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마다 가게에 들려 자신의 응어리져 있던 마음을 속시원히 틀어놓고 가면 그렇게 홀가분해질수가 없다며 기꺼이 자신의 카운셀링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는 한 여인이 있다. "정말 대단해." "머가?" "하루종일 남편과 같이 가게를 보면서도 아무문제 없이 살고 있다는게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걸...."" 왜 무슨일이 있어?" "딱히 무슨일이 있는 건 아닌데 남편과 같이 가게를 하고 있으니 마음상하는 일이 아주 많구 자주 부딪치게 되더라구... 가까이 있는 가족이라도 같이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보면 상대에 대한 보고픔의 상징성이 남아있을 것 같아." "무슨일 있나보네. 말해봐"
가게에 들리는 몇몇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신의 은밀스런 이야기들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가는 사람이 셋이나 있다. 가끔 들러 자신의 억눌려있었던 심정을 배설하고 난뒤의 그 시원함에 가뿐한 걸음걸이로 가게를 나서곤 해 할당된 나만의 시간속으로 그들이 잠식을 해버리곤 하지만 그로인해 미간을 찌푸리는 일은 없다. 만에하나라도 여의치 않다면 바쁜 일이 있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그들도 나를 방해한것 같은 미안한 얼굴을 하고 총총히 자리를 떠나간다. 그 배경에는 가게하는 사람만의 특권이자 편리한 합리화를 가장한 나만의 도피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객쩍은 웃음을 짓곤한다.
부부사이의 다툼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대저 큰일을 앞두고는 부부가 서로 의논을 도출해 합리적으로 끝맺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의 고민의 맥을 따라가다보면 사소(?)한 오해의 틈을 제공하는 그녀의 남편에게 있는 듯 했다. 가끔 남편은 내게 페미니즘이라는 말로 여자들의 항거를 일축하려하지만 중립적인 입장일 경우가 더 많음을 밝히고 싶다. 비단 아들을 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남편의 존재를 가볍게 보고 말을 함부로 한다든가 자신의 이익만 내세우는 여자들을 만날때는 지나치에는 모난성격이 가만있질 못한다.
비근한 예로 친정에 있는 조카며느리의 경우가 그랬다. 조카(조카며느리의 남편)를 대하는 조카며느리의 태도가 영 못마땅했다. 시댁어른들이 있을 때는 남편을 대하는 태도에 조심성이 모티브 되어있어야함에도 친구처럼 말을 한다는게 영 껄끄롭게 느껴졌고, 감정의 격랑을 이기지 못한 나는 한마디 하고 말았다. "니는 남편한테 하는 말버릇이 그게머꼬?"그 일이 있고난후 친정에 발걸음 할일이 있어 가보면 달라진 조카며느리를 볼수 있었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볼수가 있다. 부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던 부부싸움없이 잘살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아내와 한평생을 같이 살아갈텐데도 아내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든가 같은 말이라도 어감이 이상하게 받아들이게끔 원인제공을 하는 남편들을 만나면 나자신의 입장이 되어 공분을 나타내고만다. 대저 '경상도 남편들은 성격이 그러니 아내가 이해를 해야한다든가' 는 식으로 남편의 무뚝뚝함의 합리성을 도출해낸다면 경상도 여자들도 같은 입장이 되어 행동해도 괜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도 그런일에서 상처를 받았던 듯 했다. "일요일마다 여기와서 고민을 틀어놓고 스트레스 풀곤 하는데 만약 내가 이 가게에 오지 않는 날이 있다면 죽은 줄 알면 될 거야" 라며 협박성 멘트를 하고 가는 그녀의 어깨가 유난히 처져있어 크다란 파문이 뇌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왜 남편들은 아내들의 마음을 몰라줄까? 아내들은 큰걸 요구하지 않는다. 아내가 힘들어 할 때 말한마디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걸 왜 남편들은 캡처를 하지 못할까? 왜!남편들은 아내의 고생하는 모습은 당연한걸로 받아들이면서 남의 여자들의 수고로움은 대단한것처럼 말을 하는걸까? 특유의 경상도 성격은 감추어버리고 "수고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는데서 많은 아내들은 심한 심적페닉현상을 초래하고 만다. 그녀도 그랬다. 하루종일 일에 치여 자가자신을 가꿀시간마저 없이사는데도 남편으로부터 수고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없다고 했다.
'경상도 사람이 다들 그렇다고 하니 그럴수도 있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위무하곤 했지만, 어느날 가게일을 배우기 위해 일을 도와주는 여인에게 수고한다는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을 때는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내의 마음이 어땠을꺼라는 최소한의 생각도 못했단 말인가. 일을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살아감에 있어서 투자해둔다는 마음이 우선이기에 대가없이 일을 도와주는게 아닐까! 그런말을 하면서 그때의 일이 떠올랐는지 감정이 북받친 듯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있었다. 오른팔을 올려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즉히 속삭였다. "많이 서운했겠구나." 라구......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남편과 다른 남편이 같이 자리를 했을 때는 남편을 항상 상위개념에 올려두고 말을 한다. 남편을 사랑하고 안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그게 최소한 남편에 대한 배려와 도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내들은 대개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남편들은 아내의 존재를 등한시하고 다른 여자에게는 칭찬의 말로 환심을 사려는 듯 한 태도를 취하는 걸 자주 봐왔다. 아내를 등한시한다고 해서 남편의 자존심이 올라가나? 왜 그런 유아적인 생각으로 일관하는지 그런남편들을 보면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그런 남자들이 달리보이곤 했다.
일전에 대화방에 들어갔을 때 어느 남자분은 아내를 힐난하고 있었다. 물론 아내와의 사이가 매끄럽지 못함은 이해하지만 아내를 험담하는 걸 보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남의 가정사 일에 충고샅은 말을 한다는 게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게해서라도 그 남자분의 오류로 얼룩져있는 생각을 꾸짓고 싶었다. 그분은 아내를 험담했던 조금전의 행동이 미안했든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의외로 우리주변에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남편들이 많음을 보고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역으로 아내들이 그런행동을 했을 때는 조금의 양보도 없이 치도곤을 들이댈 속좁은 남편들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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