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정순이 2003. 10. 24. 09:48
대체로 여자들은 잡다한 소품들을 사는데 많은 투자를 한다. 나 역시 둘째줄에 서라면 서운해 할정도로 예외는 아니다. 아주 사모으는걸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 다시 집안 꾸미기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데 망설이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침잠해있던 사는병이 도진것이다. 자잘한 소품을 사서 TV위로 진열장위로 올려놓고 바라보길 좋아하던 내가 번번히 실패를 하고 난뒤부터는 ‘다시는 안 살꺼야’로 다짐하길 여러 수십번...

매번 소품들을 구입해서 장식해보면 세련되지 못한 나의 눈짐작에 인제는 절대로 소품사는데는 투자하지 않을거라며 자신을 다짐해왔었다.
워낙 사는걸 좋아하고 꾸미는걸 좋아하는 나는 오랫동안 잘 참아오다가 며칠전부터 또 다시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고, 요즘 들어서 자꾸만 소품가게를 기웃거린다.

깨끗함이 좋다고 부르짓는 남편과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 살짝 사다가 진열해 놓고 시치미 뚝 떼는일이 부지기수다. 처음 이 아파트에 이사를 왔을때도 남편은 여지없이 깨끗함을 부르짖으며 커텐을 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내게 다짐받듯 말을 해왔다.
“이사오기전에 커텐을 달았을때 보기 싫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나지?그러니 인제는 커텐달 생각은 절대하지 말고 깨끗하게 지내자. 알았제?“
그러마고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던 내가 날씨가 싸늘해지자 썰렁해진 방에 커텐을 달지 않고는 안되겠다 싶어 서둘러 수입코너가게문을 기웃거렸고, 그들이 펼쳐놓는 팸플렛이미지에 심약한 마음은 넘어가고 말았다.
‘달고 난뒤에야 남편이라도 뭐라 하고 어쩌겠어?’하는 자위와 함께...^^

몇 년전이였던가 TV홈쇼핑을 구경하던 나는 ‘녹즙기’한대에서 보여주는 묘기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기존 녹즙기는 녹즙만 할수 있었는데 다양하게 활용하게 만들어져있는 녹즙기가 신기하게 느껴졌고, 혹시라도 놓칠세라 서둘로 전화를 걸었다.

옆에 두고 내 손으로 직접 밀가루 반죽을 해서 국수를 뽑아 칼국수도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고,가끔 김치를 담을때는 속재료로 들어가는 작은 양의 쌀을 갈일이 있을때는 미안한 듯 방안갓 주인의 눈치를 살폈던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며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배달되어진 녹즙기를 보자 탁월한 선택이였다며, 스스로 만족한듯 웃음을 베어물곤 했다.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녹즙기는 진열만 한 채 한가지 기능(마늘가는데) 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이렇듯한데도 또 사고 싶은 마음이 발작을 시작하니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여태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던 욕실안 수납층이 새삼스럽게 좁은듯하다는 생각이들었고, 부엌 커텐이 없음에 새삼 썰렁함이 다가왔고, 욕실안 철제로 만들어진 수납장도 좁다는걸 느껴지는 것이다.철제 수납장 위로 샴푸나 여타 잡다한 물건을 올려두었을때 나의 선택이 잘 된것임을 안지가 두어달 정도 되었는데 또 다시 팸플랫의 이미지를 보고는 마음이 동했고, 매달 배달되어지는 쇼핑팸플랫 책자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것이였다. 구입할까 말까를 몇 번 망설인 끝에 다이얼을 돌리고 말았고, 욕실안으로 부엌창문을 가린채 창문밖 날마다 누렸던 화려한 네온사인불빛이나 가로등의 불빌을 차단한 채 작은 즐거움마저 박탈한 채 시계의 장벽을 두르고 말았다.^^

자꾸만 쌓여가는 찬장속 폐품들이 나의 수집병(?)을 비웃고 있는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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