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인터넷 이용료만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음악을 공유한다는게 더없이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짐속에 스쳐지나가는 인연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통하고 비슷한 음악 장르를 즐겨하면 금세 친숙해지는게 인터넷 문화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의 속성도 그렇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을이 끝나갈 작년 10월 중순 쯤 인터넷 통신으로 알게 된 분이 있다. 나이는 나보다 11살이나 많은 분이지만, 글쓰는 솜씨가 대단해 늘 그 분을 대할 때마다 외경심이 일곤했다. 그런 분이 어느날 나와 같은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을 소개한적이 있다. 글을 잘 쓰는 분이고, 작가로 활동을 하는 분이라는 주석을 달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기에 알고 지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런 이야기가 있고난 후 잠시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는지 인터넷 접속을 않으셨고 친구 등록도 삭제가 되어있었다. 내심 서운하긴했지만, 스쳐가는 인연쯤으로 생각하고 삭제버튼을 눌렀다. 그런 지난 달 그러니까, 딱 일년 만이다. 잠시 인터넷서핑을 하다 낯익은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정보로 정보를 확인해보니 소식을 끊었던 그 분이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쪽지를 날렸다. 자신을 어떻게 알아보게 됐는지 궁금해하며 반색을 했다. 그런 그 분이 카페를 개설했다며 가입을 강권(?)했다. 사정이야기를 하며 몇 차례 거절을 했지만, 지난 날 잘 대해준 마음이 너무 고마워 가입을 하게 됐다.
그런 오늘 그 카페 회원분들과 잠시 만남이 있었다. 동아리나 카페에 가입하지 않는다는것과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모토로 삼고 있었지만, 이 카페는 그렇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그 분들이 올리는 플롯들이나, 회원 중 농장을 하시는 분이 어려움을 겪자 힘을 보태는 회원들을 보면서 인터넷의 가벼움만 봐왔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 보름 전 부산에서 번개모임을 하자는 공지가 카페에 올랐다. 평일에 모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시간을 늦추면 참석할 수 있다는 여러 의견들이 개진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했다. 어짜피 정모를 대비한 번개 모임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심리적 동일성을 느꼈기에.....
나는 댓글을 달수가 없었다. 남편의 성격이 워낙 강해...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다 며칠 전 겨우 운을 떼게 되었고, 남편의 반응은 썩 내키진 않지만 반대하는 눈치는 아니라 댓글을 달았다. 참석할 꺼라고...만남 시간 20분을 앞두고 가게를 나섰다. 몇 번 등산을 갈 때의 일요일 거리는 한산했는데 오늘은 많은 차량들이 오간다. 차창밖으로 노란 단풍잎이 눈송이처럼 하늘거리며 인도로 차도로 떨어지는 늦가을의 정취에 마음은 어느새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탔다.....휴일이라 거리가 한산해 20분이면 모임시간에 도착할꺼라 생각했는데 버스 안에서 11시 시보를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왕언니와의 통화로 알게 된건 모임시간은 12시였다. 내가 시간을 잘 못 안 것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 타이트하게 시간안배를 했는데...
가까운 쇼핑상가에 들러 아이쇼핑을 하다 약속시간에 맞춰 갔드니 한 사람만 보였다. 약속시간이 됐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회원언니께 전화를 하게 됐고, 20분 거리안에 같은 상호를 단 음식점이 두 군데가 있었던 모양이다. 공지에 올려져 있는 전화번호로 했는데,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전화번호를 공지에 올렸으니....확인하지 않은 언니의 실수였다.
지하도를 건너고 도로를 가로질러 잰걸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앉아 계셨다. 다들 밝은 얼굴로 악수를 나누고 반가움을 교환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는 나는 연신 시계를 봤고 그 모습을 본 회원 언니가 회원들의 양해를 구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그 분들과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고 황급히 빠져나오는 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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