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기온이 쌀쌀해진 탓에 창문을 닫기 위해 베란다로 나가려든 내 사정거리안에 노랗게 핀 호박꽃이 청초롬하게 다가왔다. 조경수로 심어진 상록수틈속에 보이는 호박꽃...믿기지 않은 듯 확인해 봐야할 것 같아 창문을 활짝 열었다. 두꺼운 5mm창문이라 흐릿하게 보여 혹시 호박꽃이 아닐수도 있지 않겠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름드리 나무들 틈사이로 가느다란 몸매로 메타쉐콰이어 나무허리를 버팀목 삼고 뻗어올라있는 호박넝쿨은 보는 자체만으로도 유년시절을 불러들인다. '띠리리리...' 어디선가 내 즐거움을 방해하며 소리가 울려왔다.
일순간 남편에게 잘못한 일을 하고 들킨 사람마냥 객적은 웃음을 흘리면서 "이게 무슨소리더라..." 익숙해져 있지 않은 버저다. 소리연상작용으로 떠오르는 건 전화벨소리....전화벨 소리로 착각할만큼 소리가 비슷하긴 하지만, 좀 더 맑다. 요즘 새로 생겨난 메신저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였다. 남편의 출근과 함께 컴의 마우스를 움직이니 아는 여자분의 메신저가 도착되어있었다. 순간 허허로운 웃음이 자꾸만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그런 경우는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메신저를 보낸사람이 남성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새로운 기능이 도래하기 전에는 로긴을 하면 친구이름이 목록창에 자동적으로 뜨게 되어 로그인을 할 때마다 등록을 해둔 친구이름이 뜰때마다 그 부담스러움이 가위눌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친구이름이 떠는데도 메신저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는 부담감...해서 새로운 기능을 반기고 있는 입장이다. 오랜만에 쪽지를 보낸다는 H녀의 메신저는 항상 나를 미안하게 만든다. 나 역시 같은 입장이지만 먼저 보내지 못한 미안함을 말할때는 할말을 잊고만다. H녀는 왠 소스하나를 보내왔다. 혹시 메선지 사고인줄 알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드니 멋진 노래가 있어 내게 들려주고 싶었다며 들어보라는 것이 아닌가...H녀와의 메신저는 항상 즐거운 하루를 열수 있는 아침을 제공 해줄 때 가 많다. H녀가 보낸 음악 소스로 이 칼럼을 채우련다.
컴을 켜면 초기화면에 자동적으로 뜨게 되어있는 '메신저beta' 라는 아이콘이 있다. 얼마전까지만 이런 기능은 없었지만, 타 사이트를 표방하려는 '다모임'의 노력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일주일 전 '다모임' 사이트에 접속을 하니 상단에 여러옵션 중 new라는 영문글자가 명멸했다. 클릭을 해보니 새로운 것을 만들었으니 다운로드 받으라는게 아닌가. 그들이 요구하는데로 따라했드니 어느새 초기화면에 '다모임' 이라는 아이콘과 '메신저beta' 가 설치되었다. 따지고보면 이 기능이는 잘만 활용하면 나같이 게으름을 찬미하는 사람에게는 더없는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기능이다. 그러나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는 법.....몇 번의 클릭과 함께 자신이 가려는 사이트에 로긴을 해야하는 과정의 불편함을 해결해주지만 잘못하면 배우자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수도 있다.
메신저가 올때마다 제법 크게 울리는 버저소리가 밖에서까지 다 들리기 때문이다. 인터넷포털 사이트로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는 '다모임' 사이트다. 내가 처음 가입할때만 해도 아주 건전한 장소였다. 실명을 쓰야한다는 세부규칙이 있었고, 게시판에 올려진 글들은 지명도 있는 여느 시인 못지않게, 소설가 못지않게 글을 잘쓰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사이트가 몇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다른 사이트를 표방하려는 게 여실히 보인다. 기실 장사꾼이란 이익이 없는 사업이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해서 도입하게 된게 '아바타' 다. 가입할때는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아바타'가 있지만, 호기심에 구입하지 않고는 못배길만큼 현란한 아바타 옷으로 많은 여성들을 공략하려는 듯한 눈길로 호객한다.
물론 구입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진 않다. 실생활에서는 입지못했던 현란한 옷들이 다양하게 있기 때문이다. 옷가게안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멋진 옷들도 뚱뚱해서 못입었다든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충족시키지 못했던 욕구를 다양한 아바타를 걸치면서 느끼는 대리만족은 몇천원의 투자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는 아직 '다모임' 사이트가 제공해주는 기본아바타를 입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분들은 멋진 아바타를 걸치고 자신을 뽐낸다. 나같이 돈을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 많으면 이 사이트도 장사를 못해먹겠다며 울상을 지을 것이다. 물론 팝업창을 띄우면서 들어오는 광고비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 속사정을 들어보면 어찌 광고비에만 만족할 것인가. 얼마든지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사입인데 외면할수 있단말인가.
처음 아바타를 도입해 판매를 할 때는 적지않은 반발이 있었다. 그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을 가입시켜놓고 광고비로 얼마든지 사이트 운영이 가능한데도 '아바타' 라는 화신을 만들어 얇아져있는 지갑을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불로소득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이래서 IT 업종이 굴뚝없는 산업이라는 말이 생겨난 모양이다. 그 말은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이익을 거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리라. 반발하던 무리들은 하루가 지나고 몇 달이 지나니 차츰 그들(다모임 관계자)의 생각에 동화되어갔다. 너도 나도 많은 사람들이 아바타를 구입하기에 돈을 아끼지 않은 듯 옷을 자주 갈아입는 듯했다. 그 기능에 힘입어 이제는 휴대폰 컬러링 다운로드 기능이나, 휴대폰 폴드를 열지않고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까지 제공을 해주니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르겠다. 나같은 사람이야 휴대폰문화를 향유하지못해 억울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많은 가입자들이 이용하고 있을 터이다.
장민/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