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 드세요~"
"무슨 좋은 일이 있나보죠. 누가 사는 거예요?"
가끔 아이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았다던가 아니면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하고 난후, 제사를 지낸 이후에 음식을 갈라 먹는 경우도 있고, 혼사를 앞두고도 주윗분들에게 알리는 의미에서 커피나 식혜를 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럼 다들 한마디씩 덕담을 하는 걸로 이웃간의 도타운 정을 공유한다.
" 식료품 파는 집에 이번에 딸이 결혼을 하나봐요. 기분이 좋아서 한턱 낸답니다."
"그래요? 정말 축하할 일이네요. 저 대신 잘 마시겠다는 인사 전해주세요~"
그녀는 29살이나 되었어도 엄마의 보호아래에서 힘든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 주위분들은 안타깝게 하곤 했다. 크다란 큰 키에 차양있는 모자를 꾹 눌러쓰고 허름한 입성으로 힘든일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한다. 요즘 같은 젊은 아가씨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엄마강요에 의해 장사를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그 집 이야기가 나올때면 다들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씩 거들곤 했다.
"엄마의 성격이 자식의 혼사길을 막는지 아닌가 몰라." 또 다른 이들은 " 엄마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자식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거 같애." "자기딸의 처지는 생각지 않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네." 내지는 " 혼자 장사하기 힘들어서 딸을 부려 먹을려고 혼사가 들어와도 거절하는거 아냐?" 남의 이야기를 즐겨하는 호사가들은 그녀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으레껏 그녀와 그녀 엄마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입방아를 찧곤 했다. 그녀 가족에게 지나치게 쏠려있던 관심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녀가 결혼을 한단다. 이런 경사스러운 일에 모른 채 할수 없는 주위 사람들은 그녀 가게로 몰려갔고, 한마디씩 덕담을 하기에 말을 아끼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좋은 소식이 들리더군요." "감사합니다. " 평소때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오늘만큼은 그녀 엄마도 얼굴에 엷은 화장을 하고 홍조를 띄우고 웃으며 응대를 해왔다. "사돈 될 사람하고 오늘 상견례를 하고 왔어요." "택일은 했나보죠~?"
"다음달 00(몇일)로 날짜가 나왔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주위 사람들이 덕담을 주고 받고 있어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가 옆에 있었다면 아가씨에게도 한마디 덕담을 곁들이고 싶었는데....아마 신랑 될 남자분과의 꿈같은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지 모를일이다.
무슨일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엄마성격과는 반대로 아가씨는 하얀 피부를 창이 있는 모자속에 감추고 나붓한 말로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곤 했다. 가꾸지 않은 얼굴에 꾹 눌러선 모자가 그녀를 걱정스럽게 까지 했는지 모른다. 여느집 아가씨라면 자신을 가꾸는데 많은 투자를 할 나이이기도 하거니와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로 여자들의 꾸밈에는 죄가 없다는 말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다. 나 역시 여자는 가꾸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쩌다 그녀의 엄마는 딸이 하는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워하지 않고 이웃에서 들릴만큼 큰소리로 딸을 다그치곤 하곤 한다. 그러나 엄마의 큰 목소리에 자리를 나무라도 아가씨는 묵묵히 하던 일만 계속한다. 다른 아가씨들이라면 서운한 마음에 엄마에게 볼멘소리도 할것만 같아도 그녀는 전혀 대응을 하는 법이 없다.
그 정도로 그녀는 착한 마음을 가진 소유자다. 대처에 나가 지명도 있는 대학을 나온 그녀의 큰 오빠는 결혼과 동시에 집을 떠나 처갓댁 가까이 이사를 한후 연락을 끊고 집에는 아예 발걸음을 하지 않는모양이다. 그녀의 어머니도 나름데로 큰 자식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한 듯 하지만 딸자식에 대해서만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대하곤 한다.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한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인제 엄마의 울타리를 떠나 자기만의 안식처에서 남편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주하길 빌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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