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시부모 시집살이는 끝이 있지만, 남편 시집살이는 끝이 없다"는 말로 시부모 모시고 있는 사람들을 위무하지만, 공허한 수사의 나열에 다름없고, 언어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老體에 살아봐야 얼마나 오래 사시겠나는 메타포의 뉘앙스가 녹아있지만, 그녀의 삶을 보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치매노인은 약 40만명이라고 한다. 노인성 치매에서부터 조발성치매.초로기치매..치매 종류도 여러가지다. 그녀의 시어머님은 노인성치매에 해당한다.
九旬 이신 시어머님이 치매증세를 나타나게 된 횟수가 3년이나 됐지만, 전혀 귀찮은 내색을 않는다. 늘 내게 주어진 숙명이자 삶이라 생각하며 일탈하지않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여성이 있다. 그 생각의 토대에는 신앙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안다. 그녀와 알게 된 것 십수년이 지났지만, 교분이 두터워진 바탕에는 그녀의 선함이 큰 작용을 했음을 모르지않는다.
그런 그녀는 중학교 졸업장이 학력의 전부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얼마전에 사촌동생 딸이 결혼한다기에 갔드니, 사촌올케는 새로 맞이하는 며느리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어요. 하긴 아들이 잘 났으니 그에 걸맞는 며느리를 얻는건 당연지사겠지만, 내가 처해있는 환경은 생각지도 않고 늘어놓는 자식 자랑을 들어줘야만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웠어요." "화려한 입성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려는 눈치가 보였지만, 난 그들이 하나도 부럽지않았어요. 오히려 사촌올케를 볼때 측은지심이 드는거 있죠? 마음이 아주 가난해보이더라구요. 시어머님을 모실 생각은 아예없죠, 몇 년만에 만났지만, 큰 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시며 '대단하다.' 고 하시는거예요. 며느리가 자신을 외면해서 혼자 살고 있다' 그러시는데 눈물이 다 나는거 있죠. 돈이 있음 뭐해요? 많이 배웠음 머해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뭐가 중요한지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인데....
사촌 올케는 어떻게 하면 시부모님을 모시지않을까 궁리하다가 미구에는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는 말로 툭하면 12시에 집에들어가기 예사고, 수업을 대비해 준비할게 있다면서 새벽에 들어오는게 사흘걸러 였다고 하더라구요. 가만히 며느리 눈치를 보니 자신을 귀찮아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큰 어머님! 해서 하루는 운을 땠데요. "홀가분하게 혼자 살고 싶다"는 말을 비쳤드니 항상 시큰둥하던 며느리 얼굴에 화색이 돌더라구. 그때부터 혼자 살게 됐어!" 그런 큰어머니 였으니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내가 대견해보이고 대단해보였겠죠..."
"물론 시어머니와 며느리 생각이 같을 수는 없죠. 큰어머님은 그런 생각인데반해 사촌올케는 시부모님을 28년째 모시고 있고 치매증세를 보여 고생하는 날 바보취급하는거 있죠? 난 오히려 저들이 불쌍해보이더구만....내가 늘 귀에 이어폰 꽂아 듣고 있는게 하느님 말씀이예요. 하루종일 듣고 있어도 지겹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않아요 "정말 그녀는 이어폰을 귀에꽂고 주변을 의식하지않고 생활한다. 시장에 올때나, 외출할 때도....
그녀는 한 가정의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공부를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늘 공부하는 자세로 일관한다. 깨알같은 글들을 써놓은 수첩을 들여다보면 몇개 나라의 말들을 적어놓은게 보인다. 전도를 하면서 알게 된 쿠바여성으로인해 배우게 된 쿠바언어. 작년에 중국과 일본엘 갈 기회가 생겼다며 배우게 된 중국어와 일본어...
올망졸망한 비닐봉투를 몇 개 들고 아침 댓바람에 시장엘 왔다. "어머님 드릴려고 찰떡과 인절미를 좀 샀어요. 어머님이 좋아하시거든요. 하나 먹어보세요."라며 비닐봉투를 열어재친다. 하얀 콩가루를 입힌 찰떡을 입에 넣으니 따뜻한 온기가 입속에서 녹는다. "금방 만든 떡을 살려고 아침 일찍 시장엘 왔어요." "착하다, 어쩜 그런 고운 심성을 갖고 있는지..복받을꺼야..." 너무 흔한 레토릭으로 위무를 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않는데, 어머님이 좀 얌전했음 좋겠어요. 다른건 힘들어도 견디겠는데, 잠시라도 앉아있질 못하고 하루종일 집안을 동동그리며 뭘 할려고해요.그 연세와 치매에 걸렸어도 여자라는 생각에서인지, 속옷을 벗으면 어디다 감춰버리는거 있죠? 당신 스스로 빨겠다는 생각으로 그러시는지, 아님 내게 맡길려니 부끄러워서 그러시는지 장롱문을 열어보면 이불 속에 팬티가 들어있지 뭐예요.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않았는데, 어제는 정말 시어머님이 무섭다는 생각이 얼핏 드는거 있죠? 내 턱 밑에서 날 빤히 올려다보며 히죽하고 웃는데, 이상한 상상까지 하게 되는거 있죠?"
"하여간 대단해요." "난들 왜 힘들지않겠어요? 기억나죠? 몇 년 전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있었던거요." "그럼요." 그녀는 남편과 맞선을 보고 한 달 만에 결혼행진곡을 울렸다. 어른들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며 빨리 결혼했음 바란다는 뚜마담의 말과 시댁의 생각을 따라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해버린 결혼...후회해봐야 이미 때는 늦었다는 생각에 모든걸 포기하고 하느님께 의지하며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항상 착한 남편을 자신에게 준 하느님께 감사하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중증치매에 걸리지 않은 시어머님께 감사하다는 그녀...생각과 판단의 메커니즘은 구동을 잘하는 셈이다. 몇 개의 인절미를 더 내 주고서야 자리를 터는 그녀는 잊은 듯 한 마디한다.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해요. 우리 시어머님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드는거 있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절대 치매에 걸리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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