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어버이날에....

정순이 2004. 5. 8. 12:13


컴앞에 앉아있던 내 앞으로 메신저창이 하나 열리드니 남편으로부터 쪽지가 날라왔다. "채팅만 하지 말고 지금 집에 갈테니 술안주 장만해놓아라..."남편은 퇴근전 가끔 메신저를 통해 자신이 먹고 싶은 안주를 미리 말을 해둔다던가 아님 외출을 할 때도 곳 잘 활용하게 되는 무료통신이다. 전화를 통해서도 부탁할수 있지만 무료로 할수 있는 인터넷통신을 두고 굳이 돈을 들일필요까지 있겠는가.


그런 마음이 바탕이 되어 자주 이용을 하는데 그 기분또한 괜찮다. 그러던 남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던건 메신저를 보내고도 반응이 없는 내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남편의 메신저를 보고 바로 반응을 했으나 가게에 있는 컴퓨터 사양이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름데로 원인을 규명을 했다. 또한 노후화 되어서인지 가끔 메신저를 제대로 전달을 못할때도 있고, 북마크에 설정되어있는 창을 열어도 속도가 느려 애를 태울때가 많다.  다른 분이 보낸 메신저가 내 컴퓨터까지 도착도 않은 채 사라버릴 때도 있어 척후병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소홀히 할 때는 나만 애꿎은 소리를 듣곤해 가끔 오해를 받곤한다.


"지금 이웃하고 있는 00와 술한잔 하고 들어갈테니 기다리지 마라" "그럴께요." 그리고 나간 남편이 집에 돌아온건 11시를 조금 넘어서였을까. 현관문을 따는 소리에 컴앞에 앉아있던 나는 남편을 마중하기 위해 방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불콰해진 얼굴의 남편이 기분이 좋은 듯 거실로 들어섰다.


"술안주 좀 해와라. 우리둘이 술한잔 하자...""술안주는 멀로 만들까요?" 남편이 술안주로 부탁을 할 때 매번 물어보곤 하지만 술안주의 매뉴는 항상 정해져있다. 치아도 부실한 탓도 있지만 아들의 군입대로 집에서 밥을 하지 않는 탓에 항상 냉장고는 텅텅비어있어 남편의 술안주는 계란으로 요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계란 후라이를 접시에 담고 술한병과 술잔 두 개를 가지런히 올린 쟁반을 들고 거실탁자위에 놓고 마주앉았다. 주거니 받거니 두순배가 돌아갈 무렵 더 마시다간 살만찔 것 같았고, 딱히 할말이 없어 방안에 들어온 나는 컴앞에 앉았다. 남편의 방에 있는 컴퓨터는 바이러스가 걸렸는지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클릭하고 새로운 글들이 올라와 있나싶어 두리번거려보니 늦은 시간때문인지 낯익은 이름들의 글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상단에 있는 채팅방을 클릭하고 대화방을 기웃거려보니 아는 사람이 몇분 있었다. 가볍게 연착륙을 시도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 까 남편으로부터 "일로 좀 와바라." 대꾸는 않고 거실로 나간 내게 "니 어머니가 계시는 호실번호알고 있제?" "@@@..."


지난 3월 22일날 돌아가시고 난 후 장지에는 같이 갔었으나 골분함을 안치할때는 같이 자리하지 않은 남편은 어버이날이 내일로 다가오자 어머니 생각이 불현 듯 난 듯 했다. 남편의 의중을 읽지 못했던 나는 같이 대치를 하며 대립을 벌이고 말았다. 내 생각 기저에는 방금 전까지 채팅을 한다는걸 남편도 알고 있었기에 별다르게 남편의 페이소스를 읽지 못했던 내 우매함이 있었는지 모른다. "니는 며느리로써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나?" "지난 번 민규가 할머니가 계신호실을 적었다는 말을 니한테서부터 들었을 때 나는 니도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니는 우째 된게 아들이 아는 사실을 며느리인 네가 모른다는게 말이되나. 아들은 할머니가 계신호실을 모른다해도 니는 알아야 하는거 아니가. 자식 교육을 시키는 엄마가 알아야 할 일을 엄마인 니는 모르고 있고 손자인 아들이 알고 있다는게 말이되나? 시어머니가 계시는 곳을 모르는 네가 무슨 자식교육을 시킨단 말이고..."

 

 남편의 격앙된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경우가 어디있노? 그리고 내일이 어떤날이고,어버이 날이다 내가 아무리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진 않았다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는거 니는 잘 알꺼아니가?" 그랬다. 부끄러운 자화상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남편은 동참하지 않았다. 그때 아들은 내게 귀에대고 속삭였다. "어머니, 지금은 아버지가 속이상해 할머니가시는 길을 보진 않지만 나중에 후회할때는 막상 할머니를 찾아뵐려면 호실은 알아두어야하지 않겠어요." 라는 말을 하며 메모지에 깨알같이 호실과 분골함번호를 적어둔적이 있었다. 부모가 부모노릇을 소홀히 했을 때 자식에게 거울같은행동을 못했을 때  아들로부터 배울점도 있다는데 심한 부끄러움이 쥐구멍을 찾게 만든다.

 

어버이날 아침...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며 시어머님 살아계실 때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을 떠올려보는 하루로 마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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