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조카생각에...(1)

정순이 2004. 5. 16. 13:01

둘째 오빠의 늦은 결혼으로 큰 오빠의 큰 딸인< 혜정>이의 탄생은 우리에겐 크다란 축복이였다. 자식들의 장래와 큰 오빠 밑으로 태어난 다섯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려면 시골에서의 생활로는 감당해내지 못할 꺼라는 큰오빠의 판단아래 일찌감치 객지로 나갔었다. 그렇게 정주한 곳이 밀양역에 내려서 15분쯤 버스를 타고가면 <내이동> 이란 곳이다. 처음 얼마동안은 낯선도시의 생활에 즉응하지 못해 몇번이나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그런 큰아들을 안타깝게 지켜만봐야하는 아버지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큰오빠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지어야 할 땅의 지분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부지런함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큰 올케가 아이들 뒷치닥거리로 시간이 많이 뺏길 것 같다는 생각과 마음적으로나마 힘들어 하는 큰오빠내외의 몫을 조금씩 나누어가져야지 않겠나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으로 할 몫이라는 생각에 가끔 들리는 조카들을 조카가 6살무렵이었다.

 

<하혜정> 오늘을 친정조카인 <혜정>이에 대해서 앵글을 맞추어 볼련다.

지금 살아있다면 40살...막내인 나와 큰 오빠와의 나이차이는 40살이나 된다.

친정모친이 신혼일 그 시대상황만 해도 동생들과의 터울이 아주 심했다. 그러니 큰오빠와 둘째오빠의 나이차이는 4살터울이었고, 그 아래 셋째오빠와도 다섯살이나 터울이 심했다. 그런 큰 오빠의 맏이로 태어난 <혜정>이와 막내고모인 나와는 6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니 큰올케가 시집을 왔을 때는 나는 코흘리게 꼬맹이었고 내가 자라나는 전과정을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은 어머니와 큰올케이다.그런 큰올케는 내겐 부모와도 같은 선상에 올려도 무방할터이다.

 

까만 부츠인 꼬마신랑 신발을 신고 엄마 손을 잡고 대문을 들어서는 조카의 모습은 한폭의 목가적인 영화를 연상케하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는 신발이었고, TV속에서 탈렌트들이 신는 그런 신발이었다. 돌담 옆으로 사릿문을 들어서면 객토작업을 해 만들어놓은 텃밭이 있다. 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는 푸성귀 옆 듬성듬성 심어져 있던 뽕나무...그 연록색의 향연뒤로 들어서는 <혜정>이의 등장...지금도 그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련한 추억에 누선을 자극한다. 푸성귀 옆으로 심어진 뽕나무, 별다른 소득을 기대하지 않고 주어진 복에 농사짓는걸로 만족하며 살아온 시골사람들에겐 정부의 시책으로 누에키우는걸 특화화 시킨건 앞을 내다보는 훌륭한 선경지명이 아닐수 없었다.

 

처음에는 몇집만 키우던 게 종래에는 집집마다 누에키우지 않는 가정이 없었고, 누에고치는 우리들에게 크다란 소득원이 되었었다. 집집마다 뽕나물을 심어 놓은 집들이 많았다. 어느해 여름....이른 아침에 뽕나무 아래에서 놀던 <혜정>이는 "할머니,비가와요." "응, 그건 비가 오는게 아니라 이슬을 머금고 있던 나무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거란다." 할머니의 말씀에 동그란 눈을 반짝이던 <혜정> 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쩌다 시골에 내려오면 동네가 떠들썩했다.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일관하는 시골사람들은 편한 옷차림을 선호하게 되고, 별 다른 소득이 없기 때문에 옷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편이다. 그러니 당연히 남루해보이는건 당연할테다. 어쩌다 외지에 나가 있던 사람들이 멋진 옷차림으로 마을을 들어서면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의 도마위에 출연료를 받지 않은 이방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나목이 되고만다.

 

" 그집의 누구누구는 객지에 나가 성공했다더라" 라는 말과 함께 "정말 성공했을까?" 라는 문제의식이 뒤따르면서 뜨거운 감자로 달아오르고만다. 무료한 날들의 연속이던 시골사람들에겐 더없는 군것질거리의 공급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배면을 들여다보면 관심이 있어서일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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