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던 그 뜨거웠던 여름의 태양은 자연의 섭리앞에 고개를 숙이고, 아침저녁으로 피부에 와닿는 소슬한 느낌이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섰음을 실감하는 날이다. 무엇이 못마땅한지 잔뜩 성이 난 하늘은 인간에게 보복이라도 하려는 듯 퍼부어대던 지난 며칠 동안의 폭풍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숙였다.
유년시절 이맘 때 쯤이면 마땅한 놀이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들은 곧잘 집에서 가장 가깝고 넓은 공간을 갖고 있던 면사무소로 달려가곤했다. 서너 개의 문턱을 넘고 안으로 들어서면 수령이 몇 십년은 됨직한 우람한 은행나무가 우리를 반겨주곤했었다. 넓은 가지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시원한 그늘 아래서 공기놀이도 했고, 고무줄 놀이, 서로의 영역확보를 넓히기 위해 땅따먹기 놀이도 했었다.
출퇴근때마다 가로수로 심겨진 은행나무의 푸르름만 봤지, 올망졸망한 은행알이 나무에 열려있을꺼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에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은행알을 털어간다는 뉴스를 보긴했어도, 직접 눈으로 보진 못했다. 그런 어제, 저녁을 물리고 잠시 볼일을 보러 집밖으로 나와 건널목에서 파란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등뒤로 두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하고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한명의 여성은 막대기(stick)을 들고 은행나무 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머지 두명의 여성은 하얀 비닐봉투를 들고 땅에 떨어진 은행알을 줍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금세 나타난 듯했다. 몇 번 막대기로 은행나무 줄기에 매달려 있는 은행알을 향해 두드려댔다. 그렇게 몇 번을 두드리자 막대기 길이가 은행이 열려있는 줄기에 닿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그만한 막대 길이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가 여의치 않고 수확이 없자, 옆에 서 있던 한 명의 남성에게 막대기를 건냈다. 자신들 대신 좀 해달라는 눈짓과 함께...마지못해 작대기를 받아든 그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막대기로 은행나무를 내리치자 제법 많은 양의 은행알이 대기를 가르고 땅으로 우두둑 떨어졌다. 가만히 보고 있던 나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짓 하지말라고 TV에서 그러던데....”
나의 작은 소리는 은행알 떨어지는 소리에 묻혀버린듯 했는데, 내말을 들었는지 머쓱해진 남성은 막대기를 여성들에게 도로 건네주는게 보였다. 이제 시작한 일인데 내 말로 인해 행동을 제지당한 여성들은 속으로 서운했을 것이다. 자신들은 키가 닿지 않아 어쩔수 없이 남성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다시 남성에게 막대기를 건내며 “조금만 더 해주세요.” 그 남자분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막대기를 받기 난감해했고 재차 여성의 재촉이 있자, 마지못해 다시 막대기를 받아들었다. 그 남성이 있는 힘을 다한듯 내리친 막대기에 은행알들이 우두둑거리며 인도 여기저기 흩어졌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어떤 남성은 자기 앞에 떨어진 은행 한 알을 도로를 덮어놓은 철제로 된 하구수 트렌치(trench) 뚜껑위에 뚫려있는 구멍사이로 흘러 들어가는 걸 지나가는 행인이 발로 차 넣으려 했다. " 왜 밀어넣을려고 하세요?" "다 뭉게진걸요." "뭉게져도 껍질이 뭉개졌지 속은 멀쩡한걸요." 은행 한 알이라도 아까운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을 했지만, 그들의 행동을 동조하는 말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이들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볼뿐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빨간 신호등이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자,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신호등 색깔이 바뀌기 전에 건너려고 종종걸음을 지치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합류를 하며 인파 속으로 합류했다.
*은행나무는 잎, 열매는 물론 수피, 목재의 쓰임새에 있어서도 훌륭한 효용가치가 있는 나무이다. 뿐만아니라 나무의 신사라고 불리는 은행나무는 수형이 강직하고 늠름하여 가로수로도 단풍이 아름다워 조경용으로나 분재로도 각광받는 나무이다. 은행나무에서 징코라이드 A.B.C 진놀 프라보놀 등의 성분이 함유 되어있어서 말초혈관장애 노인성치매등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은 나무에 붙어있을 때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떨어져 어깨지면 고약한 냄새가 나고 옻이 타는 경우가 있다. 식용으로 쓰이는 연질부분을 덮고 있는 얇은 막이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얼마 전까지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우리나라의 은행잎을 수입하여 이들 성분을 추출하여 연간 약 10억 달러의 매출고를 올렸다고 한다. 은행 잎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나는 것보다 유효 성분의 함량이 20배에서 1백 배나 많다. 음력 5월에 따서 그늘에 말린 은행 잎 35그램에 감초 15그램을 넣고 달인 물을 수시로 마시면 몸 안에 쌓인 독을 풀고 혈압을 내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은행잎을
약재료로 사용할 때는 낙엽이 되기 전에 가장 완숙한 푸른잎으로서 9~10월 사이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건조하거나 햇볕에 말리거나 급속탈수법으로
건조하여 사용한다. 맛은 달고 쓰고 떫으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조금 있다. 심장을 보익하고 폐를 수렴하며 습을 제거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협심증, 가슴앓이, 심장병, 가래, 해수, 천식, 설사와 이질, 백대하를 치료한다. 하루
6~12그램을 물로 달이거나 가루내어 복용한다. 성숙한 은행잎을 달여먹으면 쓰고 역겨운 맛으로 인해 구역질이 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은행알을 싸고 있는 육질과 은행잎에 들어 있는 '긴프르산'과 '비와폴'이라는 성분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현대의
제약회사에서는 은행잎의 독성을 분리하고 유효 성분을 추출하여 정제, 액제, 좌제, 주사제등을 만들어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봄철에
성숙되지 않은 어린 은행잎을 따서 말렸다가 달여먹으면 독성이 거의 없어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공해가 없는 한적한 시골에서 자란
은행나무 어린잎을 따서 말려 건조해놓고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필요할 때 마다 감초와 대추를 넣고 보리차처럼 물로 달여서 먹으면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 생강은 은행잎과 서로 조화가 안되어 넣지 않는다. 성숙된 잎은 독성이 있어 먹기가 역겹다.
심장병, 협심증, 혈액순환, 노인성 치매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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