 유난히 무서움을 많이 타는 친구는 남편의 “<민주지산>은 등산하기 힘들다. 거기서 특공대 몇 명이 폭설로 인해 눈속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듣고 갈까말까를 망설였다는 친구...
무척 힘들꺼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민주지산에 오른 친구와 지인들은 남편의 엄포와는 달리 집뒷산에 오른 느낌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남편의 엄포에 산행을 망설였던 생각을 하면 어처구니 없다는 듯 헛헛한 웃음을 날리는듯했다. 하긴 달마산 등산을 같이 갔을 때, 바위를 내려가야하는 곳에서 무섭다며 주춤거렸던 기억이며, 강천산에서 운교(雲橋)라고 일컬어지는 구름다리 상부구조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드러나는 아래를 보며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만도 했을꺼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역시 예전에는 산등성이에 오르면 귀가 먹먹해 상대방의 말이 명확히 들리지 않기도했고 두통, 피부가려움증을 동반한 고산병으로 고생한적이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유원지에 가면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는 아예 이용할 생각을 못했다.
정말 동상동까지 올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더라면 퇴근하지 않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그분들과는 교분을 두텁게 하고 싶다. 퇴근길 거래처에 들렀다. 비슷한 연배라는 공감대와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알아온 사람들이라 그집에 가면 스스럼이 없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술 한잔 해야죠.” “좋죠...” 늘 베풀기를 즐겨하드니 어제는 날더러 한턱 내란다. 안주를 가운데하고 마주한 우리들은 크리스마스이브 문화를 향유했다. 따뜻한 실내공기로인해 몇 잔의 술에도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 더 이상 마시면 안되겠다는 생각을하며 그들을 뒤로하고 퇴근길을 서둘렀다. 멀리서 기독교 성가대들의 합창소리가 크리스마스임을 실감하게 했다. 동상동에서 제일 번화가, 부산의 충무동이라 자칭하는 곳에서 성가대 합창단들의 ‘기쁘다 구주오셨네’ 라는 성탄찬송가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들을 뒤로하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정적이 밀려온다. 도심은 크리스마스로 거리가 달궈져있는데....풍요속 빈곤이 아닐 수없다.^^
‘따르르릉...‘ 실내의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 시간에 어디서?’ 수화기를 드니 남편의 음성이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지금 서면에 내렸는데 동상동에 온다고 전화가 왔어~” 누구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알수 있는 지인들.... 불각시(不刻時)에 가게에 습격해도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을 맞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일요일과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라 일찌감치 가게문들이 철시되어있을 시간이라, 야채를 구입하지 못할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에 냉장고를 열고 청량초며 새송이 버섯을 꺼냈다. 푸성귀는 없다. 야채를 판매하는 가게 하나만이라도 영업하길 기대하며 시장길을 더듬었다. 다행히 한 가게는 아직 문을 닫지않고 불을 밝히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친구의 남편이 좋아하시는 쑥갓은 다팔렸다며 보이지 않았고, 노란 쌈배추와 상추, 마늘을 비닐봉투에 담아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파안대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낯이 익은 목소리다. 철시된 시장안은 적막감이 덮혀 있으니 지인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남편의 전화를 받고 바로 가게로 나왔는데 지인들이 먼저 도착을 한 모양이다. 반가움에 마음이 급했다.
푸성귀를 든 비닐을 들고 가게에 들어서니 밖으로 나가서 해결하자며 내 손을 잡고 앞장서는 친구의 팔에 내팔을 둘렀다. 반가움과 따듯한 정이 교차했다. 외식을 아예 하지 않는 남편과 나는 지인들을 어떤 음식점으로 안내를 해야할지 망설이다 꼼장어가게로 들어갔다. 몇 분 있으니 토막난 꼼장어가 후라이팬위에서 꿈틀거렸고, 먹음직스런 요리로 변신을 했다. 허기를 채운 우리들은 소화를 시킬겸 노래방으로 향했다. 몇 번의 방문으로 낯을 익힌 지인들을 알아보며 반색을 하는 노래방 여주인이 안내하는 룸으로 들어갔다. 낮은 토담집 처마아래 서까래에 수수다발이 매달려 겨울채비를 준비하는 듯 보였고, 고즈넉한 들판 위로 왜가리 한 마리가 허공에 눈길을 주고 있는게 바지런한 탐조객들의 앵글에 잡힌게 보였다. 장면이 바뀌자 머리에 빨간 리본을 단 말티즈 한 마리와 붉은 낙조아래 나목이 알몸을 드러낸채 소실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