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

날마다 수은주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어제는 겨울의 칼바람을 연상케 하드니 오늘은 봄같은 따스함이 피부에 와 닿는다. 간간히 뿌려주는 는개같은 보슬비가 진눈깨비로 대신하면 더 좋으련만..
지역적인 기후차이가 심해서인지 부산에는 눈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많큼이나 어렵다.

엊그제 서울에서는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지랑이처럼 밀려오는 향수에 타임머신을 타고 스무살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젊음을 향유하다 돌아왔다.
서리꽃이 만발한 나목아래서 스냅사진으로 추억을 만들기도 했었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위를 지그재그로 내 발자국의 흔적을 동판시키 듯 찍어놓곤 했었다. 그런 추억들은 세월의 흐름속에 점점 기억속으로 멀어져가고 삭막해진 뉴스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각박해지기만 하는 현실과 옛 기억들이 비견되어 자꾸만 우울해지는 소식들 뿐이다.어제...인터넷 신문을 보던 남편이 나를 향해 소리친다.
"세상이 이렇게 삭막해서야..."
"무슨 말이예요! 무슨 사고라도 났나보죠? " 워낙 험악한 사고들이 매일 신문 한 귀퉁이를 도배하는 현실이라 왠만한 사건보도에는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그렇거니 하며 받아들이는 관습이 길러진지는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나만 그런것은 아닐것이리라는 생각이다. 용돈을 주지 않는 부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천륜을 저버리는 자식이 있는가하면, 병에걸려 간병인이 필요한 부모를 유기하는 일까지...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비일비재하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어떻게 하겠는냐는 설문조사에 100의 80%는 부모를 의료기관에 맡기겠다는 20대들의 반응에 허탈 한 기분이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세상인심이 날로 각박해지는 현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어제 '이규태 코너'에 실린 카테고리가 잔잔해진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까마귀는 길러준 어미를 먹이는 반포(反哺)를 한다하여 불효자식을 나무랄 때 까마귀 반도 못할 놈이라 했다.부모를 버려 독거노인을 죽어가게 하는 세태를 경종을 울리고자 했음을 엿볼수 있는 기사가 아닌가.

날로 비정해지는 인륜에 나 자신만 도생하려고 발버둥쳐야 한다는 현실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