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건너편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을 비켜 언듯 보여지는 행동은 하얀 제복을 입은 간호사와 땅에 주저앉아있는 할머니였다. 간화사로 보이는 사람을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는데 할머니는 주저앉은체로 일어날 생각을 않고 오히려 반항을 하는 듯보였다. 할머니를 모시고 갈려다 여의치않자, 할머니를 그대로 두고 간호사는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척을 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자신을 따라올 기미가 보이지않고 반대방향으로 걸어가자 안되겠다 싶었던지 간호사는 발길을 돌려 할머니한테로 다가가 팔을 낚아채는게 눈에 들어왔다. 파란불이 들어오고 건널목을 지나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그러시는거에요?” 간호사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무리라는 듯 “글세, 할머니가 병원으로 가자고 해도 가시지 않고 이렇게 버티며 속을 썩히지 머에요. 그러지 않아도 바빠 죽겠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할머니를 가만히 보니 치매끼도 있는거 같았다. 그대로 두면 분명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일텐데 할머니는 혼자서 집에 가겠다며 버티는 것이었다. 간호사의 힘만으로는 무리일것 같아 나도 할머니 팔에 깍지를 끼었다. “할머니, 병원에 같이 가세요. 지금 어디 가시려는지 몰라도 할머니 혼자서 집을 못 가세요. ” “놔, 왜 내팔을 잡고 그래? 나 아들한테 갈꺼란 말이야..아이고 팔아퍼 죽겠네.” 라며 간호사의 손을 뿌리치는 데 화가 난 할머니라서인지 간호사가 잡고 있던 손이 할머니의 손목에서 나가 떨어진다. 간호사의 반격이 시작된다. “할머니, 자식들이 할머니를 모실 수 없다고 해서 이 병원에 모시고 온건데 가시긴 어딜 가신다고 그러세요?”
간호사의 일침에 눈자위가 스멀거린다. 자식들은 병든 노모를 모실 수 없어 한 달에 얼마씩을 주고 이런 병원에 모셔다 놓고 자신의 직무를 다했다고 생각할테다. 물론 개중에는 피치못할 사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할머니, 할머니가 길을 모르시는데 아들을 만나러 갈수있겠어요? 그러지 말고 간호사를 따라 병원에 가서 아들한테 전화를 걸어요. 할머니 모시고 오라구요. 아시겠어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알아듣지 않았겠나 싶어 병원을 나설 때 짚고 나온 쇠지팡이를 다시 할머니께 건내고 팔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울려하자 할머니는 땅바닥에서 일어서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일어서기라도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같이 안간힘을 썼다. 도살장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소 같이...
“아이고 팔아퍼 죽겠네. 어딜 이렇게 세게 잡아” 라시며 지팡이로 간호사를 때렸다. 간호사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지팡이를 뺏었다. 50대로 보이는 간호사와 내가 낑낑 거리며 할머니를 일으켜 세워볼려고 했으나 역보족이었다. “안되겠어요. 차라리 할머니를 업을 수 있는 남자가 오시는게 더 낫겠어요?” 간호사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 잠시만 할머니를 부탁드릴께요.” 라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불과 이차선 길만 건너면 병원이 있다. 일층에는 전자케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고, 이층에는 외래인들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나머지 3층과 4층은 오갈데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시설이 있고, 5층은 호스피스 병동이다. 간호사가 할머니를 업고갈 남자를 데리러 가고 난 사이 할머니는 울먹이며 “내가 여기 온지 두 달이 되었어. 그런데 사람을 개 취급해. 그럴 수 없는거야?”
어떻게 보면 치매로 인해 허튼말을 하시는 거 같이 보였지만, 미디어를 통해 치매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시설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을 봤을 때 할머니의 말씀이 전혀 아니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말 개처럼 동물처럼 취급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아려왔다. 아프다는거, 나이 들어서 부모를 귀찮게 생각하는 자식들, 젊었을 때는 이렇게 살꺼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은 너무 초라해져버린 자신을 내려다 보면서 회환에 눈물 흘리고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적잖이 마음이 아파왔다. 할머니의 독설이 이어진다. “며칠 전에 며느리가 와서 돈을 주고 갔단 말이야. 그러니 그 돈을 먹고 날 막 취급하는거야.”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있는 데 아까 그 간호사와 낯선 중년의 남자가 우리곁으로 다가왔다. “고맙습니다.” 간호사의 말이 있자 옆에 있는 남자도 “정말 감사합니다.” 를 긴여운으로 남기며 가던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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