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세번째의 만남

정순이 2004. 7. 31. 12:24

Y가 부산에 와 있다는 말을 들은 건 남편으로 부터였다. 자신의 방에서 대화방에 있던 남편이 Y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지금 Y가 부산에 와 있다네..." 갈증을 느끼며 냉장고문을 열고 물병을 꺼내 물을 마시고 있는 내게 남편은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해왔다." 그래요? 어디 좀봐요." 컴속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는 남편 옆으로 다가간 나는 Y가 하는 말들을 더듬어 본 다음 Y에게 전화를 돌렸다. 꽤 깊은 시각이었지만, 반가운 마음을 그렇게라도 표하고 싶었다. 통신을 통해서 알게 된 Y와의 만남이지만 벌써 3번째의 만남이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만나는게 아닌데도 만남의 횟수를 이어가는 걸 보면 스친인연은 아닌 듯 싶다. 언제였던가 Y의 남편이 '아시안게임' 이 부산에서 개최할 때 파견근무를 할 때였다. 남편과의 만남을 빌미(?)로 해서 부산에 오게되었고, 나보다 남편을 먼저 알은탓에 서먹한 분위기마저 없지 않았다. 그런 Y에게 다시 고마운 마음을 느낀건 지난 5월달이다. 민규(아들)의 면회로 서울에 가게 되었고, Y의 후한 대접을 받았다. 언젠가 은혜에 대한 보답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 만회할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마음저변에 약삭바른 갈등이 똬리를 틀고있다는 게 숨길수 없는 나의 계산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경기를 말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즘같은 때 Y의 방문을 또 다른 갈등이었다. 며칠 전 병원에 혈액검사와 방사선검사를 해둔 결과가 나온다는 날이었고, 그에 따른 병원비도 만만치 않아 Y의 방문은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Y가 부산에 올 기회가 자꾸오지 않는 다는 사실과,서울에서 입었던 은혜를 모른체 하기에는 남편과 내 성격상 맞지 않다. "여보세요, 00님이죠? 지금 정말 부산에 있는거에요?" "네, 지금 친구집이에요." " 부산에 언제 내려온거에요? 그럼 내일 우리 가게 놀러오세요." "모르겠어요. 시간이 날지...친구집에서 일주일동안 머물 생각인데 벌써 친구가 일주일 계획을 짜 두었는걸요."

 

"그럼 올수 없는 거에요? " " 방금 친구한테 물어보니 금요일 오전에는 시간이 빈다고 그날 갖다오라는데요.^^" "그래요? 그럼 금요일날 가게에 들리세요." "찾아갈수 있을려나?" "택시를 타고 기사분께 <동상동 농협>앞에 하차시켜달라고 하세요. 그다음 내게 전화를 해요. 내가 마중나갈테니까.." "그럴께요." 금요일 오전에 온다는 말을 듣긴했지만, 언제 쯤 올지 점심은 준비를 해야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에 Y에게 전화를 걸었다. 뜻밖에도 지금 Y는 출발을 했다는 것과,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 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와 교대시간으로 집에 가 있는 남편에게 Y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난 후 다시 Y의 전화를 기다렸다. 얼마 쯤의 시간이 지났을 까 낯익은 한 여성이 밖에서 가게안을 기웃거린다. 자세히 보니 Y였다.

 

2년 전 가게에 딱한번 들린 Y는 신기하게도 기억하고 가게를 찾아온 것이다. 가끔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가게찾기가 힘이 든다는 말을 종종 들어온 걸 생각하면 Y의 기억력은 대단한 것이다. Y보다 조금 일찍 가게에 도착한 남편은 Y를 위해서 아껴둔 로스구이용 부위를 꺼내 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하루에 한번밖에 밥을 먹지 않는 다는 사실과, 냉국수로 남편과 둘이서 먹을 때의 썰렁했던 맛과 Y 와 셋이서 먹어보는 밥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는 듯이 맛이 있었다. 그저께 검진 받아둔 결과가 오늘 나온다는 사실과 예약해둔 시간은 점점 다가왔지만, Y에게 말을 못하고 있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Y가 어려운 걸음을 한 터라 더욱 더 그랬다. 생각같으면 Y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도 싶었다. "어쩌나, 나 병원에 예약해둔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그래요? 그럼 나랑 같이 나가요. 오늘은 시간이 있으니 병원에 같이 갔다가 거기서 헤어져도 되는 걸요." 나의 병원행으로 인해 Y의 등을 떠미는 것 같기도 해 영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남편과 수인사를 나누고 Y와 병원쪽으로 가는 노선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둘이있게 된 우리는 깊은(?)이야기까지 나누는 스스럼없는 사이처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우리들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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