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백년손님...

정순이 2003. 11. 18. 13:35
외손녀 분만으로 친정에 와서 한달 여 동안 몸조리 하는 둘째 딸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며 힘이 들어죽겠다는 말을하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러나 그녀는 마냥싫지만은 않은 듯 간간히 웃음을 베어물고 말씀하신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르겠어요. 내가 자식을 놓았을 때는 그런 기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에 파묻혀 살았었는데 말이예요. 인제 한어느정도 얼굴 윤곽이 잡혔고, 재롱을 떠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이게 내리사랑인가봐요. 그런데 불편한건 딸의 수발드는 건 그런데로 견딜만하는데 사위반찬까지 신경을 쓰야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예요. 둘째 딸이 아이를 가졌을 때 제가 그런말을 했거든요. 몸조리 잘해야 한다구요. 내가 딸 같은 동시대 때는 어디 몸조릴 할 처지가 되었나요? 아이 낳고난 뒤 친정에 가서 몸조리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였죠. 시어머님이 미역국을 끓여놓고 밭에 일하러 나가시고 난후에나 허기진 배를 채웠고, 하루나 이틀 정도나 누워있으면 그게 유일한 몸조리 였으니까요. 그때 몸조리 못한게 한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딸자식만큼은 손자손녀들을 놓고 나면 몸조리 잘하라고 신신당부하죠. 아이놓고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기까지는 딱딱한 음식은 먹으면 안된다는 것과, 몸조리 한다고 이불을 쓰고 있어 아무리 더워도 바람쐬지 말라고 조언하죠. 큰딸도 외손자 놓고 난 뒤 친정에 와서 한달동안 뒷수발 들어가며 몸조리 시켰구요. 이번에 외손녀를 낳은 둘째딸도 내가 뒷수발 들어줄꺼라고 말을 했었죠. 내가 그런말을 하긴 했었는데 막상 분만할 날이 가까이 다가오자 사위가 내게 전화를 걸어 왔는 거 있죠?"
"뭐라구요?"
"어머님(장모님을 편하게 대한다고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함)! 집사람 아기 낳으면 어머님이 수고 좀 해주세요. 한달이 되던 주달이 되던....." 그런 내용으로 부탁을 하는거 있죠?
막상 내가 둘째딸의 뒷수발 들겠다고 자청을 하였지만 사위로부터 그런말을 듣고보니 기분이 서운해지더라구요. 공연히 큰 딸 뒷수발 들었던게 나쁜(?)선례가 되어 나를 부려먹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사위까지 집에 와 있으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예요.
딸만 와 있다면 있는 반찬에 수저만 하나 더 상에 올리면 그뿐이지만 사위가 와 있으니 반찬 가지수에도 신경이 쓰이지만 옷입는거에도 얼마나 눈치가 보이는지..사위는 편하게 하라는 말을 해오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사위되는 분은 친가 거리가 먼가보죠?"
"네. 직장이 우리집하고 가깝기도 하거니와 딸이 결혼하면서부터 친정가까이 집을 얻자고 말을 했었나 봐요. 사위도 그렇게 하자고 동의도 했구요. 그러니 매일이다시피 친정에 오긴 하는데 사위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보진 않았으니 모든게 불편할 뿐이죠."
그러면서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린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다리도 관절염 때문에 통증도 있구, 허리도 통증도 있지만 딸이나 사위한테는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저들이 불편해 할까봐...."
"그런가 보면 부모님 사랑은 끝이 없는거 같아요. 조건없는 무한대 사랑....저는 친정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 호사를 누려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친정에서 몸조리 한다는 산부를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어요.나도 딸이 있다면 아주 잘해줄거 같은 생각이 들거던요. 제가 아이를 놓았을 때는 시어머님 당신이 오셔서 수발을 들곤 하셨는데 단칸짜리 방에서 주무시기 불편해서 아침일찍 우리집에 오셔서 제반적인거 다해놓으시곤 저녁때가 되면 저녁을 차려놓고 다시 집에 돌아가시는 일을 5일동안 반복을 했으니 마음적으로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지 몰라요. 아무리 잘해주신다고는 하나 시어머님이시니 누구나 나 같은 입장이라면 그러지 않겠어요. 한번은 쌀통에 쌀이 떨어졌었나 봐요. 하고 있던 가게 매출이 별로였던때라 어머님이 당신 주머니를 털어 쌀을 사놓곤 말씀을 안하신거 있죠.? 그게 부모마음인거 같아요. 그리고 또 잊지 못할 거는 이사를 하고 난 뒤 어머님이 통장을 제게 주시더라구요. 그때까지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용돈을 제대로 못드렸거든요. 그런데도 통장을 내게 주시며 살림에 보태라는거 있죠? 통장안을 들여다 보았드니 그 속에는 자그만치 6십만원이란 거금이 들어있는거예요.그걸 보고 얼마나 마음이 고맙고 눈물이 앞을 가리던지...가끔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내가 시어머님입장이 되어도 저렇게 베풀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까 하구요."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속에는 사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말은 있지만 딸을 떼어놓고 사위를 생각할수 없음에 사위도 또 다른 자식이라는 생각이다. 부모의 아가페적인 사랑은 끝이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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