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인명은 재천

정순이 2003. 10. 27. 11:46

친정모친의 기일을 맞아 가게에 제수용고기를 사러온 큰 동서는 시어머님 병환이 걱정되는지 집에 계시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단다.
맏이인 큰동서가 잠시 밖에 나온틈을 이용해 집에 계시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린 이유는 아침에 몹시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을 보고도 친정 모친의 기일을 챙길 수밖에 없는 자신이 어머님 건강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세가 78세인 시어머님 당신은 당신앞에 앞세우고 큰아들을 먼저 보내시고 난후 더욱 쇠잔해지는듯 했고, 지병이 겹쳐 언제라도 방심할수 없는 큰동서의 마음이 자리한 때문이리라. 맏며느리의 역할을 다하고자 잠시 밖에 나와있었지만, 집에 계시는 어머님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어보았다는 큰 동서의 말을 듣고 콧등이 시큰해옴을 느꼈다. 항상 큰동서가 어머님을 모신다는 생각에 며느리 입장을 종종 잊어버리곤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비견 되어왔기 때문이다. 5분거리안에 자리하고 있지만, 한달에 겨우 한번 용돈을 드릴때만 시댁에 가는 명색만 며느리인 나 자신의 모습이다.

"어머님은 골반부위 통증이 심해 골다공증을 의심하시지만 아마 전이(轉移)되신게 틀림없는거 같아. 통증클리닉에 가셔서 주사를 맞고 오시면 그 날은 괜찮지만 약효가 오래가지 않고 하루가 지나고 나면 또다시 아파온다고 고통스러워 하시니 옆에서 보기도 힘들기두하구. 그리고 암진단 받은지도 벌써 2년이 지났잖아. 그러니 어떻게 진전이 되었는지도 봐야하구 어머님이 병원에 가실 힘이 안되면 내가 대신 약을 받아다 어머님이 드시기만 하면 되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오가고 큰동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가게에 출근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지치고 있던 내 앞으로 큰 동서는 친구분들과 어딜 간다며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형님. 어머님은 좀 어떠세요?"
"응.어제 통증클리닉에 다녀오시고 난후인 오늘은 괜찮은지 아무 말씀이 없어시네."
"다행이네요.다녀오세요."

그런일이 있고 난 오늘(일요일) 출근한 내게 남편은 큰 동서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며 큰집에 가봐야 겠다는 말을 해왔다.
"그럼 다녀오세요."
"나중에 저녁때...지금은 둘째 형님이 어딜 가셨는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데. 아마 일요일이라 형님하고 둘째형수께서 어딜 가셨나보다며. 그래서 나중에 저녁때 모이자 그랬어"

둘째 동서 내외...우리 시댁 형제부부커플중에 제일 금슬이 좋다. 일요일마다 부부가 같이 등산을 간다는 말로 다른동서들에게 시샘의 눈길을 보내게 만들드니 요즘은 시숙님의 생신을 맞아 딸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해 그걸 타는걸로 일요일은 건강단련하는데 하루를 할애하고 있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마음이 바빠서인지 가게에 재차 들린 큰동서는

"아무래도 병원에 모시고 가야할까봐. 통증이 가라앉지를 않네. 오늘 아침에는 일어서는거 조차 힘들어 하셨어...검진 받은지도 오래되었고해서 자식들과 의논해 병원에 모시고 갈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
"그래야 겠죠. 어머님은 그나마 노환이시라 형님 투병하실때보다 마음적으로 부담은 덜 되지만 통증이 심하다시니 병원에 가서 일단 검진을 받아봐야 안되겠어요."

이야기가 오간후 다시 둘째 형님께 전화를 하였고, 마침 집에 오신 둘째 형님이 전화를 받고 내외분은 부랴부랴 가게에 들리셨고,의논 끝에 오늘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시는걸로 가닥을 잡았다.

지병과 함께 연세가 연세인지라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어머님의 모습을 뵐때마다 코끝이 시큰거리며 아파왔다. 뽀얀 피부와 어여쁜 외향과는 달리 호랑이모습으로 며느리들을 힘들게 하셨던 어머님 당신이시다. 당신 자신의 행동에 거짓이 없었기에 자식들에게 또는 며느리들에게 존경받으셨던 어머님이시다. 처음 내가 결혼하고 오랫동안에는 어머님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내가 고생을 하는걸 보시고는 어느 며느리 못지않게 나를 사랑하셨다. 가게에 들리시면 일하고 있는 나를 대신해 당신 아들에게 일을 시키라며 나를 미소짓게 하셨고,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셨다. 지금 이 아파트에 입주하기전에도 어머님당신이 직접나서서 집안 청소를 해 주시는데 마다하지 않으셨다. 솔선하는 어머님 당신이였기에 감히 존경할 수밖에 없게 만드셨다.


' human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인구단  (0) 2003.10.29
추억속으로...  (0) 2003.10.28
몸매 만들기  (0) 2003.10.26
장묘문화  (0) 2003.10.25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0) 200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