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상 치루고 마음 많이 허전하징ㅅ> 언제 한 번 강촌에 놀러오세요. 내가 이야기 충분히 들어줄께요. 그러고나면 언니 마음도 좀 편해질꺼예요." 그땐 거절했었다.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였지만, 한 달여동안 가게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하고 난 후 지근거리에 있는 지인들의 성화로 문을 열고 난 후라 또 다시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결정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며칠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Susan Jacks - Ever Green>멜로디가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액정화면을 들여다봤드니낯익은 번호다. 반색을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언니? 잘 지내요?" "어쩐일이예요?" "7월 11일날 제주도 놀러가지 않을래요?" 생뚱한 요구에 시누이의 동선을 살폈다.
"방학을 맞아 사람들과 제주도 여행을 갈 계획이 잡혀있거든요. 11일 오후되면 그 사람들은 집으로 다 돌아가요. 그 나머지 며칠간 언니와 같이 보내고 싶은데 어때요.?" "말만으로라도 고마워요" 시누이와 통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어지렵혔다."며칠간 가게를 비워야 하는 시간적 부담감, 며칠간의 매출...제반적인 여건들이 생각의 장애물로 다가왔다. "지금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거죠..? 다음 주 월요일까지 대답해줄께요." 다시 한 번 더 통화버튼을 누르자 통신망을 타고 들려오든 시누이의 목소리는 통신망 밖으로 사라졌다. 잠시, 마음속에서 침묵의 운율이 일렁였다. 시누이와 올케와의 공동선...
결혼한 얼마 후 남편의 부재로 집에 들린 시누이는 내손을 이끌고 간 곳이 온천장 칵테일 바였다. 술이라면 입에 대지도 못하는 내게 제일 약한 도수의 칵테일이며 주문한 술은 <핑크레이디>였다. 제일 순하다고 권해준 칵테일도 입에 대지 못한체 시누이앞으로 미뤄주고 말았던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정말 내게 잘해주려고 애썻던 고마운 시누이다. 그렇지만 올케라고 해서 딱히 살갑게 챙겨준 기억이 없어 시누이의 제안에 선뜻 마음이 동해지지 않았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제안을 하는지 고맙고 미안한 마음, 부담스런 마음...여러복합적인 심정으로 결정을 내리가기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며칠동안 제주도 여행의 결정을 망설이는 내게 지인들은 모두 한결같은 말로 "갔다와요. 이런 기회가 자꾸 있지도 않을건데, 그리고 시누이가 가자고 할때 두 말않고 따라나서요." " 여러 생각하지만고 갔다와요...알았죠?" 다짐까지 받아내는 이웃의 몇 분들이다. 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나서 시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여행사를 하는 친목회 회원에게 월요일 3시 20분 부산발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이튿날 다시 전화를 걸어온 시누이는 "언니, 제주도 몇 번 가봤어요? 언니가 다녀본 곳 빼고 이번에 다닐 곳 설정할려구요. 아참 패러글라이딩 한 번 타볼래요.?" ".... 초보인데도 가능할까요?" "교관이 옆에 같이 탑승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건 없어요." "그러세요."막상 간다는 생각을 하니 시누이의 제안을 다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패러글라이딩? 언젠가 친구집에 갔을 때 원색의 패러글라이딩 도구를 손질 하는 걸 보고 질투심과 부러움이 혼재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걸 탈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에서 요동의 물결이 일렁였다.
"그리고 올레길 중 한 구간은 자전거로 이동해요. 걷는 시간이 길다보면 지루함도 있어, 자전거도 타볼만해요. 언니 자전거 탈 줄 알아요.?" "탈 줄은 알아요.." 출발하기 하루전 늦은 밤 다시 시누이로부터 걸려온 전화 "언니, 수영복도 챙겨오세요. 이제 여름 중반쯤이라 수영복 가격이 많이 떨어졌을꺼예요. 수영복이 없다면 하나 사갖고 와요." "@@@@"
드디어 11일, 비행기 탈 시간을 안배하면 1시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하면 될 터이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에 두 시간 전에 도착할 정도로 일찍 출발했다. 그래야 안심이 될 듯했다. 엄마인 내가 즐거워하는걸 좋아하는 아들은 공항까지 배웅해줬고,주변에 많은 분들도 마음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와줄려고 마음을 쓰고 있다는걸 알고 있다.
제주공항에 도차하니 나와 있을꺼라했던 시누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은근히 걱정이 밀려와 많은 인파들 속에서 시누이의 모습을 찾기위해 부지런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착시간 시간을 말했었는데' ' 시간 맞줘 나와 기다린다고 했었는데' 몇 분동안이지만, 상상의 나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어졌다. 안 되겟다 싶어 휴대폰 폴드를 열고 통화목록 이름 옆으로 송수화기 이모티콘을 눌렀다. 시누이도 나를 찾고 있었든 듯 멀지 않은 곳에서 휴대폰을 들고 나를 찾아 다니는 모습이 앵글속으로 들어왔다. 짧은 만남의 해후를 한 후 택시를 잡고 시누이가 이끄는데로 따랐다. 몇 년만에 보는 창밖의 낯익은 풍경들이다. 토지구획정리 일환으로 농촌의 논과 밭들이 구획되어져있지만, 계발 계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고, 물리적 기계의 힘이 미치지 않은 아날로그 풍경들이 주는 서정이 더 정감있게 다가왔다. 몇 십년년전의 이미지로 화석화 된 듯한 풍경들, 높은 하늘 아래로 얼기설기 하늘을 가르고 있는 정겨움을 주는 전선들....
