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인간 관계

정순이 2003. 12. 13. 12:39

개업한지 일년째 접어들었어도 한번 가보지 않았다는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던지 느닷없이 남편은 "오늘 저녁에는 "수영에 있는 초량갈비집에 한번 가볼래?"
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다음 말을 잇는다. "개업한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한번도 들러보지 못했잖아. 그러니 생각날 때 한번 가보자." "그럴까요? 그럼 오늘 가게마치고 한번 들러보죠.머~"

우리 가게가 처음 개업할 시절만 하더라도 가게 쉬는 날이면 갈비집하는 식당이나 중국집을 가가호호 방문을 해 우리 가게 홍보를 하는데 하루를 할애해도 다리 아프다는 내색을 못하곤 했다. 그러나 늘어나지 않는 거래처에 초조함은 더해갔고, 우리에겐 성공할 기회가 오지 않나 하는 자책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몇번이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시작 한 가게라 그 절박함은 젊었을 때의 마음보다 더 초조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벌써 나이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아들은 커 가가기만 하고 있는데 또 다시 실패를 거듭한다면 일어설 희망조차 보이지 않아 피폐해질데로 피폐해진 마음을 스스로 독려하며 거래처 확보에 열을 올리곤 했다.

그런 세월이 흐른 지금 초창기때 가졌던 그 마음은 날이 갈수록... 회수가 거듭될수록 고객들을 대하는 내 마음은 나태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져 그때의 절박했던 마음은 흔적이 없다. 그래서 연예인들에게나 정치인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 는 말로 나태해진 마음을 경계하라는 말이 함축되어 있을 것이리라. 가게 문 닫기에는 좀 이른시각.... 셔터문을 철시했다며 집으로 전화가 왔다. 8시에 퇴근시간을 정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나머지 시간(9시30분까지)은 남편이 가게를 보곤 한다. 그나마 그게 내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집을 나오니 꽤 쌀쌀해진 기운탓에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벌써 12월달로 접어 들었으니 당연한 기후이지만 추위에는 약한 탓인지 겨울이 올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하루종일 추위에 떨다 집에 퇴근하면 어깨가 뻐근해져 그 고통이 힘에 부친다. 거래처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는 주인부부의 마중을 받고보니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겨오며, 따뜻해진 실내 공기에 어깨를 바치고있던 뻐근함이 봄 눈 녹듯이 녹아내린다.

"어머 사모님 미인이시네요~" 온 얼굴 한 가득 웃음을 날리며 처음 보는 내게 립서비스로 농담을 건내며 반가움을 표시하여왔다. "니는 좋겠네. 미인이라는 소리도 다 듣구..." 눈을 살짝 흘기며 주인여자에게 웃음으로 응대를 하고, 남편에게도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농담인줄 알면서도 맞불놓는 남편의 말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잠시 앉아서 같이 술한잔 해요~"
"조금 있으면 예약손님이 오시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한가한 시간에 오셨으면 같이 술한잔 하면 좋은텐데..." 그녀의 생각 기저에는 어려운 걸음을 한 우리부부와 같이 술한잔 못하는게 내심 미안함으로 다가갔던 모양이다. 그녀의 말을 뒷밧침이라도 해주듯 좀있으려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단골고객인 듯 그분들과의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윽고 그들의 일행중에 한사람에게 우리를 소개한다.

"이분이 우리가게에 물건 대 주는 분들이세요." 주인의 말에 고개를 돌려 우리부부를 보곤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이 집에 단골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먹어볼때마다 맛있다는걸 느낍니다. 그런데 일전에는 맛이 좀 덜 하더라구요. 최상품만 갖다 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주인이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하는 그분의 성격은 그 가게가 일익번창 하길 바라는 마음이 인프라 되어있기 때문에 그런말을 하지 않았나 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가끔 수주업체에서 들어오는 건 어쩔수 없지만 우리도 최상품만 달라고 요구하겠습니다."

어느듯 서너잔 술에 홍조를 띠고 있다며 나의 술잔을 뺏는다. 이렇듯 남편은 자신의 핵우산(?)아래... 영향력아래 내가 순종하길 강요한다. 나 자신을 마음데로 하지 못하고 지분이 약해진 나는 웃으면서 남편의 뜻에 응하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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