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봄의 향연에 휩쓸리고 싶은 4월 초의 늦은 오후......
“나 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 들렀는데....” “그래요? 한 잔 타 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집에서 갖고온 생수를 커피포트에 따르고 전원스위치를 올렸다. 한동안 뜸하던 단골고객이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가게에 들렀다. “이거 좀 드세요.” 그녀가 펼쳐보이는 투명한 비닐속에는 따끈따끈한 어묵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먹음직스럽게 들어있다. “어떻게 지냈어요? 한동안 보이지 않드니...” “지난 12월달이였어요. 남편이....” 남편 이야기를 할려니 감정이 격해지는지 말문을 닫는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기도 난감해 그녀의 동선을 따랐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어린다. 손을 들어 눈물을 훔쳤다.
“남편이 죽고 난 후 너무 많이 울어 이제 눈물이 다 말라버렸나했드니....” “지난 해 8월달 이였어요.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요즘 가끔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진찰을 한번 받아봐야하나’ 그러더라구요. 늘 조직생활을 하다보니 따로 시간내기가 쉽진 않더라구요. 해서 차일치일 미루다 답답한 증세가 자주 일어난다기에 같이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갔더랬어요. 검진을 하고 의사와의 면담에서 선생님표정이 어둡더라구요. ‘ 결과가 안 좋구나’ 생각했죠. 그래도 평소 때 통증이 심하다든가 그런적이 많지않아 설마 그렇게까지 될꺼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니 벌써 내장기관 여기저기에 암 바이러스가 다 퍼졌다지머에요. 의사선생님이 3개월을 보더라구요. 설마 검진을 받고 4개월만에 저세상으로 가버릴줄 누가 알기나 했겠어요. 주변에서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구요. 생일날 죽는 사람들은 사주팔자가 정해져 있다.‘구요.”
“돌아가신날이 생일날이었나보죠?” “네...” 모래알같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과 만나 평생의 반려자가 되는 커플들도 있고, 같은 날에 죽음을 맞는 부부도 있다. 그런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정말 ’천생연분‘인가보다 생각이 든다. 어떻게 자기가 태어난 성스러운날에 죽음을 맞이해야한단말인가. 운명의 신이 부리는 조화에 복종해야하는 인간은 정말 보잘것없는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게 해준 기쁜날에 생명의 줄이 끊어버리는 서글픈 운명...이 아이러니에 춤춰야하는 어릿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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