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금슬좋은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

정순이 2006. 6. 3. 11:27

“뭘 그렇게 많이 사가는거에요?” 비닐안으로 보이는 하이얀색과 핑크빛으로 채색된 네모난 작은 상자는 비누케이스 같았다. “남편 관장약이에요.”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보죠?” “식사양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럼 적당히껏 드시게 하지않구요. 소화를 못시키는가본데요.“ ”아무래도 하루종일 보료위에 누워있으려니 소화가 되겠어요? 소화기능은 좋은거 같은 데.....워낙 운동량이 없으니...“

 

”내가 아는 사람 가족 중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제대로 못쓰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가정을 보니 식사량을 조절하는가보든데요? 아무리 드시고 싶다고말을해도 드시고 난후 뒷책임은 남아있는 간병인의 몫이니까요.“ ”그래도 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구요. 비록 하반신만 못 쓴다는 것 뿐이지. 배 위의 기능은 정상이거든요. 그러니 먹는건 아주 잘 먹어요.“ ”그래도 그렇지. 식사량이 많으면 대변을 많이 눌거 아니에요. 그럼 그 냄새와 많은 양을 받아내려면 힘들잖아요.“ ”그래도 난 그렇게 못하겠더라요. 우리는 식사를 할때도 똑같이 해요. 식탁이 있지만, 남편을 위해 밥상에 차리게 되죠. 먹는 음식도 똑 같아요. 음식을 먹고 난 후 가만히 누워 있으니 소화를 못시키게되구, 매번 관장을 시켜야하죠“.


내가 그분을 알고 지낸지만 해도 벌써 십년이 훌쩍 넘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따라 가게에 들리셨다가 단골이 된 케이스다. 나보다 한 참 위의 연배라 항상 조심스러움이 밑바탕되어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교감을 나누면 더 친밀감으로 다가온다는걸 터득했다. 그 짧게 짜른 커트머리의 단정함과 화장하지 않은 깨끗한 피부의 이미지가 부지런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그 분의 부군되는 분을 아직 뵌적은 없지만, 그분을 통해서 소통하곤한다. 그분의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안전사고를 당한 모양이다. 무슨 사고였는진 알수 없으나 그녀의 삶은 그때부터 멈추어버렸는지 모른다. 아내의 손길이 늘 필요로하고, 남편의 곁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니 말이다.

 

하반신이 마비되는 큰 사고를 당하고부터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지가 14년 째다. 그래도 한번도 남편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내가 남편한테 잘하니 아들도 아버지한테 아주 잘해요. 직장근무(교편을 잡고있다)를 마치고 회식할 일이 있으면 꼭 아버지가 좋아하는 횟감을 사와요. 회식하는 자리마다 먹는 음식이 다르잖아요. 그럼 사올 때마다 내용물이 달라져요. 아직 한번도 거르지않구 사갖고 와요. 아침에 출근 할 때는 머라는 줄 아세요? ‘아버지, 어머니 말씀 잘 따르세요.’ 라는거 있죠? 그만큼 수발하는 엄마의 고통을 알아줘라는 뜻이겠지요.”

 

우리 가게앞을 지나가는 노파 네분이 계신다.  할아버지 두 분이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바깥 바람을 쐬러 나오신다.  귀찮음 내지는 '남편이 아내를 위해 이런거까지 해야하나?' 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런 하찮은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아내를 위해 기꺼히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 오랫동안 그분들의 모습에서 눈길을 뗄수가 없다. 나이 들어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묵묵히 자신을 수발해주는 배우자의 모습들을 보면서...진한 부부애를 느꼈다.

' human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촌이 빚은 참극  (0) 2006.07.03
정이 무엇인지....  (0) 2006.06.13
어느 치매노인의 절규  (0) 2006.05.29
어떡하란 말인가?!  (0) 2006.05.27
사랑을 빙자한 테러  (0) 200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