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기상으로 부산을 떨었다. 자명종 시간을 맞춰놓지 않아도 늘 그 시간이면 일어난다싶어 시간을 맞춰놓지않고 잠자리에 들었던게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했든가? 비유법이 좀 비켜가긴했지만.....막상 자명종 시간을 맞춰놓지않은 어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단 몇 분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빈 압력솥을 LPG가스레인지위에 올려놓고 가열부터 했다.
그리고 쌀을 씻어 밥을 앉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뚜껑에 있는 노즐이 올라왔고 추가 요란한 소리를 낸다. 불의 세기를 일단으로 낮춘다음 5분간 뜸을 들이고 난후 불을 꺼고 다시 5분여지나자 안전벨브에 김이 서서히 빠져 안으로 쏘옥 들어가는 소리가 2데시빌정도로 들려왔다. 지금은 그렇지않지만, 성수기때는 일을 하다보니 항상 빠른 시간안에 해치울 수 있는 요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아들과 남편이 보이콧을 할 때도 있다. 다급한 듯 아들을 깨워 식탁에 앉게하고, 남편 아침 식사 대용인 토마토쥬스도 만들어 남편 머리맡에 두고 현관문을 나섰다.
승강기 버튼부터 누르고 양쪽 주머니를 더듬었다. 혹시 빠뜨린 물건이 없나해서다. 등산을 하다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 되면 휴대전화로 남편도 깨워야하고, 잠을 덜 깬 상태로 식탁에 앉았던 아들이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우杞憂)에 불과하지만, 휴대전화는 필히 챙겨야하고, 열쇠도 필히 챙겨야한다. 언제든가 무심코 열쇠를 앞치마에 넣어뒀다 퇴근길에 바지 주머니로 옮기지 않은탓에 가게로 다시 가야하는 번거로운 기억들이 열쇠도 잊지않고 챙겨야한다. 잠시 뒷산에 갔다오는데도 챙길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긴팔옷을 입자니 너무 더울 거 같은 생각에 짧은 반팔 여름옷을 입고 팔에는 토시를 한다.
혹시나 미끄러질 때나 땀이 나서 땀을 닦아야할 때는 손에 낀 장갑이 손수건을 대신해 장갑도 필히 껴야하고, 햇�을 가려줄 차양이 있는 모자도 쓰야하고, 지난 번 손목시계를 챙기지 않아 답답했던 중간 중간에서 시간을 체킹하는데도 필요하다. 만남의 광장 가장자리에 어느 독지가가 걸어둔 벽시계가 있긴 해도 그 곳만 벗어나면 시간을 알 방법이 없으니 시계도 필히 챙겨야한다. 어제의 과식으로 인해 몸무게가 불었는지 차량들의 왕래가 빈번한 신작로를 벗어나 주택가 경사진 길을 올라가니 다리에 무게가 실리면서 발걸음이 힘겹다. ‘ 이렇게 가기싫은데도 굳이 등산을 해야하나?’ 는 회의가 들었다. 들머리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다. 하루정도 쉬면 에너지 축적이 되어서인지 몸이 더 가뿐했었는데.....
그래도 습관이 되어서인지 평평한 길보다는 남편이 권한 길을 택했다. 정상에 올라 시간을 허확인하니 남편이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혹시 기지국이 적어 터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상을 벗어나고자 발걸음의 보폭을 빨리했고, 5분 여 지나고 난 후 왼쪽 주머니에서 꺼내고 폴드를 열었다. 날줄 씨줄로 엮어진 번호들 사이로 낯익은 버튼을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아 민규의 음성이 전파를 타고 들려왔다. 잠을 잔 목소리는 아니다. " 민규가? 잠자지 않았었네..." "아버지 깨워라..." " 몇 시에요?" "지금...." "알았어요." 할 이야기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들이 종료버튼을 누르려고 할 찰라 " 참, 그리고 있지....민규야, 사랑한데이~"
“네? 뭐라고 하셨어요?” 자음동화가 아니라 음절이 파쇄되지도 않았을터인데도 알아듣지 못했는지 재차 민규의 요구가 있었다. “우리 아들을 사랑한다고~~” “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거예요? 마, 됐어요, 할말 다 하셨으면 전화 끊어세요~” “헉...” 어렵게 말을 했는데 무안을 주는 아들이 야속하기까지하다...“비록 아들이지만 그런 말을 하는데는 서투르다. 해서 관료적이기까지하는 딱딱한 표준어보다는 사투리가 분위기를 엎로드하는데는 더 낫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한 말이였는데..... 남자들은 대개 그렇긴하다만 민규는 그렇지않다는데 자주 대화상대가 됨을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했는데.......군대에 복무할 때 서한을 쓸때만 가끔 사용했던 말을 전화상으로 할려니 말하는 나도 쑥스러웠고, 듣는 아들도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히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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