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으로 그리스가 부각되면서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그리스 로마 신화' 라는 책을 구입했다. 신화 라는 명사가 내포 하고 있는 포괄적인 함축성은 '신화' 에 대한 일가견이 전혀 없는 내가 이야기한다는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모르는 것은 전혀 아니다. 매번 책을 구입하긴 해도 처음부분은 잘 읽어내려간다.
그러다가 중간 쯤에서 내용이 모호해지나 생각이 흐트리지면 책을 덮어버리고 만다. 주인으로부터 외면 당한 책은 책꽂이에 먼저만 쌓이는 경우가 다반사라 책을 구입하는데는 자꾸만 인색해진다. 책과는 거리가 먼 내모습이였으니 이책도 구입하기까지는 몇번의 망설임이 있었음을 감추지 않으련다. 군대에 있는 아들의 부탁도 있고해서 서점에 들렀다, 몇권의 책을 부탁한다음 뭔가 허전한 듯했다. 자식은 모든걸 부탁을 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나자신에게는 인색할 만큼 투자하지 않는 내모습이 자꾸만 뇌리를 눌렀고, 비록 책을 구입해 책꽂이에서 주인의 외면을 받더라도 나를 위해 투자를 하자는 생각이 언뜻들어 신문에 소개된 책을 서너 권 추가했다.
자식가진 부모들은 대개 그렇하 듯이 자식이 아무리 많은 양의 책을 사달라고 해도 인상 한번 쓰지 않고 들어 주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책은 구입하는데 망설이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그것은 자식의 잠재되어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가꾸고 도약하라는 부모의 마음이 내재되어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살아간다. 이미 책을 놓은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새삼스럽게 책을읽어 무슨 이득을 보겠나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기도 하다. 몇권의 책을 뽑아들고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는동안 느껴지는 뿌듯함은 책을 구입하는 많은 주부들이 같은 생각을 공유할 것이리라. 아들이 부탁한 책은 갱지봉투안에 넣었다.
소포로 보내기 위해서는 누런 색으로 된 두꺼운 갱지봉투에 포장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포장하는 동안 따로 구입한 내 책이 두꺼운 유리창구 위에 얹혀있는 걸 가방속에 넣을 때는 의미 모를 즐거움도 같이 들어 가는 듯했다. 책장을 펼치니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표정의 ' 이윤기' 작가님이 카메라를 들고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나를 맞이했다. 끝까지 읽어지려나는 염려스런 마음은 책장을 넘길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졌고, 페이지 뒷 내용이 궁금해 안달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가끔 TV속에서 납량특집극 으로나 겨우 접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신화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컸고, 텍스트속에 삽화로 그려진 이미지나 정교하게 다듬은 대리석상을 보면서 놀라움과 신비로움은 작은 탄성으로 목을 타고 올라왔다.
몇 백 년을 지나온 지금까지도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다. '트로이 전쟁' 의 발단이 된 황금사과 이야기, 사과의 소유권을 다투던 세 여신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벌렸던 일전....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헬레네를 선물한게 기득권으로 작용해 판정을 맡은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 이라며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인간과 신의 결혼으로 태어난 '아킬레스' 는 영생불사하는 신인 어머니와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인간인 아버지의 피를 필멸의 운명이 반반씩 섞여있어 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걸 알고 있는 어머니는 불멸의 강인 '스튁스 강물'에 아킬레스의 발목부위를 잡고 담구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튁스 강물에 담겨지지 않은 발목이 나중에 화살로 맞고 죽음을 맞게되고, 거기서 유래된 말이 '아킬레스 건' 이다. 태양의 신 '아폴론', 다이달로스의 아들 '이카로스'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지만 오만해진 이카로스는 태양 있는 곳까지 날아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태양에 가까워지자 날개 만드는 데 쓰인 밀랍이 녹기 시작했다. 밀랍이 녹자 이카로스는 추락한다. 이카로스는 우주에서 희생된 최초의 인간이다. 날개가 없었더라면 이카로스는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밖의 여러 신들...
개개인의 이름에도 나름데로의 뜻이 담겨 있듯이 많은 신의 이름에도 뜻이 함축되어있다. 읽을수록 새록새록 불어나는 신비스러움에 '그리스 로마 신화' 라는 책을 읽는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내 칼럼에 오시는 독자님들도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