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생일이 될려면 이틀이라는 날짜가 남아있지만, 불시에 걸려온 친구전화로 어제밤을 생일이벤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친구의 제반적인 사정과 일요일 예약되어있는 등산 계획과 맞물려 있어 이틀 미리 빨리 한 셈이다. 옛부터 생일은 태어난 날보다 며칠 빨리 찾아먹는 괜찮다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어왔었다. 하긴 일찍이고 늦게고 뜻하지 않은 생일파티를 찾아주는것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는일인데...
지금이야 달라진 세태로 각종 이슈화하곤하지만, 어디 우리 동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이야 많은 형제들로 인해 언감생심(?) 생일을 챙겨먹으려고나 했는가. 부모님이 챙겨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흘려넘기를 찾아먹는 횟수보다 더 적지 않았을까. 남루한 생활을 영위하는데도 벅차했고, 생일이 아버지와 같은 달이고, 아버지 생신보다 며칠 빠르기라도하면 생일을 찾아먹지 않는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곤했다. 특히 여자같은 경우에는 어머니로부터 내지는 할머니로부터 그런 탄압이 심했었다.
왜 그렇게까지 여성을 폄훼하고, 어둠의 자식처럼, 카인의 후예처럼 차이를 두곤 했는지 그 불공평성에 마음속 반기를 들곤했다. 남자들을 귀하게 여겨했던 시대상황이나, 뿌리깊은 사회적관습, 통속적인 이데올로기가 여성들을 아웃사이더화 시키곤했었다. 그런 어제, 전화벨이 울렸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거래처에서 올 전화는 아니였다. 항상 친구와 ‘잘지내라’는 간단한 인사성 문구로 메시지를 주고 받지만, 전화통화는 이슈가 있을때 주로한다. 그러나 갑자기 친구음성이 듣고 싶을 때라든가, 삶의 무의미함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설 때는 색다른 문자로 건조해진 마음을 위무받고 싶어 친구와 통화를 한다. 어제부러 직장생활을 마감했지만 여태까지는 친구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늘 조심스러웠다. 물론 본인이야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치지만....^^ 전화벨이 울려 액정화면을 보니 친구이름이 떴다. ‘어쩐일이지, 모레 일요일날 등산가는거 때문에 전화한건가?’ 의구심은 구근줄기처럼 딸려나오면서도 반가운마음에 통화버튼부터 눌렀다.
“어쩐일이야~?” “오늘 자기 생일 챙겨주러 가려고 하거든..... 내일은 모교 동창들과 모임이 있고, 모레도 시간이 없을 것 같고해서 오늘 갈려고...” 갑자기 눈자위가 스멀거렸고, 마음속 깊은 곳에 긴 여운의 울림이 느껴졌다. 가족들로부터 받았던 느낌과는 또 다른 감흥이 일었다. 도파민이 분출되기에 충분했고, 아드레날린도 분화를 하는듯했다. 정말 친구로부터 생일선물을 받는건 태어나고 처음이다. 그럴 기회야 만들려고야 마음먹는다면 그러지 못할꺼야 없겠지만, 생일을 챙겨주고 할 만큼 가까운친구가 없을만큼 운신의 폭도 좁고 행동반경이 넓지않다. 내 삶이, 내 생활이 메마른삶처럼 살아왔으니 친구의 전화는 감격이 배가되기에 충분했다.
10시 30분, 내 출근과 함께 남편과 교대를 한다. 뒷산에 갔다가 2시가 되면 가게에 도착한다. 어제는 병원에 들러 미처 다 받지 못한 검진을 받는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검진을 받았을만큼의 시간은 지난거 같은데 가게에 도착하는 시각이 늦었다. 친구로부터 들었던 말을 남편에게 빨리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내재해있어서인지 남편 도착 시간이 드디게 느껴졌고, 기다려지기까지했다.^^
얼마지나지 않으니 남편이 가게에 들어섰고, 친구의 말을 전하자 “생일은 남들로부터 얻어먹는게 아니라, 내가 접대를 해야하는거야.” 남편의 말을 따라 여러 가지 야채를 준비하고, 퇴근하고 바로 가게에 들린다면 몹시 시장할것이는 생각에 밥도 앉혀두었다. 친구의 퇴근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다. 몇 번 삼겹살로 접대를 했지만, 식상할 거 같아 수육은 어떻겠나는 생각에 전화를 했었다. 수육을 할려면 삶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미리 서둘러야한다. 그러나 친구의 여전한 대답은 삼겹살이다.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시그널이 울린다. 열기를 하니 친구의 메시지가 도착해있다. “오늘 자기 귀빠진 날 내가 한턱쏘려고 했는데 왜그래 미워~” 얼른 발신메시지를 누르고 많은양의 글을 써놓고 OK 버튼을 눌렀는데 메모리 부족으로 전송이 안된다는 메시지가 뜨는게 아닌가.ㅜㅜ
도착한다는 시각보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멋진 모습을 한 지인들이 골목을 돌아 가게로 오는게 시야에 잡힌다. 까만 슈트정장을 입은 분이 앞장을 서고 뒤이어 군청색 코드로이 자켓의 친구, 캐쥬얼한 콤비를 입은 분이 뒤를 이었다. 친구의 손에는 내 나이만큼의 장미다발이 들려있었고, 친구 남편의 손에는 성분이 백포도주라는 샴페인이 들려있었다. 순간 또 감동의 물결이 후두를 자극한다. 케이크에 초를 꽂고 성냥으로 불을 켜고, 앞에 서 있던 분은 샴페인을 터뜨리기 위해 조여진 철사를 풀었다. 몇 년 전에는 병뚜껑은 코르크마개이드니 이제는 프라스틱 재질로 되어있다. 촛불을 꺼는동시에 폭죽이 터지고, 흔들고 거품을 내어 팽창시켜진 삼페인도 터졌다.
재빠르게 카페라를 들이댔고, 섬광이 일면서 추억의 갈피에 갈무리 되어졌다.....정말 놓치고 싶지않은 순간들이다. 생일이벤트가 끝나자, 음식문화를 즐기기 위해 바지런을 떨었다. 금세 구워내놓은 삼겹살에 방금 해놓은 밥이 윤기를 더하고, 향긋한 쑥갓을 곁들이자 시너지를 발휘한다. 몇 순배의 술이 오가고 포만해진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노래방 순례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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