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똑....”
대각선으로 빗금을 그은 맞은편 가게에 회색빛 장삼을 걸치고 검은색의 머리카락보다 흰머리카락이 더 많아보이는 (대백 戴白)의 할아버지가 손에 든 목탁을 두드리며 가게 주인의 동정(動靜)을 살핀다.
희끗희끗한 머리에서 느껴지는 예상 나이는 70살은 됐음직해보였다. '젊은 사람들도 많두만, 하필이면 연세드신 분을 탁발승고행을 하시게 하누?' 속으로 중얼거리며 할아버지의 동선을 따랐다.
조금도 손놀림의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고구마줄기 다듬기를 하던 아주머니가 힐끗 고개를 드는가했드니 물건을 사러 온 고객이 아니라는데서 오는 실망감과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시주를 하라며 들리는 반갑지않은 사람이라는데서 오는 귀찮음...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시주할 마음이 없음을 가로젓는 고개로 의사표현을 대신 한다.
여주인의 냉담에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는 듯 두드리던 목탁방망이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린다. 다시 맞은편 가게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쥔장의 동정을 살핀다.한참동안 반응이 없다. 반응을 보일때까지 계속해서 목탁을 두드릴 생각인 듯했지만, 가게안의 상황은 조금전 맞은편 가게 쥔장과 다름없었다.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발길을 돌리시겠거니 생각했던 주인장은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자 가게입구쪽으로 나와 손을 휘이휘이 젓는다. 염화미소라도 주고받은 듯 아니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런사람들과 마주쳐 이제 아무런 감정상함이 없었든 듯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치며 다른 집으로 방향을 돌린다.
다시 이웃하고 있는 가게앞에서 목탁을 두드린다. 안에서 주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우리가게까지 들렸다. 등을 보이며 가게를 벗어나는 스님을 보니 '다시는 오지말았으면' 하는 희구(希求)가 담겨있은 앙칼진 목소리 같았다. 하긴 하루에도 몇 사람씩인지 모를 많은 사람들이 걸식하러 오곤 하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없을테다. 몇 곳의 가게에 들렸으나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정신이 난파선에 부딪친듯 중심을 잃은 스님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성대를 자극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동냥을 하거나 질이 좋지않은 물건으로 강매하다시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을 대하는 시선이 옛날같지는 않다. 며칠 전 이웃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남루한 입성으로 가게에 들러 음식을 시키기에 차려줬드니 다 먹고 난 후에는 밥값이 없다며 다음에 계산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미안한 기색도 없이 느릿한 걸음으로 뒷덜미를 보이며 가게를 나가는데 너무 황당했단다.
‘저렇게 해서 하루에 얼마의 수입이 있을까? 고생하는만큼 소득은 있을까?’ 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탁발승을 검색하니 “도를 닦는 중이 경문(經文)을 외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는 일. 가장 간단한 생활을 표방하는 동시에 아집(我執)과 아만(我慢)을 없애고, 보시하는 이의 복덕을 길러 주는 공덕이 있다고 하여 부처 당시부터 행하였다. 라고 정의내리고있다. 스님이 되기까지 최고의 선은 ‘보시를 하는 것’ 일 것이다. 그러나 보시를 하기 위해서 감내하고 지불해야할 고통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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