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돌잔치...

정순이 2003. 12. 1. 12:33

지난번 친정 큰오빠 기일에 들렀다가 둘째 오빠네 둘째 손자 돌이 30일이라걸 지나가는말로 설핏 하시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나는 아들이 하나뿐이라는 손해의식이 둘째 오빠네의 뇌리에 잠재되어 있는지 말씀하시기가 미안했었던가보다. 둘째 올케를 잡고 물었다.
몇시에, 어디서 하는지를....빈 메모지 자투리 종이를 찢어주며 적어달라고 했다. 말을 듣는 그 순간은 기억할 듯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쉬이 잊어버려진다는걸 몇번이나 경험을 통해서 느꼈기 때문이다.

받아든 종이를 지갑속에서 넣고 집으로 왔었다. 그런 어제가 조카손자의 돌잔치인걸 알고 일찌감치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막내오빠차에 무임승차 하기 위해 전화를 돌렸다. "언니 나중에 은정이 아들 돌잔치 갈 때 전화해 알았지? 시간이 6시라고 하니 그 시간 맞추어서 우리 가자~"
"그시간에 가면 늦지 않을까." "머 늦겠어. 다들 조금은 늦게 도착할텐데...일찍 가서 많이 먹는거 보다는 조금 늦게 가서 덜 먹는게 유리할거 같은데.." "그럴까. 그럼 나중에 시간 맞추어서 전화를 할게. 같이가."

먹을걸 앞에두고 거부의 손사래를 치지 못하는 유약한 내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식탐이 욕구가 강한 편이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서 올케의 전화가 걸려왔고, 가게에서 떨어진 농협앞 간선도로에 나갔다. 그러나 오빠의 차는 보이지 않았고, 오빠와 조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는요?"
"응. 아무래도 모임이 있으면 술을 한잔 하지 싶어서 두고 나왔지 머."
"잘하셨어요."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오늘 우리 가족이 총 출동하는 바람에 은정이는 손해가 많겠는데...^^"
"누가 아니래. 나는 항상 손해를 보는 느낌이야. 아들이 하나뿐이니 말이야"
"누가 아니래. 억울하면 하나 더 낳지 그랬어?"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막내오빠의 대답이 돌아왔다. ^^ "아름아 아무래도 은정이 보기가 여간 민망하지 않으니까 오늘만큼은 고모딸로 입적해라 알았제?"
"그럴까요?~~"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서도 차는 계속 달리고 달려 우리가 내려야 하는 지점에 도착해 우리가 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벌써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둘째 오빠의 둘째조카...막내조카와 이번에 공무원 시험을 볼꺼라는 야심찬 계획으로 둘이서 공부를 하는모양이다. 일전에 큰 조카가 좋은 성적으로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군무원 생활을 하는걸 옆에서 본게 그들이 공부하게되 계기가 되었다. 그 생각만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이미 결혼을 해 아이들까지 두고서도 그런 마음을 먹는다는게 여간 대견하지 않다. 모쪼록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조금 있으려니 식순이 시작된 듯 웅성거리고 있었다. 몇번째 이던가 조카손자가 드디어 상위에 올려진 물건을 잡는 순서가 되었다.

실, 연필,돈...기본적으로 세가지를 올려놓고 한가지를 선택하는 이벤트다. 사회자로 나온 도우미 남자분이 우리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인제부터 아이가 머를 잡을지를 보고 그에 맞게 손을 들어주십시오. 실을 잡는다고 생각하시는분은 왼손을 들어주시고, 연필을 잡는다고 생각하시는분은 오른손을, 또 돈을 잡을꺼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양손을 들어주십시오. 아셨죠? 큰소리로 대답해 주세요. 행운의 당첨자에게는 푸짐한 상품이 있음을 유념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하얀 봉투를 집어든다. "이 안에
티켓이 들어있어요."

카메라맨을 자청한 조카사위 친구가 사회자 앞에서 사회자의 말을 가로 막는다." 그 안에 내용물이 먼지 중요하죠. 머가 들었는지 그게 더 중요할것 같은데요."
"동남아 여행권이 들어있어요~^^"

이런 가벼운 행사에 동남아 여행권이라 믿기지 않은 면이 없진 않았으나 구미가 당긴 나는 2번을 선택하기로 마음을 정했고, 돌을 맞이한 손자에게 제발 연필을 잡아달라고 손자가 들릴만한 소리로 외쳐보았다.^^
"유탁아, 연필을 잡아. 알았지?"
내 생각을 공유라도 한 듯 유탁이는 연필을 잡았고, 몇몇이 나와 같은 오른손을 들었으나 사회자의 말에 다들 머뭇거리며 무대앞으로 나가길 주춤거리고 있을 때 용기 있게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나의 모습이었다.

등뒤에서 소리치는 큰 올케의 말을 무시한 채...
"고모, 고모는 해당사항이 아닌 것 같은데..."
좀전에 사회자가 한 말이 " 당첨 된 사람중에 자신이 제일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앞으로 나와주세요. "라는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올케의 몸부림이었다.^^

사회자 앞으로 가까이 다가간 나는 사회자가 내민 하양 봉투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민망한 듯 씨익 웃어보았다. 카메라 플레시가 터지는 듯 섬광이 번쩍였고, 부끄러워진 나는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 ^^
봉투안을 살짝 들여다 본나는 그 속에는 이 뷔페에서 중식이나 석식 한끼를 공짜로 이용할수 있는 티켓이 들어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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