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알콜성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난 이후부터는 하루도 마시지 않으면 안 될것 같든 평소 때의 술에 대한 콘셉(?)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생각이 달라졌던 모양이다. 한 달간 정도는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드니 더이상은 참기 어려웠던 듯 일주일에 한 번 등산을 갔다온 후 술을 마신다. 자신이 생각해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술을 마셔도 간이 손상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워낙 술을 좋아하든 사람이라, 6일 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 참는것도 나름데로는 고통이였던 모양이다.
해서 어떤 날은 술에 대한 말만 해도 술을 찾는다. 그런 어제, 참기가 힘이 들었든 지 내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오늘은 왜 이리 술 생각이 나노.” 혼자 중얼거리듯 했지만, 반응이 없자 “안주거리 머없나? ” 로 이아진다. 도저히 못 참겠든 모양이다. “ 한치 있으면 좀 삶아줄래?” 지난번 오징어보다 작고 더 부드러운 한치를 한번 삶아 줬드니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귀차니즘을 신봉하는 내 표정이 일그러지자 “니가 알아서 사온나” 였고, 지난 번 이웃가게에서 먹어본 달콤하고 고소한 비스켓맛을 잊을 수가 없어 “ 비스켓은 어때요?”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을 뒤로하고 몇 블럭을 지나 골목을 돌아 비스켓을 판매하는 가게에 들리니 좌판에 여러 가지 과자와 사탕들이 종이상자에 그득 담겨져 있는게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여러 가지 섞어서 2천원치 달라고 했드니 200g에 천원 하니까 2천원치라면 400g을 줘야하는 데 저울눈금이 500g에 가깝다. “나머지는 인심 쓰는겁니다. 다음에 고기 사러 갈 때 많이 줘야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러 가지 비스켓과 쿠키, 알과자 등등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리고 있는 데 진열장 너머로 사람들이 모여 술렁거린다. 명절이 다가와도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썰렁하니 어떻게 하면 매출을 많이 올릴 것인지 그에대한 의견을 교환하나 싶었다. 몇 분 후 가게에 들린 이웃집 아주머니 “저기에서 부침개 파는 사람있죠?” 금세 누군지 알아듣지 못한 나는 “어디서요?” 그제서야 검지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르켜준다. “그집 아들이 죽었다네요.” “네? 죽었다뇨? 어디서 말이에요” “ 군대에서요. 얼마 전에 휴가 왔다는 데 귀대하고 얼마있지 않아서 그런 사고가 났나봐요.” “엄마가 마음이 어떻겠어요.”자연적으로 미간이 모아졌다. “위로 딸 셋을 낳고 아들 얻을려고 느지막에 얻은 귀한 아들인데...” 귀하게 얻었던 아들이든 그렇지않든 부모를 앞세운 자식의 죽음앞에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다들 그 아들 이야기로 술렁였다. 이튿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으로 어떤 병사의 자살뉴스를 보든 남편은 아무래도 그집 아이인거 같다며 안타까운듯 한 표정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내용은 ‘자살’이라는 것이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강요하는 선임이 있었다. 억울함을 인터넷에 올려 호소하고 싶었던 그 병사는 컴퓨터에 앉은 모습이 선임의 눈에 띄었고, 사실을 알고 난 선임과 동료들은 그 아이를 왕따 시키기로 한 모양이다. 결국은 그런 분위기를 감내해내지 못했던 병사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듯이 이미 자살로 처리되었다면 연금이나 국립묘지 혜택은 못받는다. 요컨대 ‘군대에서의 자살은 개죽음이나 마찬가지’ 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유족들은 부검을 하라고 한 모양이다. 며칠 전에 집에 왔다 귀대한 아들이 자살할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를 위한 레퀴엠을 들으며... 단기 4339년8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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