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격분해 화를 누구려뜨리지 못한 듯 한 옥타브를 높이며 친정 모친이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곳에 지금 다녀오는길이라며 말을 서두를 꺼낸다.
"딸과 며느리 입장 차이가 이렇게 다른줄 몰랐어요."
"왜요.무슨일이라도 있었나보죠?"
평소때 그녀를 봐오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차분한 성격으로 나붓나붓한 말을 하였었다. 평소 때 성격과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 적이 놀라 걱정이 되어 궁금증을 해결할 요량으로 다시 되물어보았다.
"보름전 쯤 친정에 들렀드니 친정모친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그래서 연세도 있고, 걱정도 들겸해서 친정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들러 종합검진을 받았더랬어요. 검진결과는 대장에 조그마한 종양이 보이는데 그리 커지 않아 수술만 하면 완쾌될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입원을 했었죠. 그리고 수술을 받았구요. 수술이 잘되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들었었고해서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지내고 있었죠. 그런 며칠 전 병원에 잠시 들렀드니 친정어머니 얼굴이 초췌해져있는게 아무래도 무슨 걱정거리가 있나 싶기도 하고 어머님을 다잡고 물어보았어요.
'엄마. 다른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요? 수술이 잘되어 며칠후면 퇴원해도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무슨 걱정이 있길래 낯빛이 그렇게 어두우세요? 한동안 뜸을 들이시던 친정모친의 입에서 나온 말씀이 머였는지 아세요?"
"어제 며느리가 그런말을 하던데 내가 수술한 병소옆주위에 4군데서나 종양이 전이 되어있다고 그런 말을 하며 오래 살지 못할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더라....."
"엄마 며느리 말 믿지말고 내말만 믿어요. 내가 엄마에게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어요? 알았죠. 내말만 믿어요."
말끝을 흐리면서 하는 친정엄마의 말씀을 듣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 담당의사인 집도의를 만나러 갔었죠.
그랬더니 담당의사선생님이 뭐라시는줄 아세요? 수술이 너무 깨끗하게 잘되었으니 며칠 있다가 퇴원해도 된다는거 있죠.제가 그말을 듣고 올케 생각에 얼마나 놀랬는지 아세요? 생명을 다루는 말을 함부로 하는 올케가 그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더라구요."
"올케 나이가 몇살이예요?"
"나보다 한 살 어려요."
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본인이 말을 하지 않아 알수 없지만 40대 중반쯤으로 가늠할수 있다. "우리들 나이인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며느리가 있나보네요.속이 많이 상하겠어요."
"그래서 제가 이틀동안 수술후 회복하는데 좋다는 보약을 잔뜩 해드렸드니 혈색이 돌아오는거 있죠. 얼마나 기분 좋은지....그리고 올케는 집에 돌아가서 동네에서도 그렇게 소문은 냈었나봐요. 어머님이 오래사지 못한다는말...그리고 형제들한테도 그런말을 했다네요. 오늘아침에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그러는거 있죠? 내 이번에는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꺼예요. 가족을 소집해서 다들 모인자리에서 말을 하고 넘길꺼예요."
"평소때 올케 성격이 그랬나보죠?"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말할때 들어보면 부풀려서 한적은 자주 있지만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말을 쉽게 한다는건 있을 수 없죠. 그리고 본인(친정어머님)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건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일이예요."
"나도 며느리 입장이기도 하고 딸의 입장도 되어봤기에 뭐라고 할말이 없네요. "
눈자위에 눈물이 아롱지는 듯 하드니 이내 웃음을 배어문다.눈물 반 웃음반으로...^^
"그래도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모르겠어요. 우리 친정어머님이 오래사실수 있다는 소릴 의사선생님 한테 들었으니요....."하며 총총히 가던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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