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곰보다 여우

정순이 2003. 12. 10. 12:57
"이댁 남편은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
"원래 말이 없는걸요."
"일전에 가게에 들렸다가 인사를 해도 별 반응이 없기에 다음에 들리겠다는 말을 하고 그냥 돌아갔어요."
하면서 가게를 들어서는 그녀는 우리 아파트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분이다. 몇 번 이야기가 오간 끝에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그녀는 살고 있다며 친숙함을 보이곤 했다.

교회에서 알고 지내는 지인들은 그분의 깔끔한 마스크에 조심스러워한다며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하며 내 반응을 기다린다.
"깔끔한게 좋죠. 여러 가지 면에서... 저 역시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남의 집에 방문하였을 때 어질러져 있는걸 본뒤에 음식을 내어오면 음식에 손대기가 꺼려지던걸요."

"그렇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교회에서 안수기도하러 몇번 가정을 방문을 했는데 씻지않았는지 수저가 깨끗하지 않았어요. 그냥 음식을 먹기가 찜찜해 부엌싱크대에 가서 다시 씻어 음식을 먹었드니 다들 나를 보는 눈이 시선이 따갑더라구요. 따지고 보면 깨끗이 하지 않은 그 집의 잘못이 큰데도 말이죠.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다들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는거 있죠. 여태 나 사귀어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느낌 들지 않죠? 알고보면 나도 얼마나 잘 어울리는 성격인데...그렇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저는 편하게 느껴져요. 개개인마다 상대방의 성격을 받아들이는 뉘앙스가 다를 수 있겠지만....그래서 코드가 맞다는 말을 하지않겠어요."

정말 그녀는 우리가게에 자주 들리긴 하지만 커피나 여타 다른 걸로 접대를 할려고 해도 손사래 친다. 그걸 보면 그 분의 성격은 미루어 짐작을 하고도 여분이 남을 것이다. 자신은 밖에 나와서는 먹거나 마시지 않는다며 자신의 성격을 가감없이 표현하곤 해 상대를 더 조심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남에게 피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이래도 집에 가면 얼마나 애교스러운지 모르죠? 일전에 집 천정에 형광들을 교체할일이 있었어요. 물론 기사분이 오셔서 다 교체를 하고 갔지만 그 나머지 잡다한 일이 좀 많겠어요. 그일을 다 하고 나니 허리가 뻐근하더라구요. 저녁에 집으로 퇴근한 남편에게 비염섞인 목소리로 애교를 떨었죠. '여보. 나 오늘 일을 많이 했드니 다리가 너무 아파와요. 물론 기사분이 다 한일이지만 뒷정리 하는데 꽤 많은 일을 했다구요. 수고한 내를 한번 업어주고 싶지 않아요?' 하면서 엄살을 떨었드니..못이기는 척하고 남편이 그녀 앞에 등을 들이밀더란다.

크다란 덩치로 남편에게 업어달라고 엄살을 떨긴 했지만 갑작스런 남편의 행동에 무안해졌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면서 그녀가 다음말을 이었단다. "만약에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갈일이 생기고 또 업혀지는일이 생길지 누가 알아요.그때를 생각하면 나쁘진 않죠~?"이내를 업고 아들방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아들앞에 큰소리로 " 윤호야. 니도 엄마 한번 업어봐라.."
갑작스런 부모의 방문에 황당한데 덧붙여 아버지의 요구에 어안이 벙벙해진 아들 윤호는

"아버지 저는 안돼요. 어머니 업을 만한 힘이 없는걸요." "이런...이런..."씁쓸한 기분을 남기고 돌아서 나오고 말았다는 그 부부.. 금슬좋은 부부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나도 오늘은 그녀의 행동을 도입해서 한번 실행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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