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병문안을 다녀와서...

정순이 2003. 10. 31. 10:25
일주일마다 병원에 들러 침을 맞기도 하고 혈압약을 타오는 남편은 병원에 먼저 들렀다 올꺼라는 말을 여운으로 남긴채 가게를 떠났다.
그런시간이 얼마지나지 않아 남편이 가게에 다시 들어섰다.

"니가 먼저 어머님 병문안 갔다오너라."
아무래도 시장시간을 맞출려면 내가 먼저 어머님께 다녀오는게 나을듯한 남편의 복안이 자리하고 있음을 눈치 챈 나는 서둘렀다.
평소때 빵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의 식성을 알지만 소화기관이 좋지않아 병원에 입원한 관계로 마실 음료수를 대체하려고 슈퍼에 들렀다.
망고라는 글귀가 보이는 음료수 몇병과 딸기분말을 첨가한 딸기수즈, 바나나 분말을 희석한 바나나 주스,여라가지 음료수를 들고 병실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나의 인기척을 듣고 눈길을 돌린 둘째 동서는 나의 방문에 반색을 하며 맞는다.
"어쩐일이야?"
둘째 동서의 말을 듣고 어머님도 고개를 돌려 반가운 기색을 하신다.
"어쩐일이고? 가게는 아범이 보고 있나보네. 병원에 올 시간은 있더나?"
숨가쁘게 물더오는 어머님과 동서에게 눈을 흘겼다.
그도 그럴것이 늘상 시댁의 궂은일이나 경사스러운 일에는 항상 둥째 동서가 선봉에 자리한걸 알고 있는데도 나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주는 동서를 볼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듯 둘째 동서는 자신은 형제들을 배려하는일은 묻어두고 다른 동서들이 사소하게 하는일에는 고마워하는 말은 잊지 않기때문이다.

"어머님 좀 어떠세요?" "응 괜찮아. 지금은 진통제 효과를 보고 있으니 아프지는 않아."환자라는걸 느끼지 못할정도로 환하게 웃고 계시는 어머님을 보니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너거 서방님이 가라고 하던?"
둘째동서의 농담에 가벼운 조크로 응대를 했다.
"마음 졸이라죠.머~"
둘째 동서는 내가 들고간 음료수 비닐을 벗기고 옆 침대에 계시는 분들에게 음료수를 하나씩 건넸다.
"동서인가보죠?"
"네 넷째 동서에요. 어제 병문안 온 사람은 셋째 동서였구요. 좀있다가 들린 동서는 다섯째 동서이구요."

둘째 동서는 의자를 내앞으로 끌어다 놓으며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자리에 앉은 나와 동서 어머님...은 같은 여자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는 시간이지루하지 않을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어머님은 분위기 띄우는데는 일가견이 계실정도로
사람가리지 않아서 넓은 인맥을 확보하고 계시리라는 미루어 짐작이다.
어머님의 이야기 속으로 몰입되어갈 무렵 남편의 이야기가 나왔고,그 야기 맥을 이어 남편 흉을 보는데 십여분을 할애했다.

"어머님 있죠?"
"그래 머?"
"어머님이 들으시면 서운하실지 모르지만요. 아범이 뭐라는줄 아세요? 글쎄 하루종일 가게하고 나에게 밤에는 어머님하고 같이 자라지 머에요"
"아범이 그러던? 그런말 들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 내가 혼자서 화장실 못갈만큼 중병을 앓는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나 스스로 해결할수 있는걸. 낮에도 그런데 밤에는 특히 더 간병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알았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예요.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드니 뾰루퉁해가지고...
어머님. 아범 흉보니 듣기 싫어시죠? 그러나 남한테는 아들 흉보지 않아요. 말은 쉬워 남편 흉본다지만 막상 속이 상할때 남들한테는 남편 흉보고 나면 후회가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어머님께는 아범 흉보는건 흠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래. 내가 얼마든지 들어줄테니까 아범 흉볼 것 있으면 얼마든지 하거라. 남들한테 남편 흉보는거는 자기얼굴에 침뱉기나 다름없지. 내가 안다. 니 고생하고 있다는거. 특히 둘째와 너는 우리 집에 시집와서 제일 고생하고 있다는거 말이야."

미루어 짐작컨데 아들의 흉을 보는 것 또한 어머님께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작은 배려가(?) 아닌가 하는생각이다. 옆에 있던 둘째 동서도 한마디 거든다.
"그래 너거 서방님 성격 비위맞추어 가면서 사는 네가 얼마나 대견스럽다는 생각은 다들 하고 있어."
"형님이 알아주면 뭐해요. 진작 본인은 모르는걸요."
"왜 본인이 몰라. 다만 너한테는 표현을 안 한다는거 뿐이지 우리집에 와서는 니 자랑도 하는걸."
"그래요?호기심 어린 눈을 하고 둘째 동서의 다음말을 기다려본다.
"언제이던가. 우리집에 와서 네 자랑도 하더라."
"그래요?. 인제 남편 흉 그만 보고 집에 가야겠어요.시장시간이 임박해서 가야겠어요."
"좀 더 놀다가라.기왕 나온김에 좀 더 놀다가러라"
"그럴까요?"하며 일어서던 몸을 다시 주저앉고 만다.^^

어머님은 흉부에 붙이고 있는 진통제를 보여주시며, "이 진통제는 3일동안 아프지 않고 효과가 있데." 파스처럼 붙여져 있는 진통제가 3일동안진통효과가 있다니 신기해서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다. 3일간 통증이 오지 않아야 하는 진통제지만 2일이 경과하였다는데 다시 통증이 있다시니..걱정이다. 그나마 내가 갔을때는 어머님의 링거속에 진통제를 넣어서인지 통증을 호소하지 않아 잠시나마 어머님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서 웃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모처럼 세 여자의 웃음 소리가 병실을 타고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집에오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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