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있을 때 잘해!!

정순이 2004. 10. 24. 11:56

                                                           부제:이런 남편을 고발하고 싶다.

 

고단한 삶의 모습은 그 할머니의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동반자의 길을 자처한 듯했다. "할머니, 무슨일이라도 있으세요? 얼굴이 많이 안좋으세요." 칠십풍상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힘들었때는 없었다며 회한에 잠긴 듯 눈시울을 붉힌다. 외모에서 풍기는 깨끗한 성정과는 달리 질척한 삶을 살아오셨다는 할머니는 자신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한때는 나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지, 서울마포에 살때만해도 장사가 얼마나 잘되었는지 앞치마처럼 찬 전대가 이만큼 불룩했으니까..."라시며 손으로 그 부피를 가늠하셨다. "그때는 아이들 교육시킬때 돈에 대한 아쉬움을 전혀 모르고 살았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셋째 아들과 막내딸은 대학도 시켰는걸.... 대학을 나와봐야 무슨소용이 있겠어?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어도 앞길이 풀리지 않으니..." 혀를 끌끌 차신다. "아드님이 뭐하시는데요?"

 

"한때는 잘나갔지, 통큰 셋째며느리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가산이 기울어졌지, 전자대리점을 하고 있었는데, 대척점에서 커피숍을 하는 여자의 꼬임에 빠져 빚보증을 서주었었나봐. 정작 우리아들을 보증인으로 세운 그 커피숍 주인은 도망을 가버리고, 같이 보증을 선 연대 보증인과 어리석은 셋째아들은 빚더미에 나앉고 말았지. 물론 보증으로 앉아 빚을 지긴 했지만, 큰돈이 아니라 알뜰하게만 산다면 몇 년안에 해결이 되었을 액수였어.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며느리까지 가세를 한거있지? 몇 개의 카드로 돌려막기로 집안을 풍비박산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지, 나중에 알고봤드니 보증으로 앉은 빚보다 며느리의 씀씀이가 더 큰 빚이 되고말았어. 그러니 어떡하겠어?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고, 이혼이라는 마침표를 찍고말았지.

 

그 때부터 셋째아들의 생활은 말이아니였어. 난관에 난관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이어왔으니까. 그래도 여자복은 있었는지, 평소 때 테니스를 치러 일요일마다 테니스장에 갔었는데 거기서 한여성을 만났나봐. 그때 만난 여성과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부부금슬은 얼마나 좋은지 몰라. 셋째며느리도 남편인 아들한테도 지극정성이고...." "그것도 할머니 복인거 같으네요. 많은 나이와 뚜렷한 직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성을 아내로 맞아들이기가 쉽지않은데... 아드님이 잘 생기셨나봅니다. "

 

"그냥 봐줄만은 해요." "셋째며느리로 들어온 사람은 왜 이혼을 했데요?" "말도 마세요. 남편은 공무원이라 퇴근시간이 칼같았나봐요.그런데 며느리 되는 여자는 집안을 빨리 일으키고 싶은 심정에 어렵게 식당을 하게되었고, 아무리 피곤해도 장미빛같은 앞날을 생각하며 피곤함도 보람찬 내일을 생각하며 자신을 안위하곤 했대요.물 먹은 솜처럼 늘어진 몸으로 집에 퇴근하면 남편은 아내의 힘듦을 알아주기보다 밥을 금방 해주지 않아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남편의 밥상에 반찬이 소홀하다는둥 갖은 이유갖지 않은 이유를 들이대며 아내를 힘들게 했다지 머야. 툭하면 밥상을 뒤엎어버리고, 툭하면 손찌검에....그런 삶을 10여년동안 이어갔나봐

 

그러니 부부간에도 무슨 애정이 있겠어? 한집에 살고있어도 남편에 대한 애정은 식었으나 커가는 자식을 놔두고 이혼할수 없어 방을 따로 쓰면서 별거같은 세월을 7년동안 살았데요. 자식들이 어느정도 커가자 자식들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 자신들은 다 컸으니 엄마의 인생을 찾으라며 돌파구를 열어주었나봐요. 그때 전남편하고 이혼을하고 아들을 만난거죠.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같은 여성으로써 공분을 느꼈다. 왜 아내들은, 여자들은 가정경제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하려는 정신이 강한데 어째서 남편들은 그에 합당한 대우로 자리매김되지 않는지...정당한 대우를 바라는것도 아니고, 다만 이해를 하라는 단순한 생각 뿐인데 그걸 이해 못해주느냐는거지...

 

할머니의 샛째며느리는 남편과의 이혼에서 도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단다. 처음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내의 당돌함에 놀랐다는 남편...남편이 쉽게 이혼에 응해주지 않아 혼자서 이혼절차를 밟게 되었고, 공무원으로 있으니 아내의 일방적인 이혼요구에 불응할수 없는 이유 중 한가지가 직장에서의 소문내지는 자신에게 생길지 모르는 퇴직요구...여러가지 이유가 중첩되면서 순순히 아내의 이혼요구에 도장을 찍어주더라는 남편...그 남편이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남긴 말...."언제라도 집에 돌아오고싶으면 돌아와.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을테니..."그말을 들을 때는 욕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같이 살 때 아내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고 잘하지, 지금에 와서 후회하면 뭣해! 라고...'

 

이미 결혼했으니 니가 어떻게 하겠냐는 에고이스트적인 심보, 유아적인 나이에서 성장이 멈춰버린듯한 어슬픈행동들....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여성들은 '호주제폐지'를 외치지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할머니는 넷의 자제분 중에서 두분이나 IMF 이후로 힘든삶을 영위하고있다며 한숨을 쉬신다. 그나마 따님은 결혼을 잘해 서울에서 잘살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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