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보니 아는 분이 입원을 한 모양이다. 전후사정은 아무도 모르는체 가게문을 열지않아 이웃하고 있는 사람이 알아보았드니 입원했다는 사실만 알수 있었다. 대개 가족 중 누가 입원을 했다고해도 쉬쉬 하는 경우가 많다. ‘ 알리게되면 병문안 오게 한다’ 는 부담감을 줄 수 있다. 다들 가게를 하고 있으니 별도로 시간을 내야하고, 빈손으로 올 수 없으니 비용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즉 제반적인 이유로 상대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바탕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낙상사고를 당했는지, 허리에 염좌를 입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질병이 있어 입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몰랐고, 본인을 통해서 알수 있다는 게 전부였다. 이웃하고 있는 사람이 가게문을 열지 않으니 무슨일이라도 생겼나알아본결과 입원을 했다는 대답이 돌아온 모양이다. 친목회 회원이기도 하지만, 서로 교분이 있는 사람이 입원을 했으니 병문안을 가봐야지 않겠나며 의견조율을 하고 있었다. 대개 아들이름을 앞세워 ‘누구 엄마’ 로 불리든가, 상호를 앞세워 부르기도 하는게 통용되어오든일이라 입원을 했을 때 제일 난감하다. 이야기 도중 한 사람이 입원환자의 이름을 알아오겠다며 종종걸음을 지치며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결국은 이름은 알아오지 못했다. 지인이 입원한 층수만 알아왔고, 간호사 창구에서 물어보면 금방 알수 있다고도 했다. 하긴 규모가 크지 않는 의원급이라 최근에 입원한 환자 인상착의를 말하면 금세 알수 있지 않겠나는 생각에 발걸을음 재촉했다.
가는 도중 음료수를 사갖고 가야할지 봉투를 내야할지 의견이 분분하든 끝에 몇 푼의 돈을 갹출해 봉투에 넣어서 주기로 했다. 하긴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음료수나 과일 같은게 아주 많이 들어온다였고, 요즘사람들은 위가 줄어서인지 방문객들이 사갖고 온 음식을 다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다 먹지 못할 때는 처분하기도 꽤 성가시다는 말을 들었다. 이름을 알지 못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고 난 뒤 목소리 큰 사람이 입원실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누구 엄마’ 라고 ....금세 조건 반사를 일으키며 반응을 했다.
입원실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이 우리를 반색한다. “뭐하러 여기까지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이렇지싶어 아무한테도 알리지도 않았는데...”가볍게 눈을 흘기며 반색하는 기색을 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게 늘어뜨려진 링거호스를 옆으로 걷어내며 손을 맞잡는다. 오른손 손목위에 링거가 꽂혀있는걸보니 환자같이 보였다. 식사를 할 수 있는데도 입원만하면 수액부터 꽂고보는 병원 풍속도다. “처음에는 가게문을 열지 않기에 피곤해서 며칠 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가게문을 열지 않기에 궁금해서 물었드니 입원을 했다지 머에요. 무슨 일이 있었든거에요?”
“가족들 김장을 다 담아주려다 그랬지머...” “그럼 김장담그다 이렇게 된 거란 말인가요?” “해마다 딸네 김장하고 아들네집 김장은 내가 해주거든. 그래서 양이 많아. 그날도 백포기나 되는 배추를 사다가 절여 더 큰 용기로 옮기려는데 허리가 삐끗하잖아, 절이는 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였거든. 그래서 중도에 포기도 할 수 없고해서 그냥 다 해버렸드니......처음에는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거든, 해서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무리를 했드니 이렇게 돼버린거야. 김장을 다하고 난 뒤 일어서려는데 허리가 펴지지 않는거야. 한발자국도 뗄수 없는거 있지? 할수 있어? 남편 부축 받으며 엉금엉금 기어오다싶이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
윗세대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주부들은 (나는 제외) 자신이 직접 담은 김치로 일년 먹거리를 갈무리한다. 요즘같은 젊은 세대들이야 농협김치나 주문김치를 선호하지만, 자신이 직접담은 김치맛에 길들여진 우리세대들은 남이 담아준 음식에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그러니 김장철만 되면 주부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서 한해동안 먹을 김장만 담아놓고 나면 짐을 내려놓은듯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가게 오시는 한 할머니는 높은 연치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조카들 김장까지 담아 제주도까지 보내기도한다. ‘올해는 안 해야지, 올해는 안 해야지...’ 늘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친척들이 부탁을 하면 딱부러지게 거절하지 못하고 또 다시 자신을 혹사 시키고만다. 대충 담은 김치가 맛이 없어서 겨울배추가 맛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도 김장을 담그기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주부들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