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친목회 모임이 우리집에서 치렀다. 격월제로 모임이 있어 우리집에서 치러는 모임은 일년에 한번정도 돌아오게 되어있어 부담이 적다. 계원인원도 단촐할 정도로 4커플들뿐이니 모임이 있을 때는 항상 부부동부인을 해야 한다. 남편과 학교 동문들이라 부담이 적어 코드가 잘 맞는지 모르겠다. 인제 다들 기반을 잡은 40대 후반이라 왕성하게 일할 나이는 지나서인지 다들 건강에 대한 관심들이 아주 많음을 알수 있었다. 그 기반에는 등산을 다닌다던가 집에서 운동기구를 장만해 하루에 몇분씩은 꼭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적으로 게으름을 미화하면서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는 남편은 피곤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일을 많이 하는것도 아닌데도 그런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되고 마는데 따지고 보면 달리 운동을 하지 않음이 확연히 드러나는거 같아 속이 상할때가 많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평소때 몸을 단련시켜놓지 않았던게 유일한 이유이지 않나싶다. 그런 남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친구분들은 등산의 효용성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등산하고난 뒤에 올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산에 자주 다닐것을 종용했다.
작년 이맘 때이던가 두 번정도 친구와 등산을 간 적이 있었다. 평소때 걸음이 빠르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산 초입부터 호기어린 계산으로 친구를 앞지르며 객기를 부렸단다. 웬걸...친구는 등산 마니아인데 웬 걸음이 이렇게 더디냐는 투로 객기를 부리며 앞서가고 있었지만, 막상 스피드를 내어야 하는 코스에서는 힘에 부쳐 허기적 거리고 말았다니....
마라톤이나 등산도 마찬가지로 스타트때는 천천한 걸음으로 즉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구 중간 지점이나 마지막에서 스퍼트를 내어야 한다는게 마니아들의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보폭도 짧게....계단을 오를 때 두칸을 뛰어오르면 금방 지치지만 한칸씩 걸어올라가면 지치지 않는다는 말로 등산을 할때의 유의사항을 친절하게 서빙하 듯 남편에게 어드바이스 해주었다.
그런 일이 겪고난 이후부터는 자신 때문에 친구에게 운동에 방해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두 번다시 같이 등산 하는일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혼자서 등산을 한다는 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의지력이 기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 일이 있고부터 그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던 아픈 기억들이 있어 등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남편은 할말이 없는 듯 은근히 가만히 있고만다. 그런 어제 늦은 아침을 먹고 난 후 등산을 가지않을래하며 나를 꼬드긴다.
일전에 그런이야기가 있었다. 아침마다 남편을 깨워 약수터에 같이 간다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였다. 비오면 비가온다고 못가겠다 버텼고, 피곤하면 오늘은 쉬고 내일 가자며 나를 실망시켰다. 그때 남편한테 선언한적이 있었다."다시는 등산이나 약수터 같이가자는 말은 하지 않을꺼예요."그런 이야기 끝에 나는 집에서 러닝머신으로 대신하고 있다. 이제서야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 등산이야기를 꺼낼려니 남편의 입장이 말이아니였을거는 당연할테다.
“우리 한달에 두 번씩 쉬는 날 등산가지 않을래? ”
“두번 가는거는 무리지만 한번 정도는 생각해 볼께요. 그리고 또 몇 번 다니다가 다시 흐지부지 될텐데요. 그럴려면 뭐하러 다녀요?”
“비가 온다던가 할때는 못가는 거지 안그래?”
“꼭 비올때 말하는거예요?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던적이 어디 한두번인가.머...”
“아침잠이 많아서 그렇지.”
“의지력이 약한거죠.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새벽까지 술마시구도 새벽같이 일어나 산에 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더라구요.“
“@@@~~”
나 역시 게으름을 찬미하는 부류로 남편못지 않지만 자신의 건강유지를 위해 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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