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茶한잔을 마시며...

정순이 2003. 12. 4. 12:01
밤새 몸을 부대끼며 피울음을 토해내듯 한 아파트 뒷산 나무들의 울음소리도 잠잠해졌고, 아파트 출입문안으로 간밤의 바람에 못이겨 떨어진 노오란 나뭇잎들이 농담을 달리하고 있다. 가게 진열장 형광등불이 명멸하는걸 보니 수명을 다 한 듯 해 인근에 있는 조명시설들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렸다. 뒤 따라 온 듯 낯익은 얼굴이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어머, 여긴 어쩐 일이세요? 우리가게 가까이서 가게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어디서 하는지는 잘 몰르거든요."
황당하다는 듯 검지손가락으로 옆 가게를 가르켰다. 그녀가 가르키는 손가락으로 시선을 옮긴 나는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출퇴근 할때마다 늘상 다니는 길섶에 그녀의 가게가 있을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무관심이 서운 한 듯 내 시선을 끌면서 자신의 가게로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그 녀를 뒤따라 그녀 가게에 들어섰다.그 서운함속에서는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음식을 주문해주지 않았다는 야속함도 마음한켠에 자리잡고 있었을것이라는 생각을 미루어 해보았다.

하얀 벽면에 자그마한 액자가 앙증맞게 나열된게 주인장의 세심함이 잘 퓨전 된 듯 매치가 되어 있었다.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그녀가 지인의 소개로 가게에 들렀을 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조기퇴출로 직장을 잃고 시작한 풋내기 사장이였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에 정보에 봉착하자 뚜렷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쉽게 차릴수 있는 업종이 체인점 형식인 이라는데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여러 가지 아이템을 그려보고 문을 두드리며 접근을 시도해보았으나, 경쟁이 치열해 한 동네에서 같은 업종을 할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한 장벽이 있는데도 쉽게 내어주는 품목은 '장우동' 이라는 칼국수 체인점이었다. (칼국수나 김밥, 여러 음식을 만들어 파는 가게)밑천이 많이 들지 않는 장점도 자리하고 있었고,만에 하나라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문을 닫게되는일이 생긴다하더라도 투자금 손실은 많지 않다는 데서 쉽게 결정한 가게...

몸은 좀 고되더라도 본사에서 제반적인 재료나 노하우를 제공해주니 별다른 기술이 필요치 않아 프랜차이즈화 되어있는 '장우동' 이라는 업종을 아이템으로 선택을 했단다. 썰렁한 가게안 한쪽 테이블을 한쪽으로 미루어 두고 그 틈새로 90cc 짜리 오토바이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자 묻지도 않은 나의 궁금증을 그녀는 해결이라도 해야 겠다는 듯 말을 잇는다. "지금은 나혼자 하고 있어요. 남편도 얼마전에 다른 직장을 구해 다니고 있고, 종업원도 내 보냈어요. 주문하는 집까지 갖다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종업원을 쓰곤 했지만, 인건비가 너무 많이 나가잖아요. 임대료 맞추기도 벅찬걸요. 참
어때요? 재래시장에도 체감경기가 심하나요?"

"그럼요. 누구나 가게 하는 사람이나 사업하는 사람들도 나 마찬가지 일걸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봉급이 박해지면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꺼내기 부담스러워 할테고, 도미노 현상으로 장사하는 사람에게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는데요. 그러니 IMF때보다 피부에 와 닿는 체감 경기가 더 심하다고 아우성 들 인걸요." 시장 시간이 임박해 그녀를 뒤로 하고 돌아왔지만, 그녀보다 나의 위치가 조금더 여유로운거 같아 다같이 잘살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사오정과 오륙도 심지어 삼팔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등 조기 퇴출이 일반인들의 목을 조여오는 거부할수 없는 현실에서 그녀 부군은 그나마 직장을 얻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제도 어느 가정이 빚으로 인해 자살을 하였다는 우울한 활자가 눈을 어지렵혔고, 또 다른 어느 집은 부도난 사업으로 빚에 쪼들린 생할을 견디다 못해 아내가 가출을 하고 가정이 해체 되었다는 가슴 아픈 뉴스도 들려온다.
잠시 커피 한 모금의 고소함을 들이키며 여유로움의 매너리즘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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