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손님은 날 그렇게 지칭했다) 남편이 죽어도 걱정이 덜 되겠어요.” 생뚱한 말에 무슨 뜻으로 한말인가 싶어 그녀의 입모양을 따라 눈을 고정시켰다. “가게를 하고 있으니 남편이 죽는다고 해도 혼자 살아갈 수 있잖아요. 난 아무것도 하는 게 없으니, 막상 남편이 덜컥 죽어버리면 어떻게 살아가나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까지 한거 있죠?” 기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하면 남편은 매번 그런말로 자신의 놀고 있음을 합리화시키곤했다. 자신이 아내의 일을 도와주지 않는데 있어서 이런 멋진 핑계거리가 어디있겠는가. “내가 없어도 혼자 살아가야하지 않겠나? ” 그런 생각이 바탕되어있으니 자신이 도와주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더라도 서운해 말라는 뉘앙스가 바탕에 깔려있다.
“내가 자주가는 수예점 맞은편에서 옷가게를 하는 노부부가 있어요. 자식들 교육 다시키고 결혼까지 시켜 분가까지마치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는 그 노 부부는 소일거리삼아 시작한 옷가게거든요. 노년에 여행이나 다니고 즐기고 취미생활이나 즐기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나만은, 그럴정도의 여유는 없는거 같아보였어요. 젊은 사람들처럼 주수입원이 옷가게에서 나오는 매출인거 같으면 매출에 신경을 쓰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아둥거릴필요는 없지않겠어요? 그러니 아침에 가게 문 여는 시간도 정해진 시간이 없더라구요. 그런 노 부부를 옆에서 볼때마다 부러웠던건 부부 금슬이 유난했어요. 물론 할머니가 할아버지께 마음적으로 잘하셨으니 그러셨는진 모르지만, 하여간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얼마나 지극정성이였나하면요, 아침에 셔터문을 열면 아내가 앉을 자리부터 닦는데요. 자신의 자리를 남편이 닦아 놓으면 방석을 깔고 그 위에 앉아 할아버지가 다 갖다주는 일만 한다는 거에요. 모든걸 할아버지인 남편에게 의지하고있다가 덜컥 할아버지가 돌아가신거에요.”
“ 갑자기 돌아가셨다면 심장마비 아님 교통사고?” “지병으로 돌아가셨어요. 물론 몇 년 전 건강검진을 받고 오래 살지 못할꺼라는 건 알고 있었겠지만, 자리보전도 전혀없이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그 충격의 여파가 컸나봐요. 너무 많은 정을 주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할머니의 마음이 어떠했겠어요? 그러니 할머니는 연치가 높으신데도 툭하면 눈물을 보이시는 거 있죠?” “할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주셨다면 그 정이 얼마나 그리웠겠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모든 걸 다해주셨으니 자신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셨어요. 하다못해 김치찌개두 끓일 줄 모른데요. 사소한 일에서부터 큰일까지두 할아버지가 다 하셨으니....”
“이와 같은 경우를 보면 옛말에 ‘ 혼자 살아가는 방법이나 헤어지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하나봐요. 정말 공감되는 말이더라구요. 안쓰럽다는 생각과 사랑스럽다는 생각에 품에서 놓지 않고 자신이 다 해줘버리면 상대방이 할 일을 박탈하는거잖아요. 그럼 그 대상은 자신의 의지로 해야할 기회가 없어지게되고, 무슨일이든지 해보지않았으니 자연적으로 할 줄을 모르는 거에요. 그래서 사자도 제 새끼를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고 거기서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나봐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달포가 지났단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 할머니가 왠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생각을 않았나싶은 생각에...물론 개개인의 생각이 다 같을 수야 없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다. 나중에 며느리라도 들였을 때 시어머니인 자신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지런을 떨때도 있지만, 뭐하러 나 자신을 혹사시키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이런걸 보면 사람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나도 이제부터 부지런히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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