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쇠고기 판매하는 집 맞죠?” 고기 가격을 물어올 만큼의 나이는 되지 않은 앳된 목소리였다. 10대 후반쯤이거나 20대 초반의 낭랑한 사내아이 목소리였다. 가게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이런 나이어린 사람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의구심이 가득한 뉘앙스로 반문 했다. “거긴 어디예요?” “대연동인데요.” ‘대연동? 그렇다면 지난 번 이바지음식 보낼 때 가져갔던 그 사돈댁에서의 전화?’ 여러가능성을 타진해보았다.
가끔 결혼 이바지음식을 받은 집에서 고기가 맛있다는 이유로 먼길을 마다하지않고 가게까지 찾아오는 고객이 있어서 그런 생각까지 유추하게 된 것이다. "손님을 초대할 일이 있나보죠?” “네, 한 50명 정도 올 것 같은데 어느정도 양을 하면 되요? 그리고 가격은요.?” “한 근(400g)에 16000원에서부터 24000원까지 있어요.” “제일 비싼거는요.?” “24000원이예요.” “그렇담 50명 정도면 얼마만큼의 양을 하면 될까요?” “3명에 한 근 기준으로 하면 될꺼예요. 그럼 6kg 내지 6.5kg 정도 하면 되겠네요.” “그렇담 가격은 어느정도 되나요?” “380000원 정도 되겠네요.” “그렇군요, 우리가족이 4명이니까 거기서 좀 더 추가하면 되겠군요.” “.....” “참 인간고기도 판매하나요?” 뭘 잘 못 들었나싶어 다시 되물었다.
“네? 뭐....요?” “인간고기요.” “인간고기라뇨?” “브라질에 있을 때 인간고기를 판매하는 가게를 본 적이 있거든요. 거긴 팔지않나요?” “그걸 어디서 구하는데?” 상대방이 나이가 어리다는 생각과 그런 류의 내용에 이게 아니다싶어 그때부터 말을 놨다. “이웃사람 한 명 죽여 팔아바바요. 아주 잘 팔릴꺼예요.” 순간 모골이 송연해왔다. 순간적으로 “난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니가 인간고기 좀 되줄래?” “그럼 남편을 죽여요.” “아직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이런 장난 전화하지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그리고 끄기 버튼을 꾹 눌렀다.
장난전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상대가 내 인적사항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며칠 전 부산 어느동에 있었던 끔직한 살인사건이 클로즈업되어왔다. 혹시 전화번호 추적이 가능한지. 전화국에 전화를 걸어봤다. 몇 번의 불편함 끝에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 이런 류의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 전화번호추적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그러나 전화국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했다. 모르는 사실은 아니지만 행여나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본 것이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제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해요.” 도움을 주지못한다는 말로 날 위무했고, 서둘러 수사기관에 신고하라는 대답만 음속으로 돌아왔다.
내친김에 114에 전화를 해서 가까운 지구대 전화번호를 물었다. 바로연결로 1번을 눌렀고, 굵직한 바리톤 음성의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턴테이블에 픽업을 올려놓 듯 전화국상담원과의 통화내용을 다시 이야기했다. “장난 전화 아닐까요?” “장난전화라고 하기에는 상대방이 내가 무슨 장사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정황도 흉흉하고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거든요. 전화번호를 추적 할 수는 없나요?” “그렇게 할려면, 일단 고소장을 제출하셔야해요. 고소장을 제출하면 그 고소장을 상부에 보고를 해야하고, 검찰로부터 영장이 내려와야지만 한국통신에 가서 전화번호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까다로워요. 전화번호는 알고 계세요?” “네.”
“제가 전화를 한 번 해볼께요. 그리고 난 다음 전화를 드릴께요.” 몇 분 지나지 않아 공기의 저항을 뚫고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여보세요?” “네, 지구댑니다. 좀전에 아르켜 주신 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전화기가 꺼져있네요. 아무래도 그런 전화를 해놓고 자신도 놀래서 전화를 꺼놓은 듯해요.” “......” “ 몇시에 전화가 왔는지 아세요? ” “그건 알아요.발신자 번호를 클릭하면 몇시에 전화가 왔는지 알 수 있어요.” “그렇담 메모를 해두십시오. 몇 월 며칠 몇시..녹화도 할 수 있어요?” “그것까진 모르겟어요. 전화기사양을 모르니요. 사용자설명서를 보면 알 수 있겠네요.”
“디지털 전화기는 녹음이 가능하거든요.” 전화단말기를 구입한지 달포도 되지않았지만, 녹음기능은 없었다. 휴대폰 메모장에 메모를 해두었다. 몇월 며칠 몇시 전화번호와 대충의 내용을...이런 류의 전화가 또 걸려온다면 꼭 신고하라는 말과 자신 (지구대직원들)들도 공론화시켜놓을테니 너무 걱정말라는 말을 끝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온신경이 곤두서고, 생각이 마비되는 가위눌린 어제(3월 16일) 오후였다.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창회 (0) | 2010.03.28 |
---|---|
진도 첨찰산 (0) | 2010.03.22 |
눈오는 부산 (0) | 2010.03.12 |
줌마들의 가라사대! (0) | 2010.03.07 |
며느리사랑은 시어머니! (0) | 2010.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