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소중한 인연들...

정순이 2006. 10. 4. 02:05


“아니 이집에 온다는 사람인데 왜 우리집으로 연락이 온데?”  몇 블록 떨어져 있는 곳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지인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네왔다.^^  그렇지않아도 명절 앞이라 일손이 모자랄정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쁠텐데 그들의 방문이 달갑진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몇 년동안 겪어온 지인들의 성격 디테일을 꼽아보면 전혀 그렇진 않다. “누가 온다구 했어요?” “00산악회 총무님이 여길 온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일전에 몇 번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로 우리가게에 온다는 뉘앙스를 비치긴 했어도 정말 방문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과는 농담을 주고 받을만큼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됐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남편은 “총무한테서 전화가 왔었네...” 휴대전화를 컴퓨터책상위에  던져놓다시피 하는 남편이니 전화벨소리를 듣지못했던 모양이다. 액정화면에 선명하니 쓰여져 있는 ‘부재중 전화1통’ 에 번호를 확인하는 남편에게 “총무한테 전화한번 해보세요.” 남편과 총무가 주고받는 내용을 들을 수 는 없었지만, 남편의 통화내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집에서 출발을 하기 전에 지인에게 몇 번의 버스에 승차해야하는 지 또 어디서 하차해야 하는 지 이미 알고 있는 듯 느껴졌다. 몇 십분 후 지인은 누구와 통화를 하는 진 먼발치에서 알수는 없었지만, 손놀림의 흐름을 보니 아누래도 영남산악회 총무와의 통화인거 같았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지금 나간다고 하세요.”“민규아빠, 지금 총무가 '부산은행앞에서 하차해 우리가게 있는 쪽으로 올라오고 있대요. 얼른 나가보세요.”라는 말과함께 남편은 황급히 총무를 마중하기 위해 나갔다. 잠시후 연한 핑크빛 폴로셔츠 ( polo shirts)를 입은 총무님의 모습이 앵글에 잡힌다. 반가운 마음에 손부터 잡았다. 등산을 다니면서 알게 된 인연이지만 항상 볼때마다 느끼는 건 어떠한 성격의 상대도 다 포옹해주는 넓은 마음씨가 마음에 들었고,  그녀의 성격을 닮을 수 없음에 시샘이 일기도 한다. 해서 그때부터 이 산악회 회원으로 가입을 했고, 컴퓨터 로그인을 할 때마다 산악회 카페에 들러 댓글을 다는 열성도 보인다.^^


냉커피로 접대를 하고 간단한 점심으로 허기를 채운 총무님과 나, 남편 셋이서 정담을 나누며 애기꽃을 피웠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추석명절에 필요한 고기들을 구입해가는 총무의 진면목을 보며 참으로 선한 마음씨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 앞이라 바쁘다는 걸 눈치챈 총무님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지만, 소중하고 귀한 만남이었다.


그에 앞(총무의 방문이 있기에 앞)서 같은 산악회 회원이고 비슷한 연배와 동류의식을 공유하며 알게 된 회원이 있다. 남편과 몇 번 등산을 같이 간 적도 있었던 분이다. 남편을 통해서 알게 된 분들이지만, 참 괜찮을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했다. 그런 두분 중 한분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다고 하셨고, 다른 한분은 수산업에 종사하신다고 하셨다. 개천절인 휴일을 맞아 두분이 등산을 갔다오시다 남편과 함께 소주라도 한잔하고픈 생각이 나셨던모양이다.


그런 두 분은 장사에 방해되지 않는 퇴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버스까지 타셨단다. 참으로 그 마음이 고맙다. 협소한 가게지만, 세명이서 둘러앉아 소주에 삼겹살을 곁들이며 마음과 생각을 공유했다. 유쾌한 시간의 아쉬움을 2차로 간 노래방에서 풀었다. 아무나 선곡할 수 없는 저음의 노래도 아주 잘 소화해냈고, 이따금 노래에 맞춰 요염(?)하게 흔드는 한 분의 춤솜씨에  파안대소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주 귀중한 인연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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