이윽고 목적지에 내려 고개를 드니 목재간판에 <소낭guest house>라는 고딕체의 폰트가 여행자들의 이정표처럼 느껴졌다. 스텝들의 안내로 원목 이층침대를 배정받았다. 짐을 풀어놓고 제주도의 맛을 흡입하기 위해 바닷가를 향했다. 오랜 세월동안 시누이와 올케라는 가족적인 끈은 잇고 있었지만, 마주앉아 긴이야기 한 번 나누지 않았던 시누이와 올케와의 공동선을 찾으며 노상카페 돌의자에 마주앉았다. 현무암돌로 쌓은 낮은 담장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담벼락 사이로 만들어놓은 통로로 몇 몇 젊은 사람들의 움직임, 새로운 문화에 즉응해보려는 나자신의 어색함도 어울리는 듯했다.
땅거미가 어둑해지고 숙소를 찾아드니 다양한 연령층대의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숙소를 오가고 있었다. 이윽고 바베큐파티가 열린다며 밖으로 나오라는 촌장님의 말씀이 있었다. 후박나무가지에 설치된 몇 개의 전등 그 아래 만들어진 목재데크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촌장님의 인사말씀과 서로간의 통성명 시간, 짧은 시간안에 주고 받은 이야기로 거리감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 막걸리.소주를 곁들인 바베큐파티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추억거리로 자리매김했다. 40대 후반의 엄마는 13살 먹은 아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왔다는 모자(학원강사인 엄마는 자신을 소개할 때 학원에서 짤렸다.)고 하자 아들은 "짤릴일을 하셨잖아요."거리낌없이 뱉아내는 아들의 당돌함은 있지만, 가족구성원의 자유로운 삶의 방식들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잠시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기회를 만들었다는 서울의 40대 여성이 자신을 20대후반으로 소개해놓고는 수줍은 듯 해맑은 미소에 이어 활짝 웃는 미소가 너무나 싱그러워 보였다. 전라도 남원이 고향이고, 서울에서 왔다는 대학생은 나이차이의 장벽에 굴하지 않고 친근감을 표시하는 멋진 청년이였다. 서너 살 차이나는 두 청년도 친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여행을 왔다고 했다. 대개 20대층이였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움 반 시샘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스쿠터를 대여해 제주도 일정을 소화해낼 모양이다.
70대의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3백만원을 빌려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기 위해 제주도를 들렸다는 촌장님의 말씀이 있자, 시누이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 할아버지와의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이튿날 제법 굵은 줄기의 비가 추적거렸다. 여행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는 나자신의 기우였음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제주도의 일기와 기후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변하곤했다. 신기할 정도로... 둘쨋 날의 일정을 채색하기 위해 우도로 향했다. 휴가철이긴 하지만, 주중이라는 요일적 계상과 장마철이라는 시기의 적절함에 25%정도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저기 저기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밤을 장식하고,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리적 여유로 펜션 앞 들판에는 황소 두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들.... 발치아래로 바다가 내려보이는 한적한 활어횟집에 자리를 잡고 둘이 마주앉아 많은 추억거리들을 타임캡슐에 담아두었다, 가끔 꺼내볼 요량이다.
3일째는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자전거 투어에 나섰다. 16.1km 우도 종단이다. 20여년 전에 타본 기억으로 해낼 수 있을려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완주 할 수 있었던건 시누이의 배려와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잘알고 있다. 더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수영의 퍼포먼스도 즐겼다. 3일의 반나절을 채운 우리는 우도를 뒤로하고 다시 <소낭guest house>로 돌아왔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몇 번이나 신청을 했으나, 바람이 많이 불고 일기가 고르지 않아 체험할 수 없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은 오래도록 아쉬움으로 남을 터이다. 나머지 반나절의 채색을 위해 만장굴로 향했다. 같이 택시로 동행하게 된 외국인 부부와 영어로 소통하는 시누이.. 부러움이 일렁거렸다. 4일을 채우고 같이 부산으로 돌아올려고 했던 시누이는 일정을 바꿔야 할 사정이 생겼다. 가끔 혼자 여행 다녀보고 싶어했던 평소때의 마음은 사라지고,객지에서 혼자 남겨지게 되는 허전함과 불안감이 잠시 엄습해왔다. 자신(시누이)이 가고 난 후 혼자 남겨진 내가 돌아볼 곳을 몇 군데 지정해 포스트잇에 적어주는 시누이의 세심한 배려..."언니, 부티나게 즐겨봐요. 행여 모르니, 좀 일찍 출발해 공항근처 <탑동바다>에도 가보세요. 며칠 전 같이 온 일행들과 거길 갔었는데, 괜찮더라구요. "
그 중 한 곳이 동굴카페다. 다희연이라는 간판을 뒤로하고 건물안으로 다시 지하로 내려가니 동굴 입구가 있었다. '이런곳에 카페라니...' 은은하게 음악이 들려왔다. 동굴이라는 칙칙함이 주는 선입견이 있지만, 낮은 음색의 팝들로 인해 큰울림을 빚어내는 듯했다. 녹차라테를 주문해놓고 그 분위기에 취해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비행기 시간을 맞출려면 바지런히 움직여 한 곳이라도 더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시누이는 전동카트를 타고 녹차밭구경을 하라고했지만, 보행으로 녹차밭을 즐기자는 생각에 걸어서 산등성까지 올랐다. 4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돌아오는길, 몸은 천근만근이였지만, 색다른 경험들로 오랫동안 잊혀지질 않을 추억들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시누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전하고싶다.... 단기 4344년 6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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