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입양...

정순이 2004. 8. 10. 12:06

暴暑의 절정인 삼복 중 말복이 지나갔다. 말복을 이틀 앞서 가을을 상징하는 24절기의 立秋 가 들어있지만, 가을 추(秋) 가 상징하는 선선함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여름은 길다. 인제 입추가 지나갔고 말복까지 지나갔으니 며칠 지나지 않으면 열대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은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파트 뒷산에 빽빽히 심어진 나무들로 인해 해마다 여름밤이래도 더위로 고생한 기억은 별로없었는 것 같은데 10년만에 찾아온 올해는 예외였다.

 

이런 생각마저 사치스러운 감 마저 드는 기사가 눈자위를 적시게 한다. '입양' ....입양인들의 빛나는 눈망울들이 커브스토리로 장식되어있다. 작은 글자가 크게 다가온다. 친부모와의 생이별로 먼 이국에서 부모없는 설움을 겪었을 입양인들은 아주 밝은 빛으로 친부모를 만나려는 생각으로 고국을 찾았다.그들은 자신을 버린 친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며 친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를 하겠다는 말과 함께 꼭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말미에 곁들였다.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입양인들을 맞이하는 행사장 연단에서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이 감당해야했던 고뇌와 상처를 짐작하기에 쉽게 '사랑한다' 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말해야 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라고..."

 

지금이야 의료시스템의 발전으로 부모없는 아이를 양산하는 미혼모는 드물지만, 입양인들의 시대배경을 보면 배움을 습득하지 못한탓에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많았다. 그들의 부모는 생계를 잇지못하는 가정들이 많았고, 부모인 자신은 굶어도 자식만은 굶기지 않겠다는 절박함으로 자식을 포대기에 싸서 부잣집 앞에 놔두고 사라진다든가 그도 여의치 않으면 '홀트 아동복지' 로 보내야 했던 수많은 부모들이 많았다. '언젠가 아이를 꼭 찾으러 다시 오겠다' 말과 아이가 태어난날은 언제라는 글을 쪽지에 써서 아이를 싼 포대기 안에 들어있다는 가슴아픈 사연들을 실은 앵커의 말을 듣곤했다. 지금은 '입양' 하는 데도 많이 까다로워졌다는 말을 들었다. 양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성격이 뒷받침되는지...혹자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그 무슨말이고? 하는 분들도 있으리라...그러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든 부모들의 입장을 더 이해하고 싶다.

 

그 규정 밑바탕에는 아이를 데려다가 '앵벌' 이로 시킨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규정을 까다롭게 정한 듯 했다. 얼마 전 TV 화면을 채우고 있는 어느 선량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부모의 이혼으로 길에 버려진 아이, 장애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데려와 가족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유휴지를 개간해 막사를 짓고 텃밭을 일구어 푸성귀를 심어 자급자족하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그같은 경우에 처했다면 입양이라는 과정을 거쳐 그들을 내아이같이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도저히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건없는 사랑을 배푸는 그들이 우러러 보인다. 지금도 둘째 동서는 무료봉사로 다니는 곳이 있다.

 

자비로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거쳐 다다르면 자그마한 동네에 중증 장애인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에서 무료봉사를 한다. 오래가지 않을꺼라는 나의 기우는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수저를 쥐고 밥을 먹지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밥을 떠 먹여야 하고 밥을 떠먹이면 반쯤은 입가로 흘러내리는 통에 보름동안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마음착한 둘째동서...그런 둘째동서가 오늘따라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Carol Kidd-When I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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