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허황된 꿈 뒤에는

정순이 2003. 8. 6. 21:50
내가 도련님을 본 때는 결혼식 예식장에서였다.
이목구비가 뚜렷한게 참 반듯하게 생겼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 시동생이 결혼을 할거라고 시댁에 통보를 할 때는
다들 의아해 했었다. 전혀 그런 귀뜸이나 말이 없었고 또한
말수가 적었던 시동생이 연애를 하고 있다는게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하기에 충분했다.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했다.
피로연겸 집들이에 초대된 우리들에게 그들 부부는 다정하게
두손을 마주 잡고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평소에 하던
시동생의 모습이 아니라는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다들 그모습에 시새움반 부러움 반속으로 멀어져가고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밀려나 있다. 요즘은 아주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제일은행에 다니고 있는 시동생은 그 능력은 인정받았던지 다들
IMF를 겪을 때 많은 직원들이 좌천이나 명예퇴직이란 대의 명분을
내세워 옷을 벗을 때도 그 자리에 건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사천리로 잘 되면 시샘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님 자신의 오만
함이였을까. 부동산 투자로 많은 손실을 보고 허덕이더니 그 빈자리를
메꾸고자 주식투자에 또 손을 대게 되었다.

주거 개념이 아닌 투자로 말이다.정보를 주는 친구가 있는 모양이였다.
처음에는 아주 많은 시세차익을 남기고 되팔곤 했었다.
이자에 이자가 붙어 힘들 때 은행은 오너가 외국사람으로 교체되고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받은 시동생은 많은 빚을 갚고도 아직 갚을
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동서는 시댁에 올 때 마다 웃는 날이 별로 없다.
그도 그럴것이 결혼할 무렵에는 그 멋스러움과 세련됨에 부러워
했었으니 그 속상하는 마음이 오죽하랴....

아이들 교육이나 원금을 갚을 생각으로 요즘은 직장에 다닌단다.
남편이 저질러 놓은 뒷수습을 동서가 할려니 짜증이 날 것은 당연하다.
친구들과 모임에 나가면 풀이 죽어 가고 싶지 않다는 동서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 없다.
아직까지 그 허황된 마음을 버리지 못한체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단다.
그 꿈이 언제 쯤 끝이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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