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question 앞에서...

정순이 2004. 11. 10. 11:37

일본에 갔다온 친정조카의 경우도 그랬거니와, 사회에서 알게된 친구도 그랬다. 두 번 일본을 갔다온 기념으로 선물을 사온 친정질녀는 두 번 다 남편의 선물만 사갖고 왔다. 첫 번째는 남편이 좋아하는 양주였고, 두 번째는 담배를 사갖고 왔다. 친정조카라 별다른 감정의 군더더기는 없었으나, 왜 남편의 선물만을 고집했는지 선물을 갖고 온 막내올케를 잡고 볼멘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않았으나 선물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훼손하는 것 같아 다음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그런 엊그제 사회에서 알게된 친구도 10박11일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선물을 사갖고 왔다. 늦은 시각, 아무도 현관벨을 누를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벨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가르고 들려왔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터폰 모니터를 통해 벨을 누른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지만, 사각모니터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 현관문틈으로 조금 전 벨을 누른당사자에게 들릴 정도로 큰소리를 냈다. "누구세요?" "나야, 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름 전 외국여행을 간다는 친구의 목소리였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연 내손에 그친구는 쇼핑백을 건내준다.

 

"명색이 외국여행인데, 그냥 오긴 뭐하구해서 조그만 선물 하나 사왔어, 받어 비싼건 아니니까 부담은 갖지말어..."그 S친구는 쇼핑백 속으로 손을 넣드니 물건하나를 들어올렸다. 머플러였다, 벨벳소재라 아주 따뜻해보였다. " 니내 남편꺼야....." 색깔도 아주 고상해 보이는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받아도 되는거야? 나는 해주는거 없이 매번 받기만 하니까 미안해서 어떡하누..." 말끝을 흐리는 내게 살짝 눈을 흘기는 S친구..."잠시 들어와 커피나 한잔하고가...."

 

S친구는 그럴시간이 없다며 현관문밖에서 선물을 내게 건내주고는 황급히 승강기 버튼을 눌렀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내려가기 버튼인 역삼각의 빨간 불을 누른셈이다. 잠시동안이였지만, 머플러의 포근함 만큼이나 S친구의 따뜻한 정을 느꼈다. S친구가 돌아가곤 난 후 갑자기 의문부호가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 왜 같은 여자이면서도 남편에게 선물을 할까? 내가 친정질녀에게나 친구에게 더 잘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남편에게 선물을 하는지 이해하는 마음은 없지 않으면서도 고개는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만약 내가 그같은 경우라면 같은 여성에게 선물을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자신에게 묻고 답하기를 여러번...그러나 모범답안이 나오지 않았다.

 

의구심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열쇠 꽂히는소리가 들리드니 이내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민규아빠, 방금 친구가 왔다갔는데 선물을 사갖고 왔더라구요. " "누구?" "왜 있잖아요.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00요.""...." "그런데 어째서 그 친구도 그렇거니와 아름이는 당신선물만 사오는지 모르겠어요, 전혀 이해가 안되요." "내가 하도 무뚝뚝하니 내게 잘 보이고 싶어 그러나보지..." 아직 그 의문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째서일까...???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추전국시대  (0) 2004.11.17
삼국지를 읽으면서...  (0) 2004.11.12
identity.....  (0) 2004.11.08
언니와의 만남...  (0) 2004.11.05
상대적 박탈감  (0) 200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