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발판...

정순이 2007. 6. 2. 12:51
 

언더그라운드나 인디밴드, 음류시인...많은 사람들에 기억되지 않는 이름이라 그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은 드러나지 않는다. 예전같지않아 시장시간이라고해도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않다. 한낮의 후텁지근한 열기속을 뚫고, 아련하게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가게에서 MP3 음악을 틀어놓았거나 인터넷으로 음악을 틀어놓았나 생각했다. 그정도로 노래소리가 높지 않는 음색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 시선을 따라가니 멀지 않은 곳에서 빨간색 정장을 한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리듬에 맞춰 고개를 숙이기도하고,  오른팔을 들어 포물선을 그리듯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은 뜸하지만, 작년까지만해도 엿장수들의 출현이 잦았다. 유동 인구가 많은 시장을 택한다는건 당연한 귀결이리라. 무릎이나 대퇴부, 볼기쪽  여기 저기 짜투리 천을 덧댄 무명 누더기 옷을 입고 엿을 파는 사람들이 시장 곳곳을 누볐다. 대개 두 사람의 남성이 한 조를 이루어 다니는데 한 사람은 여자 복장을 하고 키메라 같은 화장술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역으로 추임새를 넣는데 모자람이 없다.


녹음 되어있던 곡들이 기계음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넋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은 흥겨운 음악소리에 이끌려 그들과 같이 한바탕 춤사위를 벌리곤한다. 엿을 주문하는 사람을 앞에다두고 음악에 맞춰 가위질을 하며 퍼포먼스를 벌일때마다 그들의 테크닉에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된다.  일회용 도시락 하나에  엿을 담아 2천원에 판매한다. 그렇게 싼 가격에 팔고도 자신에게 이익금이 있는지 의구심이 일기도하지만, 이익이 없다면 굳이 그런 험한 장사를 할까는 생각이 들기도했고, 내면에 잠자고 있던 끼를 유감없이 발산해 자신만의 특기를 발견하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가끔 동네 공터를 이용해 약장수들이 외줄타기의 묘기와 원숭이를 이용해 쇼를 벌리곤했었다. 그때는 약장사가 온다고하면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직접 고객들을 찾아가는 고달픔이 있다.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해졌다는 방증이리라.


“노래 잘하죠?” 가게 앞을 지나가던 낯익은 얼굴이 아는체를 하며 가수의 정보를 준다. “ ”들어본 가수 이름이죠?“ 머뭇거리며 대답을 않자 ”지금 나오는 곡은 직접 부른거에요, 언젠간지는 모르겠는데 TV에 출연한적도 있어요.  일요일 12시 되면 '전국 노래자랑‘ 이라는 프로그램 있잖아요? 거기 출연해서 최우수상을 받았나봐요. 그때부터 활동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여기까지 나와 노래를 부르는건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이름에 추천을 해주면 이름이 더 알려진다나봐요.“ 그녀는 내게도 인터넷에 접속해 추천을 해주라는 뉘앙스를 남기는듯한 말을 뒤로하고 총총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잠시 멈추고 자신이 여기까지 나오게 된 경위를 잠시 이야기했다. 자신이 이번에 내어놓은 신곡 타이틀이<재래시장>이라는 곡이고,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형마트에 밀려 고전하는 상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재래시장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다시 노래부르기가 이어지고 끝나자 모여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하루종일 시장안을 누비며 노래를 부를려면 힘에 부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바탕되어선지 립싱크로 해결하는듯 했다.

 

아래위로 검정 정장 수트를 입고 머리에 포마드 기름(포마드 기름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을 보면서 옛날 중년신사들이 머리에 포마드기름을 똑칠한 듯 바르고 가르마를 타고 빗어넘긴 모습이 연상됐다) 을 바른듯 가지런히 머리를 빗어넘긴 사람이 가수 뒤에서 오디오세트 위에 시디, 노래테이프를 잔뜩 실어 팔고 있다. 그러고보니 가수가 마음놓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든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듯 보였다. 네곳에 작은 바퀴가 달린 손수레 위에 오디오를 싣고 그 위에 시디를 가지런히 담아 판매를 하고 있었다. 여기 저기서 구입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사람이 준 전단지를 보니 눈에 익은 제목도 보였다. 노래 한 곡이 끝날때마다  상인들을 위로하는 말을 했었지만, 우리들은 다들 마음속으로 좋은 곡 많이 히트시켜 성공하길 비원하는 마음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였으리라.

'기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출산에 올라...  (0) 2007.06.11
산림욕  (0) 2007.06.03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0) 2007.05.29
이런 날도...  (0) 2007.05.24
여름의 길목에서...  (0) 2007.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