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연리지 사랑

정순이 2007. 3. 29. 12:28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한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하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과 흔히 비유하였다. 알기 쉽게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목은 가끔 만날 수 있으나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매우 희귀하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맞닿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버려 좀처럼 붙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 미장원에서 머리하고 왔는데 어때요?. ” 느닷없는 그녀의 출현에 하던 일손을 멈추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계절에 어울리는 화사한 옷과 머리끝을 약간 위로 말아올린 헤어스타일의 그녀는 봄처녀를 연상케했다. 같은 헤어 스타일을 오랫동안 고집해오든 사람들도 때로는 다른 스타일로 바꾸고 싶을때가 있다. 그렇지만 섣불리 다른 스타일로 바꾸지 못하는건 늘 그 스타일에 익숙해있던터라 바꾸고 난 뒤 생길수 있는 후회스러움과 평소때 봐왔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는 두려운 마음이 한자락하고있기 때문일것이다.


“아까워서 어떻게 짤랐어요? ”가끔은 포니테일 스타일, 때로는 머리를 한 가닥으로 만들어 틀어올린다음 헤어핀으로 고정시킨 헤어스타일을 했었다. 볼때마다 너무 여성스럽고, 멋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나 역시 지금 하고 있는 헤어스타일이 지겨워 다른 헤어스타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진않으나 불안감이 엄습해 포기를 하곤 했었다. “결혼하고 한 번도 바꾼적이 없었거든요. 너무 싫증이 나서 바꾸고싶었지만 혹시 ‘어울리지 않음 어떡하나’ 는 불안감이 있어, 여태 망설이다 이번에 바꾼거에요.”


“지금 미장원에서 오는길이에요? ” 대체로 남성들은 긴머리를 원한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라 미장원에 간다는 말을 해야할때마다 남편의 반응을 살피곤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와서는 간섭을 하진 않지만, 한동안 그일로 힘들어했던 적이 있었다.  ‘아니 아프리카 여성들은 곱슬머리를 풀고 싶어 안달들인데 뭐하러 탐스런 머리를 부러 꼬불꼬불하게 할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돼.“ 그런 남편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많은 세월이 걸렸다.


“지난 번 그 스타일 한 이십년동안 했드니 너무 지겨운거 있죠?  바꿔보고는 싶은데 은근히 걱정이 되지 머에요. 어울릴지 어울리지 않음 어쩌지? 해서 망설이고 있는데 아들이 그러는거에요. ‘어머니 지금 바꿔보지 않으면 자꾸 미뤄질테고 그럼 다음에도 망설이게 되고 또 못할꺼에요.  마음 먹었을 때 바꿔보세요.’ 라는거에요. 아들의 말을 듣고 용기를 내서 바꿔본거에요. 어때요? 괜찮아보이긴해요?” 단발머리에 약간의 웨이브를 넣은 스타일이 귀여워보이고 발랄해보여 나이가 더 적어보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멋스러움은 없었다. 나 역시 예전의 스타일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미 엎어진 물이요, 루비콘강을 건너고말지 않았는가. “ 나이가 더 젊어보이고 싱그러워보이고 더 좋은데요.”


 “다행이네요. 머리 자르는걸 남편이 무척 싫어했거든요. 속으로 얼마나 싫었는지 미장원간다고 집을 나설때 그러는거에요. ‘머리를 갖고 오라’구요.” “그래요? 자른  머리카락을 갖고 오랬다는말이에요?” 동화속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를 그녀를 통해서 들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진 남편이 있는가 하구....“지겨워서 바꾸고 싶다니까 완강하게 반대는 못하고, 그냥 간직하고 싶다는거에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아내의 자른 머리카락을 갖고 오라할만큼  아내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 한 마디 말에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히 농축되어있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세태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애인이 없으면 장애인으로 분류가 되고, 부부전선에 애정이 없어진 가정이 수도없이 많은 데...아내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진 부부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고요하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어릴 때 동화속 부부 이야기가 중첩되어왔다. 가난한 부부는 크리스마스 날 서로에게 선물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자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판 돈으로 남편에게 시계줄을 선물 했고, 남편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를 묶을 수 있는 빗을 샀으나, 아내의 머리는 빗이 필요치않고, 반대로 남편도 아내에게 선물을 사기 위해 시계를 팔았으니 시곗줄이 필요가 없었다. 는 이야기.


그러면서 크로스백을 열드니 뭔가를 꺼냈다. 크다란 만두를 빚어놓은 듯 뭉쳐있는 하얀 종이를 펼치니 그 속에는 방금 자신의 머리를 자른 머리카락들이 고이 담겨져있었다. 새삼스럽게 부러운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연리지사랑...이런걸 두고 연리지사랑이라 이름붙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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